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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문 합법화. 비밀재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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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 고문 합법화. 비밀재판 추진

"미국이외는 야만이라는 미국의 야만적 사고"

“테러범들에 대한 고문을 합법화해야 한다.”
“테러범들은 비밀리에 항공모함이나 무인도 같은 데에서 재판을 연 뒤 처형해야 한다.”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한 말들이다. 과거 미국 흑인노예 시대에 KKK같은 극우인종주의집단이나 공산주의 집권초기의 인민재판관 또는 히틀러의 게슈타포에게서나 들었음직한 말들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평소 세계최고 권위매체라고 자부해온 미국 뉴스위크지의 중진 편집자와 ‘세계의 대통령’이라 자처하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핵심 수뇌부들이 최근 공개리에 한 말이다. 믿기지 않으나 믿어야 하는 현실이다.

<사진1>

***"고문은 惡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덜한 惡일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 ‘전쟁중’이다. 전쟁은 본디 잔혹한 법이다. 일상의 도덕률이 무참히 파괴되는 게 전쟁터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상황이 도덕률 재편을 생각해야할 정도의 극한 상황인가.
이 물음에 대해 지난 5일 뉴스위크에 ‘지금은 고문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컬럼을 쓴 중진 편집자 조나단 앨터는 당연히“그렇다”고 말한다. 미국 본토에서 민간인이 5천여명이나 죽었고 지금도 탄저균 테러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판인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신체 고문을 합법화할 수는 없다. ‘미국의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법원이 인가하는 심리적 심문 등 대테러 전쟁에 필요한 수단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위선적인 방법일지 모르지만 우리보다 고문에 대한 규제가 적은 동맹국으로 용의자를 이송하는 방법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듣기 좋은 말만 할 수는 없다.”

앨터는 원래 ‘초강경 매파(Super-Hawk)'라 불릴 정도로 우익성향이 강한 논객으로 유명하다. 워낙 극우적 성향이 강한 논객인만큼 이런 주장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러나 ‘미국내 반응’이다.

앨터는 지난 6일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내 글에 대한 항의편지와 전자우편이 쇄도하지 않은 데 놀랐다”며 “심지어 좌파로 간주되는 사람들까지도 내 의견에 동조해왔다”고 자랑했다. 할리우드에서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범들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의 <람보 4>편을 제작중이라 할 정도로 미국내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이 팽배한 상황이니 그럴만도 하다.

<사진2>

미국내 주류언론의 반응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뉴스위크가 앨터의 컬럼을 실은 데 이어, CNN방송은 토론 프로그램에서 “고문은 악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덜한 악일 수도 있다”는 보수 정치평론가 터커 칼슨의 말을 내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5년 필리핀당국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을 통해 얻어낸 정보로 미국민들을 겨냥한 테러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미국 과거 전쟁때처럼 시민들의 권리를 상당히 제한해야 할 것”이라는 역사학자 제이 위니크의 글을 실었다.

***"미국이외는 모두 야만이라 생각하는,미국의 야만적 사고"**

물론 이같은 주류언론의 위험한 논조에 대해 제동을 거는 미국 언론들도 있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컬럼니스트 스티브 채프만은 지난 1일자 ‘우리는 테러리즘을 멈추게 하기 위해 고문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고문의 합법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이기 마련"이라는 미국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 고문을 합법화할 경우 이것이 남용될 위험성이 있음을 엄중경고했다.

“고문을 허용하는 많은 국가에서 행정당국의 목적에 맞으면 언제든지 고문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스라엘처럼 고문에 관해 그 행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특이한 경우에도 예외규정이 남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시한폭탄’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이런 긴박한 경우 찬물에 집어넣거나 며칠간 잠을 못자게 한다는 등 ‘온건한 신체적 압력’을 용의자에게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공격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들의 취하는 고문은 사실 고문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제정후 얼마 가지 않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남용되었다. 고문에 대해 법원에 문제를 제기한 이스라엘의 한 인권단체는 이스라엘 치안당국에 의해 체포된 아랍인 85%(죄목도 없이 붙잡힌 많은 이들도 포함)가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고문 규정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2가지 면에서 관찰된다. 고문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온건한’ 압력이 때때로 ‘온건하지 않은’것으로 밝혀졌다. 10명 정도가 이런 고문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련된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세계적 인터넷 지성사이트로 유명한 살롱닷컴도 지난 16일자 ‘지금이 고문을 생각할 때인가’라는 컬럼에서 뉴스위크 등 미국 주류언론들의 위험한 사고를 “미국 이외는 모두가 야만인이라고 생각하는, 실로 끔찍한 야만적 사고”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같은 목소리는 주로 비주류 언론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 현실이다.

