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취임당시 압도적이었던 이스라엘 국민들의 지지율이 48%아래로 떨어지면서 샤론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이스라엘내 평화주의 진영은 물론, 집권 보수당 내부의 극우파들로부터도 외면을 받는 외톨이 처지가 됐다.
극우진영은 최근 샤론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야시르 아라파트에 대한 연금조치를 해제한 것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정부와 평화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7일간의 휴전'요구를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극우진영의 몇몇 장관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파괴적 공격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샤론이 '좌경화되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보안부대에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해되는 보복공격에도 만족하지 않고 차제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재점령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당내 경쟁자인 베냐민 네타나후는 차기 선거 당 후보로 56%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샤론에 대한 지지는 21%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우익진영이 이탈함에 따라 조기총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샤론 총리의 최근의 결정을 기존 강경정책의 중대한 변화로 풀이하며, 이같은 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휴전을 이룩하지 못하면 샤론 정부는 붕괴 위기를 맞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샤론의 입장이 바뀐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스라엘 벤 구리온 대학의 정치 분석가 조엘 피터스는 "샤론이 강경일변도의 정책으로 나가자 중동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종전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테러리즘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이라며 비호해온 미국의 입장이 바뀌자, 미국의 지지를 최대무기로 여겨온 샤론의 강경책이 밑둥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장관 시몬 페레스도 최근 샤론의 변신(?)에 불만을 토로하며 계속 그러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경제 악화로 민심을 잃은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를 제치고 당선된 보수 리쿠드당의 당수 샤론. 그가 1년 동안 강경 정책을 편 끝에 얻은 것은 전쟁 수준으로까지 악화된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사상 최악으로 추락하는 경제, 노동당의 연정 탈퇴 움직임에 따른 정권 위기 등 상처뿐이다.
하지만 샤론이 물러나더라도 현재 이스라엘의 매파들은 팔레스타인과 대화를 통한 평화해결보다는 초강경 무력진압을 선호하고 있어 중동에 평화가 깃들리란 아직 요원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스라엘의 지난해 4·4분기 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지난 해 국내총생산(GDP)은 마이너스 0.5%다. 1948년 국가 수립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난의 중요한 원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한 관광 수입 급감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일간 마리브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정부의 경제 운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가 "샤론은 자신이 군사령관인 줄 알고 있다"고 비난했듯이 그의 겁 없은 전략이 사면초가를 초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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