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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업의 4가지 생존조건

조직 슬림화, 유연성, 브랜드 가치, 그리고 인재

미래의 기업형태에 대한 숱한 논의가 있어 왔다.
국가를 능가하는 초(超)국가기업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네트워크기업, 브랜드기업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미래학자나 경영학자들이 전망한 미래기업의 형태는 다양했다.

그러나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과 벤처 붐이 시들해지면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새로이 시작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신년 특집으로 최근 미래의 기업 형태에 대한 스페셜 리포트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제시한 기업의 4대 생존조건은 슬림화,유연성,명성,재능이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불황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고 있는 국내 기업인이나 직장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판단돼, 그 요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기존의 3가지 미래기업 형태는 초국가기업, 브랜드기업, 네트워크기업**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는 지난 1967년 펴낸 <신산업국가(The New Industrial State)>라는 저서에서 당시 ‘주식회사 미국’이라는 국가가 자동차 빅3, 철강 빅5 등 독과점 기업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고 묘사했었다.
실제로 당시 이들 기업은 모두 미국이 소유한 회사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으로 크게 변모했다. 대량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표준화에서 다품종 생산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경영조직도 상당히 수평화시켰다. 특정 조직에 평생 몸담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으로 볼 때 미래의 기업형태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흔히 3가지 답변이 준비되어 있다.

***초국가기업론의 허와 실**

하나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주로 내세우는 것으로 케임브리지대 노리나 허츠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몇 개의 거대기업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침묵의 점령자’로 등장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년간 기업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 살아남는 기업은 웬만한 민족국가보다 강력한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가 지적했듯 허츠 교수의 주장에는 사실에 대한 오류가 있다. “세계 1백대 경제권 중 51개가 기업”이라는 그녀의 주장은 통계 해석이 잘못된 것이다. 기업은 매출액으로 따지고 국가경제는 국내총생산(GDP)로 측정했는데, GDP는 부가가치의 합계로서 기업의 수익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0년대 미국의 텔레비전과 자동차 시장은 각각 3두 지배체체였다. 각 시장마다 3개 기업이 약 90%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오늘날 빅3는 합해봐야 절반 가량의 시장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미래형 산업이라고 상황이 나을 게 없다. 컴퓨터 하드웨어, 컴퓨터 소프트웨어, 장거리 전화 사업에서 5대기업이 전세계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88~98년 사이에 각각 15~30%포인트 감소했다.

***브랜드기업론의 허와 실**

두번째, 이러한 점에서 미래에 거대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주장과는 정반대로 거대기업이라는 형태는 앞으로 사라진다는 의견도 있다. 컴퓨터를 판매하는 모노레일사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공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물류창고도 없다. 즉 물적 자산이 하나도 없다. 이 회사는 애틀랜타에 있는 오피스 빌딩의 한 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을 뿐이다. 제품 디자인도 프리랜서가 한다.

고객이 무료전화를 걸면 바로 페덱스로 연결되고 페덱스에서는 컴퓨터 조립회사에 연락을 한다. 페덱스는 완성된 물건을 배달하고 모노레일의 주거래은행인 선트러스트 뱅크에 대금청구서를 보낸다. 이 회사는 몇 명이 모여있는 일종의 기획회사일 뿐이다.

193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는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회사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비용보다 시장의 거래비용이 클 때 회사의 존재의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균형이론은 현대의 기술발전으로 거래비용이 감소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제 회사들은 월등히 뛰어난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아웃소싱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영향력이 축소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경영학자 케리 하멜과 C.K 프러핼러드는 회사는 돈주고 살 수 없는 특정한 ‘핵심역량’을 갖고 있으며 보통 이는 '문화적 성격'을 띤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회사의 존립에 중요한 지식을 갖고 있는 대상이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이를 끌어들이게 되어 있다.

