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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후진타오의 치열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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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후진타오의 치열한 신경전

후진타오, 자신의 실체 밝히지 않으려 해

21일 중국의 장쩌민(江澤民)주석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후진타오(胡錦濤)국가 부주석이 가까운 장래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장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부시 대통령에게 국가 지도자들을 소개하는 자리에는 후 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중국 관측통들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다.
"부시의 이번 중국방문은 차기지도자로 내정된 후진타오가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탐색하기 위한 것이 핵심"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할 정도로 부시가 가급적 많이 만나보기를 갈망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실체 파악에 미국 전전긍긍**

얼마전 후진타오를 공식초청한 바 있는 미국은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의 단독회동을 중국측에 강력히 요청했으나 중국은 이를 장주석의 권위를 훼손시키기 위한 것으로 간주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국의 차기지도자로 확정될 것으로 알려진 후진타오에 대해 미국은 '아는 바 없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982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유리 안드로포프가 취임했을 때도 미국은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전전긍긍했다. "안드로포프는 스카치 위스키와 재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개혁파임에 틀림없다"는 어설픈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후진타오에 대해서도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유럽 5개국 순방 때에도 후진타오는 서방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후진타오는 부시가 중국방문전 미국으로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 대응을 자제했다.

세계 최강의 지도자 부시가 만나자는데 선뜻 응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언론에 최대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권력을 잡으려 하는 반면, 중국정치체제에서는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 등을 모호하게 전하면서 정적으로부터 가능한 한 목표로서 노출이 되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유럽 순방 때 그를 지켜본 외교관들은 후진타오가 1949년 공산당 혁명 이후 공산당 1인 지배적 권력구조와 경직된 정치체제를 개혁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진타오가 정치개혁에 정확히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외교관측통들은 당 총서기로서 후진타오는 급변하는 사회경제를 대처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정책에 있어서 그는 중미관계와 대만문제에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공식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CEO로서 후진타오 평가 엇갈려**

그러나 경제문제에 있어서 후진타오의 역량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이 심각한 부실에 시달리는 금융, 관료부패, 피폐한 농촌 경제 등 부정적인 늪에 빠져버릴 것인지, 아니면 탄력적이고 적극적인 개혁적 정부의 지지를 받아 세계경제의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것인지는 앞으로 10년간에 판가름난다는 것이 중국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 시기를 후진타오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의 관심이 지대한 것이다.

중국은 주요기업들은 대부분 국영이며 공산당은 국영기업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공산당 자체가 하나의 거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매출 1조 달러의 '초거대기업' 중국의 오너인 셈이다. 때문에 공산당의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향후 경제정책이 달라진다.

유럽 순방시 후진타오 스스로 전문가는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유럽 고위관료들과의 토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후진타오에 정통한 중국고위관계자는 후진타오가 "현재의 문제해결책을 과거에서 찾기보다는 시대상황의 요구를 존중해 이를 위한 개혁과 변화를 지지 격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경제정책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후진타오는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르기보다는 국가지도에 의한 경쟁체제가 중국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큰 그림을 그릴지는 미지수**

2003년부터 시작될 그의 임기 5년 동안 후진타오에게 주어진 과제로는 WTO 가입 조건을 이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시도하고 있는 중국의 서부개발이 후진타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분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체제의 미세경영에 크게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가 정치에서는 개혁적일지 몰라도 경제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참모였던 이선즈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진타오와 그의 측근들에게 새롭거나 흥미로운 사고방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중국은 전체주의 사회로서 매우 부패해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공산당 지배체제를 끝내는 것만이 중국이 발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소련이 안드로포프가 집권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무너진 것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5대 파벌 권력투쟁이 변수**

지난해 10월 말 9.11 테러 이후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서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서 차세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후진타오는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차세대 지도자로 일찌감치 낙점을 받았으면서도 장쩌민주석의 10여년 집정 기간에 단 한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아직 후진타오가 정식으로 차기지도자로 임명된 것이 아니기에 권력투쟁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중국전문가 류우이샤오(劉銳紹)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에는 5대 파벌이 있다. 장 주석과 주 총리 라인으로 연결되는 상하이방,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의 공산청년단(共靑團), 쩡칭훙(曾慶紅)정치국 후보위원 등이 중심이 된 태자당(太子黨),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개혁 반대 세력인 보수파, 당내 민주화를 주장하는 리루이환(李瑞環) 정치협상회의전국위원회 주석 등이 모여있는 개명파(開明派) 등이다.
상하이방은 중앙정치국의 상무위원회(7명)에 4명이나 포진시킨 막강 파벌이다.

국가주석과 권력서열 1위인 당총서기를 승계할 것이 확실시되던 후진타오에 대해 최근 후진타오와는 경쟁 관계인 쩡칭훙이 당 총서기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 출신인 그는 짱저민의 직계이며, 당원로 쩡산의 장남으로 태자당의 일원이다. 장쩌민 주석은 덩샤오핑처럼 중앙 군사위 주석을 맡으며 수렴첨정을 하고 국가주석 자리만 후에게 물려준다는 구도다.

후진타오가 부시의 구애에도 몸을 도사리고 있는 이유를 엿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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