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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금융공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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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금융공황' 우려

과도한 엔低, 미.일 무역전쟁 가능성도

엔화는 과연 어디까지 추락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1백40엔, 아니면 1백50엔?

최근 달러당 1백30엔선을 가볍게 돌파한 엔화의 무서운 추락기세를 보면 1백40엔도 더이상 마지노선이 못돼 보인다. 그렇다고 엔화가 무한정 추락행진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엔화가 계속 추락행진을 계속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자금이 일본열도에서 탈출을 시작하며서 주가 등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미온적인 일본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까지 겹쳐 '일본발(發) 금융공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국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엔저(低)를 허용할 것인지도 변수다. 지금은 엔저를 용인하고 있으나, 엔저가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미국 내수시장에서 미국 자동차기업 등이 일본세(勢)에 크게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엔저의 향배는 불확실하다. 문제는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대한 잠재위기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대 기축통화 가운데 하나인 엔화가 휴지값이 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정부의 노골적인 엔저 드라이브**

이번 엔저(低) 사태가 남다른 것은 일본 정부가 엔화매도를 주도, 엔저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중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3조2천1백7억엔(약 2백60억달러)에 달하는 엔화매각을 단행한 것도 일본 정부의 엔저 유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전 재무차관 등 일본의 통화전문가들은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35엔을 넘어 1백40엔선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엔화가 달러당 1백48엔선까지 떨어졌던 사례에 비추어 1백50엔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과감한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재계는 무조건 엔저를 즐기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 엔저가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수출업체는 이득을 볼 지 모르나,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이 교란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의 경우 “더 이상의 엔저는 일본기업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일단 엔저의 물결을 탄 뒤 일정 시점후에 엔화를 평가절상하려 해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과도한 엔저는 미.일 무역전쟁 발발할지도**

현재 미국은 엔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선까지는 불가피성을 용인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1백35엔선을 넘어선다면 미국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 선임 연구원 C.H. 콴도 “일본 수출업체들이 미국내 매출을 늘려야 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엔화와 원화 등 아시아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자동차시장의 일본, 한국 등 아시아자동차 시장점유율이 사상최초로 30%를 넘어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의 '빅3'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판에 엔화 등의 절하가 급속히 진행되면 미국과의 한차례 치열한 무역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쿠사이 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미즈노는 “일본의 수출품 원자재 40%를 아시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제품의 제조 원가를 높일 수 있다"면서 엔저가 일본 경제에 기대만큼 효과를 주지도 못하면서 미국과 아시아 주변국 등과 갈등만 크게 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위앤화는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듯**

일본의 급속한 엔저를 촉발시킨 주범은 중국이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수출시장 잠식이 일본의 올해 무역흑자를 전년대비 40%나 줄였고, 그결과 지난 4월부터 일본은 중국에 대해 집요하게 위앤화 평가절상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올 1∼10월 대일 무역수지에서 중국은 2백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의 성장세는 가공스러웠다
중국의 답은 그러나 단호한 'NO'였다.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는 얼마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경제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밝혀 일본이 엔저를 유도하면서 위앤화를 평가절상하라는 압력을 가하는데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은 94년 1월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한 뒤 달러당 8위앤대(26일 현재 달러당 8.27위앤)를 고수해 왔다.
파이낸스아시아지도 최신호에서 중국 정부가 위앤화를 평가절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보도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도 중국정부가 향후 1∼2년간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구조의 원활한 조정 등을 위해 위앤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지난 25일 위앤화 환율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전후한 위앤화 전망을 분석한 결과, 평가절하를 예측한 기관이나 전문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불황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마지막 수단으로 엔저를 들고 나온 이상, 엔저는 누구도 컨트롤하기 힘들 정도로 큰 폭으로 진행되고 그결과 위앤화는 물론 원화 등 대다수 아시아 통화의 동반 평가절하 사태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엔저가 '일본발 금융공황'이라 불리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을지, 지금 세계경제가 우려섞인 눈으로 일본을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정권교체를 이룩한 일본과 미국의 새 지도부가 금융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을 중시하며, 이같은 아마츄어적 정권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위기를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으로 확대재생산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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