***테러범은 무인도나 항공모함에서 비밀재판후 처형**

미국은 지금 ‘고문 부활’만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다.
부시정부 차원에서 게슈타포 식의 ‘비밀재판’과 ‘비밀처형’도 적극 추진중이다.

‘지금은 고문을 생각할 때’라는 컬럼을 실어 세계를 경악케 했던 뉴스위크가 지난 19일 발매된 최신호에 또 하나의 충격적 기사를 실었다.
“미국 정부가 테러범 군사재판 회부에 관한 관련문서의 규정을 토대로 비밀리에 외국 테러범에 대한 기소와 선고, 형 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라는 보도였다.

<사진3>

부시대통령은 지난 13일 테러범을 민간법정 대신에 특별군사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령에 서명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이후 처음 도입되는 훈령으로, 의회 동의없이 관련부처의 준비만 완료되면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뉴스위크는 부시대통령의 훈련 서명직후 과연 어떤 형태로 특별군사재판이 진행될 것인가를 취재하던 중 미국 법무부의 비밀 법률메모를 입수, 현재 부시정부가 추진중인 비밀재판. 비밀처형 계획의 일부를 밝혀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관리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이 시작된 뒤 몇주후 부시대통령이 체포한 테러범들을 심판하기 위한 군사법정 구성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부시는 이 유권해석에 기초해 테러범들을 민간법정 대신 특별군사법정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훈령에 서명했다.

법무부 관리들은 “테러범에 대한 군사재판을 항공모함이나 무인도 같은 데서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이 비밀군사재판 구상은 부시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정권시절 법무부에 의해 최초로 제기됐던 것으로, 그의 아들대에 이르러 현실화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살롱닷컴은 이와 관련, 미국이 테러전쟁을 명분으로 세계인들의 인권을 "강탈(HIJAKED)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테러범들을 민간법정에서 공개재판할 경우 자칫 미국의 치부가 드러나거나 테러범들이 영웅시될 것을 우려, 비밀재판후 처형이라는 초법적 발상을 현실에 옮기려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쿼바디스, 부시?”**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발발 직후 이번 전쟁을 “선과 악의 대결”이자 “정의의 전쟁”이라 정의 내렸다. 테러행위를 “등 뒤에서 총을 쏜 비겁한 행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보안관’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레이건의 뒤를 이어 통치하던 시절, 세계언론은 미국정부를 ‘람보정권’이라 불렀다. 은연중 비아냥이 섞인 평가였다.
소련과의 냉전을 비롯해 걸프전쟁 등 일련의 국제분쟁을 ‘힘’으로 밀어부친 결과였다. 소련등과의 소뿔싸움에 여념이 없던 미국은 그 와중에 일본에게 경제주도권을 빼앗기고 한때 2류국가로 급락하기 직전의 절대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의의 보안관’ 부시도 지금 국제사회에서 부친과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면에서 '아들 부시'는 '아버지 부시'를 능가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취임후 클린턴정부 시절 국제사회와 체결한 각종 국제협약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했으며 자신의 가문도 기업체를 갖고 있는 석유자본을 위해서는 ‘기후협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또한 자신을 적극지원한 미국 군수산업체들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미사일협정을 파기한 채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중이다.

부시는 이어 이번에는 테러전쟁을 이유로 지난 84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됐고 87년 6월부터 발효된 ‘고문방지 협약’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쿼바디스, 부시(부시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지금 세계가 미국에게 던져야 할 물음일 것이다.

***세계인권단체들의 ‘이례적 침묵’**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지금 미국에서 진행중인 ‘고문 부활’ ‘비밀재판’ ‘비밀처형’ 같은 반인권적 움직임에 대한 주요 세계인권단체들의 ‘이례적 침묵’이다.

전세계 언론이 연일 보도하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을 몰라서인가, 아니면 다른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가.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지는 이와 관련, “인권단체들이 고문에 대한 논란 제기가 고문 합법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공론화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궤변이다.

일각에서는 “과거에도 세계 주요인권단체들은 개발도상국의 인권 문제만 크게 부각시켰을뿐, 미국등 이른바 선진국의 인권 문제는 문제삼지 않아왔다”고 힐난하고 있다. 또한 중국 등 미국의 주된 인권공격 타깃이 돼온 나라들도 마찬가지 반론을 펴왔다. 이런 기괴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감히 남의 나라 인권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부시정부의 반인권화 움직임이 단지 미국내 문제 차원이 아니라 세계 인권 상황에도 극히 퇴행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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