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의 관련법 통과 지연으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2학기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자, 국회에서는 이 제도의 법안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여야는 일단 11일 법안심사소위원회 공청회를 거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 및 한국장학재단설립법 개정안 등을 확정·의결한 후, 12일 전체 회의를 통과시켜 15일 본회의 처리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등록금 상한제의 시행 방법이 '최대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여야는 줄다리기 끝에 지난달 31일 한나라당이 제시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등록금 액수 상한제'를 잠정 합의했지만, 당장 교과부를 비롯한 정부는 등록금 상한제의 시행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 '상한 방법' 놓고 논란 가열 조짐
현재 논의 중인 등록금 '상한'의 방법은 크게 3가지. 먼저 한나라당이 제시한 '인상률 상한제'가 있다. 이는 지난 3년간의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 이내로 국·공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사립대의 경우 제한하지는 않되 1.5배를 넘을 경우 인상 근거를 밝히고 초과되는 금액만큼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을 제한한다.
이에 맞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등록금 '액수 상한'을 주장해왔다. '액수 상한'의 방법은 두 가지로, 등록금 원가를 책정해 상한선을 정하는 '원가 연계형 상한제'와 가계 소득의 일정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소득 연계형 상한제'가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민주당 안민석·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가계 소득 연동형 등록금 상한제' 내용을 담고 있다.
'등록금 액수 상환제' 없이는 법안을 상정할 수 없다는 이종걸 교과위원장(민주당)의 '버티기' 끝에 여야는 결국 이를 잠정 합의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가 상한제 자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역시 가계 소득과 연동한 등록금 상한제에 번번이 퇴짜를 놓으면서, 상한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등록금넷 "가계 소득과 연동한 등록금 상한제 도입해야"
이에 전국 550개 학생·학부모·시민단체로 구성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 소득 연동형 등록금 액수 상한제가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며 이 방안의 시행을 재차 촉구했다.
▲ 등록금넷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시행 방안과 이법 과정 논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이 자리에서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제재 장치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는 물론이고, 가계 소득과 연동된 등록금 상한제 도입으로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며 "고등 교육 지원 예산을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점차적으로 확대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이어서 "현재 각 대학의 등록금 원가 산정 방식이 불투명한 점을 고려한다면, 원가 연동형 상한제 역시 적절치 않다"며 "설사 원가 연동형 상한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이는 반드시 등록금 원가를 꼼꼼히 검증하는 장치와 절차를 법안에 명문화한 상태에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의 강남훈 부위원장 역시 "정부가 등록금 상한제를 반대하는 시각에는 사립대가 사적 재화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담겨 있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교육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며, 사립대 역시 재정적 지원을 통해 정부가 고등 교육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문제, 정쟁 수단으로 사용돼선 안돼"
등록금넷은 야당의 '발목 잡기'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1학기 시행이 불투명해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여야의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등록금넷은 "정부가 애초 내놓은 시행 방안은 대학생들을 오히려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부실한 제도였을 뿐만 아니라, 제출 시기 역시 11월로 정기 국회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며 "여야 합의 끝에 1학기 시행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정부는 이를 연기시켜 그 책임을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등록금 문제가 여야의 정쟁 수단이 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대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최종적으로 입장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등록금넷은 △폐지된 저소득층 장학금과 소득 7분위까지의 이자 지원을 유지·확대할 것 △이자율을 정책 금리인 3퍼센트 이하로 책정하고 단리로 적용할 것 △저소득층 생활 지원비 지급 기준에서 수능 등급을 폐지할 것 △전 대학에 등록금 금액 상한제를 도입할 것 등을 최종적으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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