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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타임워너 '합병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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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타임워너 '합병 실패작'

시너지효과 상실로 시가총액 반토막

세계적인 흥행대작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의 제작사는 모두 AOL 타임워너 소속 계열사이다. AOL 타임워너는 2000년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탄생한 1천2백10억달러짜리 세계최대의 미디어제국이다.

뉴 라인 시네마가 제작한 <반지의 제왕>은 지난 10월 개봉돼 미국에서만 이미 2억4천6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작인 워너 브라더스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도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 상실로 시가총액 반토막**

이런 소식만 들으면 AOL타임워너의 위세에 모두 숨을 죽여야 마땅할듯 하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AOL타임워너가 합병 이후 새로운 미디어 사업개척에 실패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려 세계 미디어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혹평을 내리는 곳은 이코노미스트뿐이 아니다. AOL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격주간 경영전문지 포츈조차 "올해 AOL 타임워너는 포천 5백대 기업에서 가장 적자가 많은 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단행된 AOL과 타임워너간 합병은 세계 미디어산업계를 재편하는 중차대한 신호탄이었다.

첫 번째는 그 규모다. 합병을 통해 경쟁업체인 바이어컴보다 2배이상 덩치가 커졌다. 다른 미디어업체들은 그야말로 덩치에 밀려 목숨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뉴스 코프가 위성방송사인 다이렉트TV를 인수하려고 눈독을 들였거나 프랑스 미디어그룹 비방디 유니버설이 미국 배급망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AOL 타임워너에 대항하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졌다.

두 번째는 AOL 타임워너가 신구(新舊) 미디어 매체간의 이상적 결합으로 미디어산업의 새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보인다.
지난해말 제리 레빈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리처드 파슨스는 "2001년 매출이 예상보다 낮은 3백80억 달러로 2000년보다 5% 늘었을 뿐"이라고 밝히면서 “그동안 부담스러운 목표를 세웠으나 올해부터는 달성가능한 목표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합병이 발표된 이후 현재 AOL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디즈니보다는 많지만 야후보다는 적은 규모다.
이는 월스트리트에서 AOL 타임워너의 시장지배력보다 그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지배력 측면에서 보면 AOL 타임워너의 위세는 대단하다.
우선 다른 컨텐트 제작사가 이 회사의 배급망을 이용하려면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AOL 타임워너는 워너 케이블, HBO, WB네트워크, AOL 등의 채널을 통해 1억4천7백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너 뮤직 그룹, 워너 브라더스 영화사와 TV, 타임 등 계열사가 외부 채널을 통해 자체 제작 컨텐트를 보급하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AOL 타임워너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MS와 사활건 전쟁**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합병으로 얻으려 한 것은 이런 시장지배력이 아니었다. 인터넷 활용과 스티브 케이스를 위시한 AOL 출신의 기업가 정신으로 타임워너의 다소 침체된 기존 미디어 자산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미디어산업으로 AOL 타임워너가 지향한 것은 TV, 음악, 영화 등 기존의 컨텐트를 합쳐 현란한 멀티미디어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앞의 두 영화가 이런 시도의 산물로 AOL 타임워너에게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려주었지만 그 자체가 AOL타임워너의 시너지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3천만명이 넘는 AOL의 회원과 배급망이 타임워너의 합병목적이었으나 결과는 단지 배급력을 높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AOL타임워너는 마이크로소프트(MS)대로 반독점소송을 제기했다. AOL이 지난 99년 42억달러에 사들인 넷스케이프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넷스케이프는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인터넷브라우저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20% 이하로 뚝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컴퓨터 운영체체의 90%를 차지하는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묶어 공급함으로써 경쟁을 침해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MS측은 AOL 타임워너가 시장보다는 법원에서 경쟁하려고 한다고 비꼬았다.

이코노미스트지도 “AOL의 이번 제소는 이 미디어 제국의 힘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내적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OL과 MS는 디지털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생존을 담보로 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재 AOL 타임워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음악, 비디오, 메신저 등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저지하고 AOL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윈도XP에 탑재할 메신저 선택에 대한 의견충돌로 사이가 멀어지면서 지금은 치열한 경쟁자가 됐다.

이 사건은 거대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기존방식의 컨텐트 제작과 마케팅의 자급자족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AOL 타임워너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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