40여 년간 3번째 강제 이주 위기에 처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리 주민들에 대한 뚜렷한 이주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민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1월28일, 세종충청면>
7일 기자가 방문한 입동리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하늘에는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날고 있었고 마을 주민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마을 진입로 곳곳에 ‘이주자 택지 없는 항공단지 취소하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입동리에서 나고 자란 주민 A씨는 “1976년 공군17전투비행단의 건립으로 이전, 1991년 청주공항유치로 인해 또 이전, 이번에는 3번째로 청주공항MRO 단지 조성으로 또 강제이전 당할 위치에 처했다”며 “전 세계에서 기네스북에 올라갈 기록을 세우면서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무대미술전문가인 A씨는 35년 전부터 입동리에 창고형 작업장을 마련하고 연극·영화·국악 등 공연예술무대를 제작해 왔다. 2013년에는 한국 무대미술 명인으로 선정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A씨는 “2004년에 3.3㎡당 16만 원에 구입한 작업장 땅이 15년이 지난 지금 3.3㎡당 40만 원에 불과하다는 감정평가서를 보내놓고 합의하자고 하는데 말이 안 나온다. 지장물 조사에서도 6000만 원에 지은 창고가 1600만 원이고 1800만 원에 지은 창고는 350만 원 뿐”이라며 하소연 했다.
이어 “작업장을 이전하려면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손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땅값을 달라는 게 아니다. 일을 해야 하니 대토를 달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은 지난달 28일 마을의 80~90대 노인들이 지팡이를 짚고 충북도청과 청주주시청을 항의 방문한 사연과 그대로 일치한다.
당시 주민들은 “주민들은 MRO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부 사업으로 3번이나 이주하게 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청과 시청을 항의 방문했던 마을 주민들은 이시종 도지사와 한범덕 시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3번의 강제 이주 위기와 지나치게 낮은 감정가와 더불어 도지사와 시장 면담 일정을 잡아준다고 약속해 놓고도 토지보상 관련 문서를 통보하듯 발송한 것이다.
입동리 주민들은 올해만 두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충북개발공사가 발신한 ‘청주 에어로폴리스 2지구 보상에 관한 협의요청서’는 지난달 7일과 29일 2회에 거쳐 발송됐다.
우편물 속에는 오는 28일을 협상 기한으로 한 협의요청 공문과 토지와 지장물에 대한 감정평가서, 보상 안내서가 동봉돼 있다.
특히 보상안내서에는 협의 성립시 보상한다는 내용과 협의 불성립시 수용재결 신청을 통해 최종 재결 불복시 행정소송에 들어간다는 흐름도 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A씨는 “법원에서 최고장을 받은 기분이다. 지난번 도청에 항의하러 가셨던 동내 할머니들 대여섯 명이 그날 이후 몸살이 나서 병원에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런 우편물이 날아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안는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문서를 보낸 충북개발공사에 전화하면 충북경자청에 물어보라고 떠넘기고 경자청에서는 아직 해결 방안이 없다고만 한다.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는 곳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건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요즈음 국민청원 넣어도 지역의 관할 부서로 넘기고 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국민청원과 국민신문고, SNS 등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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