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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부활의 신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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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벤처신화 부활의 신호인가"

박현주의 귀국, 손 마사요시의 마지막 도전 배경은?

유학 명분으로 미국에 나가있던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이달말 귀국하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한국계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재기를 위한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는 등 ‘벤처 1세대’들의 미묘한 행보가 다시금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때 국내외 경제계의 ‘신흥 재벌’ ‘젊은이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이들은 지난해 IT(정보통신) 거품이 꺼지자 이들을 믿고 돈을 맡겼던 많은 투자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찬연했던 명성이 바닥으로 급락, 그동안 거의 잊혀진 존재로 취급 받아왔다.

그런 만큼 이들의 최근 행보는 많은이들에게 “지금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과연 이들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말이 많았던 박회장의 유학 배경**

연초에 급작스레 미국으로 떠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출국후 열달만인 오는 27일 귀국한다고 20일 미래에셋이 밝혔다. 미래에셋측은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고 그동안 목표했던 일들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며 국내시장도 변곡점에 있는 등 시기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귀국하는 것”이라고 귀국이유를 밝혔다. 이유인즉 요즘 주가가 오르는 등 국내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있어 서둘러 귀국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사진1>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박회장이 ‘나가고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투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의 최고경영자과정 이수 및 선진금융기법 연구 등의 명분을 내세워 2년 체류예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박회장의 출국은 주위에서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돌출행동이었다. 출국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내에 국내에서 영업중인 50여개 증권사 가운데 5위권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지난해 3천5백억원에 그쳤던 공사채형 수탁액을 올해는 3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등 각종 의욕적 플랜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회장의 급작스런 출국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돌았다.

하나는, 저조한 투자실적에 따른 피신설이었다.
박회장은 증시가 뜨겁게 달구어졌던 지난 99년 자신의 이름을 건 뮤추얼펀드들이 1백% 넘는 수익을 달성한 데다가 벤처투자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른바 ‘박현주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다음해인 2000년에는 주가급락으로 ‘미래에셋 박현주1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펀드가 큰 손실을 보면서 주주들이 소집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지나친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박현주사장과 운용담당자의 재산이라도 내놓으라”는 주주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지난 1월말 ‘박현주7호’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뮤추얼펀드의 만기가 모두 도래하자, 이를 계기로 골치아픈 국내를 떠나 다시 장이 좋아질 때까지 해외에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는 해석이었다.

다른 하나는, 정치성 피신설이었다.
박현주 회장은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과 함께 외환위기후 가장 잘 나가던 펀드매니저였다.
이 과정에 많은 정치성 루머가 증시와 정치권에 나돌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 관련 정경유착 사건이 터지면서 그 정도가 심해졌다. 이럴 때마다 증시 언저리에서는 박회장의 이름이 거명됐고, 그 결과 서둘러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까지 ‘2년 예정’으로 미국행을 택한 게 아니냐는 게 당시 증시와 정치권의 해석이었다.

박회장과 함께 한때 증시의 쌍두마차로 통하던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도 지난 7월말 미국현지법인 KTB벤처스 회장으로의 부임을 이유로 석연치 않은 미국행을 단행, 정.재계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큰 장'을 놓치기 앞기 위해 서둘러 귀국한 것인가?**

해석이 이렇게 구구하다보니, 박회장의 급작스런 귀국과 관련해서도 서로 상반되는 해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나는, 순수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해석이다. 최근 증시상황이 개선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귀국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박회장은 미국체류 중이던 지난 10월15일 이례적으로 모 국내신문에 기고한 컬럼에서 향후 증시 전망을 낙관했다.

“현재로선 IT산업의 과잉투자는 실적악화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퇴출 과정을 통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좀 더 IT기업들이 퇴출돼야 주가가 본격 상승할 수 있으며, 이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강력한 통화.재정정책이 실시되고 있고 업종별로 과잉재고의 소진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경기는 궁극적으로 바닥권을 잡아갈 것이며, 그럴 경우 주가 역시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최근의 주가 회복을 예견한 듯한 글이었다.
이처럼 “주가가 바닥을 치려하고 있다”는 판단이 서자 ‘큰 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국을 서둘렀으리라는 게 시장 일각의 관측이다.

