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98세, 강제이주만 3번이다. 빚지면 어찌 갚으라고.”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한 80~90대 할머니들이 충북도청을 방문해 청주공항항공정비사업(MRO)에 따른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리 주민 30여명은 2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RO단지(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조성에 따른 입동리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입동리 주민들은 제17전투비행장, 청주공항, MRO단지조성으로 3번이나 쫓겨 가야 되는 마을이다”며 “충북도와 청주시가 2년6개월 전 이주자택지 제공을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청주공항MRO사업이 추진 중이던 2016년 7월2일 청주시는 에어로폴리스 2지구에 편입되는 주민 27가구에 대해 인근 내수읍 원통리 산 136-1번지로 이주할 수 있도록 제공해 준다는 공문을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당시 공문에는 해당부지가 공원지역으로 공원부지 해제 등 행정절차가 필요하다는 안내도 첨부된 상태다.
하지만 이주대책은 2년6개월 후 무효화 됐으며 관계 당국은 새로운 부지를 찾고 있으나 인근 지역 대지 감정가 등의 차이로 인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입동리 주민들은 “입동리 대지 감정가액이 40만 원대 며 지장물까지 포함해봐야 1억 원 안팎이다. 하지만 새롭게 제시된 곳의 감정가는 60만 원대로 80넘은 노인들이 살집을 마련하려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MRO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부 사업으로 3번이나 이주하게 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후 도청 서문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이시종 도지사실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외출 중이었다.
이들은 비서실 관계자에게 “이 지사는 좋은 일만 쫒아 다니고 궂은일은 피하느냐”며 “필요한 땅은 농민들에게 빼앗고 도의 땅은 주기 싫다는 것 아니냐”며 이 지사와의 면담 일정을 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도청 비서실 관계자는 “주민들의 절박함을 알겠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것 같다. 해결 방안을 마련해 차후 면담 일정을 잡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고령의 주민들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완강하게 항의했고 지역구인 이상욱 도의원이 “책임지고 면담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한 후에 주민들은 비서실에서 물러났다.
이어 이들은 청주시청을 방문해 항의를 계속했다. 시에 대해서는 처음 이주 대상지였던 원통리로의 이전이 무산된 문제점 등이 집중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원통리 이전이 무산된 후 주민들은 MRO공사 관련 일체의 진행 중단을 요청했으나 지난 8일 보상을 담당하는 충북개발공사는 주민들에게 보상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은 극에 달한 상태다.
주민들은 “도에 가면 시로 가라고 하고 시에 오면 도에 물어보라는 식의 행정이 잘못됐다. 이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체의 사업 중단을 요청했지만 보상위원회를 가동하고 주민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RO단지 사업이 도와 시가 50% 지분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사업을 포기하면 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 교통정책과를 방문해 시장 면담을 요구했던 주민들은 한범덕 시장이 자리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지역구인 변종오 의원이 설 명절 후 시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겠다고 약속한 후에 시청에서 물러났다.
사업을 주관하는 경자청 관계자는 “원통리 이전 문제는 처음부터 검토가 잘못된 것 같다. 국공유지를 개인에게 분양할 법적 근거가 없어 난항을 겪고 있으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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