***네트워크기업의 허와 실**

세 번째 전망은 두 번째 주장과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 회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재벌이나 중국의 거대 가족기업연합 같은 형태도 네트워크의 일종이다. 이러한 것은 동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상호출자로 이루어진 기업군을 볼 수 있다.
이제 회사들은 협력업체, 소비자 심지어 경쟁사들과의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있다. 1990년대말 부즈-앨런 & 해밀턴의 연구에 따르면 이전 10년간에 비해 미국의 기업간 제휴는 25%나 늘었다고 한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은 더 심하다. 리엔지니어링 바람을 일으켰던 마이클 해머는 그의 신간 <명제(The Agenda)>에서 “기업은 자기의 정체성을 버리고 확대된 개념의 기업 속에 한 부분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은 외부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방책일 뿐아니라 ‘지식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식 노동자’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피터 드러커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 3가 구매공조체체를 구축한 것처럼 기업 생존에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수직적인 조직들은 ‘제휴 네트워크’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정해진 소속이 없는 일군의 기업가들이 마케팅 기획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에 아이디어를 팔고 다시 다른 기획에 착수하고 또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벤처 캐피탈에서 언제나 조달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경제에서 회사가 주축이 되지 않고 네트워크가 이를 대신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재벌같은 네트워크는 미래에 걸맞지 않는 것같다. 미국에서는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도 재벌 해체작업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기업간 제휴에서도 회사가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회사는 여전히 기업활동의 기초다.
회사는 법인격과 책임의 주체다. 네트워크는 오너십이나 책임성을 부여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이나 수익분배를 공동으로 하기 힘들다.

***미래기업의 4가지 생존조건, 슬림화.유연성.명성.재능**

이처럼 3가지 주장은 각가 미래의 기업 형태에 관해 정확한 답변이 되지는 못하는 것같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형태보다는 다른 면에서 기업의 미래를 전망해보는 것이 어떨까.

기업의 구조를 결정짓는 환경에 주목해보자는 것이다.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가장 좋은 구조를 선택하는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시장경제는 선택의 경우수가 무한대이고 보다 나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 쉬어진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량생산시대는 선택을 제한함으로써 비용을 낮추었다. 그러나 현대의 유연한 생산체계는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선택의 경우수를 늘리는 것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대에 하나의 구조가 언제나 다른 것보다 우월한 환경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지난 5년간 가장 성공적인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GE)같이 수많은 사업조직들이 퍼져있는 거대복합기업군이었다. 사업내용도 전구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GE처럼 경영을 잘 해온 기업을 살펴보면 극심한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의 구조를 결정하는 몇가지 특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다음의 4가지를 들 수 있다.

1. 조직의 슬림화: 제너럴 일렉트릭은 규모는 크지만 슬림화된 조직이다. GE가 보여주듯 의사 결정단계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2. 유연성: 피터 드러커는 1946년 제너럴 모터스에 대해 쓴 <기업의 개념>에서 주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마치 회사를 오너인 것처럼 경영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현재 미국의 대기업 중 어느 회장도 종업원은 물론 자기자신조차 종신고용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대신 경영진은 인력채용에 관해 전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3. 명성: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기 힘들어지면서 기업들은 브랜드와 이미지에 점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기업의 가치는 물적 자산이나 직원수보다는 브랜드 가치로 결정된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제품은 다른 회사에 하청을 주는 것이다.

4. 재능: 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 창조와 혁신의 능력이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시대이기에 맥킨지는 ‘인재 선발과 최고의 인재를 유지하는’ 전쟁이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한다. 지식노동자들은 한 회사에 풀타임으로 일하거나 한 회사에 충성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미래의 기업은 이러한 특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기업의 유연성과 슬림화는 주주들이 선호하는 특성이다. 노동자들은 재능이 존중받길 원한다.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혜택이 돌아간다. 소비자만이 어떤 특성이 강조되건 이익을 얻는다.

***민간기업이 공익기능까지 부담해야 할 듯**

굳이 미래의 기업형태를 규정하자면 지난 세기에 갖가지 도전에도 생명력을 보여준 주식회사가 미래에도 가장 강력한 기업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주식회사는 주주에게 유리한 체제다. 주주는 파산해도 소송당하지 않고, 원하면 주식을 팔수도 있고, 투자액 이상 잃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때 주식회사를 달갑지 않게 보았던 나라들도 주식회사 제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독일은 최근 5년간 기업공개 건수가 이전 50년간보다도 많았다. 이에 따라 이제 독일에서는 노동조합원보다 주주가 더 많아졌다. 이처럼 주식회사는 많은 곳에서 이제 번창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거래비용이 낮아지면서 미래에는 대기업들에 도전하는 소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돼 물적 자산이 없는 모노레일이나 수많은 사업단위로 분산된 제너럴 일렉트릭같은 다양한 조직이 일반화될 것이다.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이 기업경영에 또다른 변수가 된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민간조직에 정부의 역할을 많이 넘기는 대신에, 이들 민간기업에게 공익적 역할도 맡으라는 주문과 규제도 많이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사고 예방, 기업연금, 환경보호 등에 보다 많은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비용이 미국에서만 2천8백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로체스터 기술연구원의 토머스 홉킨스는 실제로는 이 비용의 3배가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것이 미래의 기업경영에 위협적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 선도적 기능을 하는 기업은 차별화에 성공, 미래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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