***"정치적 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게 박회장의 속뜻일 것"**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박회장의 이번 귀국에는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보다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회장과 한때 일을 같이 하기도 했던 한 펀드매니저는 21일 “박회장같이 감각이 좋은 사람이 요즘 잠시 주가가 오르고 있다 해서 장차 큰 장이 설 것이라고 판단해 귀국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해의 투자실적 저조와 석연찮은 미국행으로 투자가들 사이에서 박현주신화는 무너진 지 이미 오래”라며 “설령 장이 좋아진다 할지라도 그에게서 과거와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따라서 “박회장은 경제적 이유에서보다 요즘 다시 그를 둘러싸고 흘러나오기 시작한 정치성 루머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귀국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그는 “요즘 증시에는 야권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금명간 박회장과 여권간 유착 의혹설을 제기할 것이라는 등 박회장 관련 루머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며 “이같은 루머를 보고받았을 게 분명한 박회장이 ‘계속해 외국에 있다가는 제대로 해명도 못하고 누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서 귀국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과연 박회장의 진짜 귀국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박회장의 귀국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이 뜨거우며, 경제적.정치적 관점에서 향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비상한 관심을 모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 재산이 2년전의 4% 수준으로 쪼그라든 손 마사요시**

박현주 회장의 행보와 더불어 국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한때 세계 ‘벤처업계의 황제’로 불리던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최근 행보이다.
그의 행보는 단지 그가 한국계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을 제치고 세계 제1위의 갑부자리에까지 올랐던 벤처신화의 대명사였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2>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인터뷰를 겸해 손회장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8백여개 인터넷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손회장은 지난해 2월18일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시가총액이 6백80억달러에 달해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제1의 갑부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그후 주가가 폭락을 거듭해 현재 그의 자산은 27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주가가 최정상에 있을 때에 비해 자그마치 96%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여기에다가 손회장은 도쿄 전력(TEP) 및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공동투자한 무선인터넷서비스 사업 등 대형사업의 잇따른 실패로, 머들리 펀드사의 펀드매니저 표현을 빌면 “투자가들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진 존재”가 됐다.
또한 지난해 순익이 전년대비 3백34% 증가한 3백66억엔을 기록해 가능성을 보였던 영업실적도 올 상반기(4~9월)에는 5백50억엔의 적자로 급반전됐다.

이처럼 하는 사업마다 어려움을 겪자 손회장은 도쿄의 소프트뱅크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가 하면, 지난 10월에는 일본외의 대다수 해외지사도 폐지하는 등 극도의 감축경영에 들어섰다. 이에 한때 도쿄 증시에는 소프트뱅크의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손회장의 입지는 더없이 초라해졌다.

***일본통신 공룡 NTT와의 건곤일척**

그러던 와중에 손회장은 지난 6월 일본 IT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본 최대통신업체인 NTT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초고속통신망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회선)시장에 뛰어들어, NTT나 KDDI 같은 경쟁사들의 절반이라는 파격적 가격을 내세워 연말까지 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워낙 광통신망 보급이 뒤진 일본의 그 무렵 ADSL 가입자 숫자는 불과 18만명선에 그쳤다. 그런 만큼 손회장의 선언은 ‘무모한 도박’이며, 이 마지막 도박마저 실패하면 손회장은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 통신이 주목한 것은 과연 그후 손회장의 도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였다.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손회장은 “통신망 설치를 지켜보기 위해 매주 도쿄와 오사카 사이의 7백마일을 오고가고 있다”며 “나는 이 부문에서 이니시어티브(주도권)를 쥐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손회장의 도전은 각종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우선 가격경쟁력에서 장점을 상실했다. 소프트뱅크가 통신요금을 절반으로 낮추자 곧 경쟁사들도 같은 수준으로 낮추며 가격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소프트뱅크였다면 가격을 더욱 낮춰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했을 게 분명하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소프트뱅크 수중에는 그만한 자금이 없다.

그 다음, 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자금도 문제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에 따르면, 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경우 필요한 투자비용은 1천억엔에 육박한다.

최근 들어서는 기술 부문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경쟁사인 가트너 저팬은 “광케이블을 사용한 다른 경쟁사들의 경쟁 때문에 ADSL기술을 쓰는 초고속통신망 시장의 성장이 느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트너는 그 결과 오는 2005년이 돼봤자 인터넷 고속통신망 가입자는 일본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의 추정이 맞다면 소프트뱅크는 도산할 길밖에 없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처럼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승산이 있다”**

손회장은 이에 대해 “오는 2005년에는 일본 전체인구의 87%에 달하는 4천만 가구가 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국의 예를 보더라도 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잠재 성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손회장은 모국인 한국을 벤치마킹 모델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과연 일본이 한국의 뒤를 이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대국이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10년이상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있으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요즘 일본의 상황을 보면, 손회장의 도박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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