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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 불신임안 부결…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가능성?

노동당, SNP·자유민주당과 제2 국민투표 추진 전망…실패시 '노 딜' 우려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부결된 지 하루만인 16일(현지시간) 야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이 다시 부결됐다.

이해 관계에 따라 여당과 야당이,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다음주 초 제시할 '플랜 B'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관건이다.

이마저도 의회 설득에 실패한다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열어 다시 한번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英 하원, 24년만에 정부 불신임안 표결

지난 15일 열린 하원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은 찬성 202표, 반대 432표 등 230표차로 부결됐다.

노동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등이 반대표를 던진 데 따른 것이다.

합의안 부결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날 실시된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표결은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부결됐다.

전날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했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번에는 메이 총리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에서 정부 불신임안이 표결에 부쳐진 것은 1994년 존 메이저 총리 시절 이후 약 2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정부 불신임안 통과를 통해 조기총선을 개최,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정권을 잡겠다는 노동당의 계획 역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총선은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조기총선 동의안에 찬성하거나,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인 2011년에 통과된 '고정임기 의회법' 이전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실시는 총리 권고에 따라 여왕이 결정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법 시행으로 의회의 5년 임기를 보장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조기총선이 실시된다.

정치적 목적의 잦은 의회 해산을 줄이는 한편으로,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는 두 가지 요건을 규정, 의회 고정임기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한 셈이다.

지난 2017년 테리사 메이 총리는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조기총선 동의안을 상정, 의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선거를 개최한 바 있다.

◇ 메이 '플랜 B'에 관심…야당은 제2 국민투표 추진할 듯

이번 불신임안 부결로 메이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자리를 지키면서 앞으로도 브렉시트 정책을 이끌게 된다.

메이 총리는 표결 결과가 전해지자 당장 야당 지도부와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같은 논의를 통해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면 이를 EU와 논의하겠다고 입장이다.

아울러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안(business motion) 개정안을 존중,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플랜 B'에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그중에서도 의회의 반발이 가장 심했던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해 어떤 변화를 가할지가 주목된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러한 이유로 합의안을 반대한 만큼 이들을 설득할만한 '플랜 B'를 내놓은 뒤 다시 승인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랜 B'에 대한 2차 승인투표마저 부결될 경우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 딜'을 우려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정부가 제시한 '플랜 B'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메이 총리가 대화를 제의하자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전제조건으로 정부가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에 이어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역시 대화 참여 전제조건으로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 및 제2 국민투표 개최를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불신임안 부결로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방안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당은 지난해 연례 전당대회에서 브렉시트 전략과 관련해 우선 조기총선을 추진하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제2 국민투표를 비롯한 모든 옵션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그동안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코빈 대표 역시 최근 조기총선이 열리지 않는다면 "국민투표 캠페인 옵션을 포함한 모든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35석과) 4당인 자유민주당(11석)은 이미 '노 딜' 브렉시트 위험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노동당과 보수당 내 EU 잔류 지지 의원들이 가세하면 제2 국민투표 개최 가능성은 한층 커지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영국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오는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EU에서 탈퇴가 예정돼 있다.

의회에서 제2 국민투표 실시를 결정하더라도 투표 캠페인과 준비 등에 최소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브렉시트 시점 연기가 불가피하다.

제2 국민투표 선택지를 놓고도 난항이 예상된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과 '노 딜'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 EU 잔류 여부까지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메이 총리의 '플랜 B', 야당의 제2 국민투표 시도 등도 무산될 경우에는 '노 딜'이 현실화할 수 있다.

다만 경제 및 안보 충격이 불가피해 영국 내 EU 탈퇴파와 잔류파에 관계없이 '노 딜'만은 피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만큼 그 이전에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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