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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사이의 교육개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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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사이의 교육개혁 전쟁'

홍콩 FEER지, 간디학교와 교육부간 갈등 심층보도

교육이민이 급증할 만큼 공교육이 불신받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대안학교로 알려진 '간디학교'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빚고 있는 갈등이 외국언론에 의해 한국의 교육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비쳐졌다.

홍콩의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지는 최신호(28일자)에서 "관료화된 한국의 교육부와 미래 교육에 대해 숨통을 트려는 조그만 실험적 학교간에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고 심층보도했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실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산골에 위치한 간디학교(교장 양희창·梁熙昌).
소규모 학급, 창의성 위주의 교과목으로 12~18세 1백20명에 이르는 이 학교 학생들은 매일아침 등교길이 즐겁다.

간디학교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학생과 교사간 관계는 '자율'에 기초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대등하게 대한다. 역사, 과학, 수학 등 수업에 오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나머지 시간은 스포츠, 음악, 요리, 예술 활동에 쓰여진다.

방과 후에 학생들은 자유롭게 논다.
패션산업의 마케터가 꿈인 한 학생은 주로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고 미술과 사진 등 전문잡지를 뒤적거린다.
그는 "장차 나에게 유익한 것들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정규학교에 갔다면 결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만족해 했다.

물론, 대입시험을 위한 준비과정이 아니기에 소위 명문대학으로 진학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명의 첫졸업생 중 11명은 대학에 진학했다. 대부분 사회학, 교육학, 예술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시민단체에 들어가 일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대학 2학년생이 된 한 졸업생은 "교육현실을 개선하고 우리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게 되도록 일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 교장은 "학문에 치우친 교육보다는 개개인의 아이에게 맞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엔지니어나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모두 대학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예술가나 기업가, 요리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도 많다. 사실과 숫자 암기를 강요당하는 아이들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양희창 교장은 "우리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완전한 개성체, 성인으로 대한다"고 말한다.
그는 "간디학교가 모든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부모와 학생의 선택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정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이유**

교육부도 대안학교의 취지는 인정한다. 지난 97년 대안학교에 관한 개혁법률이 마련되었기에 그 해에 간디학교가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11개 학력인정 대안학교에 대해 교육부는 "특별법은 고등학교 과정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간디학교에 대해 중학교 과정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학교에 해당하는 12~15세 학생들부터 대안학교 과정을 밞기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중학생까지는 정규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법에서도 대안학교를 고등학교 과정에 한정시킨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2000년 8월 감사에서 학교측이 고교과정에 지원된 재정을 인가되지 않은 중학과정의 운영에 사용한 사실 등을 경남도교육청이 적발해 중학과정의 해산을 지시한 데 이어, 학교 관계자를 고발하고 고교과정 교사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2천6백만원의 재정지원마저 끊었다.

현재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학교에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이 학교의 교장을 특별법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다. 유죄판결이 나오면 양 교장은 2억원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교육부 압력에 중학과정 신입생 모집 중단 **

이러한 압박에 견디다 못한 간디학교는 지난해 12월 중학과정의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중학과정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대신 55명의 재학생은 평생교육시설을 인가받아 학업을 마치도록 하고 고교과정의 재정지원을 다시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내린 결정이었다.

이 학교는 그동안 빚을 내 운영해 왔으나 교육부의 지원이 끊긴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비가 한달에 2만6천원 정도로 일반 학교보다 약간 많지만 여기에는 수업료과 기숙사비가 포함돼 있다. 당연히 적자를 면할 수 없지만 양교장은 학비 인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대신 교사들의 봉급을 삭감하고 기금 모금에 들어갔다. 임금삭감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한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려는 꿈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12년간 공립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다.

양 교장도 "중학교 과정없이 고등학교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년 동안 정규과정을 거친 학생이 대안학교에 적응하기는 힘들다는 것. 양 교장은 계속 투쟁해 나갈 생각이다. 단지 간디학교만의 일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연, 간디학교의 혁명적 실험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교육부가 계속 제동을 걸 경우 일개 학교 차원에서 지속적 교육개혁을 실험을 하기란 여간 벅찬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 '교육 문제'가 가장 시급한 개혁현안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육부는 보다 탄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대다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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