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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석유자본의 대통령"

유가 급락 막기 위해 석유비축량 증대

“조지 W 부시는 미국의 대통령인가, 아니면 석유자본의 대통령인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가 얼마 전 뉴욕타임스 컬럼에서 한 말이다. 부시대통령이 환경문제 등을 뒤로 제치고 유전 개발에 앞장서는가 하면, 고유가 정책을 지지하는 등 친석유재벌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목을 비아냥댄 말이다.
이처럼 평소 ‘석유자본의 대통령’이라 비난받아온 부시대통령이 이번에는 폭락을 거듭하는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의 하나로 미국의 석유비축량을 사상최대 규모로 늘리는 작업에 나서 또다시 힐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시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비용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해 현재 5억4천4백만배럴인 석유비축량을 최대 저장능력 한계인 7억배럴까지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석유비축량은 석유수입이 중단될 경우 53일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부시는 이를 70일대로 끌어올려, 아프가니스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국가들의 석유수출량 감축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뿐, 실제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게 국제경제계의 분석이다. 다름아닌 유가 폭락 방지이다.

***유가 폭락 막기 위해 석유비축량 증대 긴급지시**

부시의 석유비축량 확충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비엔나에서 회의를 연 석유수출개발기구(OPEC)는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동참을 전제로 내년 1월1일부터 하루 1백50만배럴씩을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데 따른 비상조처였다.

OPEC의 발표가 나오자 비회원국인 멕시코와 오만 등이 15만배럴을 감산하겠다고 약속해왔으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최대 산유국 자리를 차지한 러시아도 종전의 감산 반대 입장에서 ‘재고’하겠다는 입장으로 태도를 바꾸는 등 일단 OPEC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최근의 잇따른 감산조치로 OPEC의 세계 원유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말의 40%에서 올해 34%로 급락하는 등 OPEC의 영향력이 급감하고 있으나, 일단은 더 이상의 유가급락을 막기 윟해 OPEC의 제안에 따르기로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아 부시정부와 석유메이저 등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유는 요즘 국제원유 소비량이 지난 84년이래 최대 둔화폭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요인은 9.11테러였다.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어려워 석유수요가 급감하고 있던 터에 9.11테러로 민항기 이용객의 급감에 따른 항공연료 소비량 급감 등 각종 악재가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OPEC의 알리 로드리게츠 사무총장은 “항공연료 소비 감소가 겨울철 난방연료 수요 증가를 상쇄할 전망”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우디 등 친미 산유국정권 디폴트 위기 직면**

이같은 석유소비 감소의 일차적 피해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친미 중동산유국들이 되고 있다.

세계최대 산유국이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잇따른 감산조치로 최근 러시아에게 최대산유국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사우디의 심각한 재정악화다. 누적 재정적자가 심각한 사우디는 지난 98년말 세계최대 석유소비지역인 아시아의 외환.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격감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까지 폭락하자 디폴트(국가도산) 직전의 위기에 몰린 악몽같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사우디 정부는 내년에 최소한 50억달러의 추가 재정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는 현재 생산능력의 30%를 방치할 정도로 올 들어서만 네 차례나 감산조치를 주도하는 등 유가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이같은 친미 산유국들의 위기는 곧바로 엑슨모빌 등 대형정유 메이저와, 부시대통령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텍사스 등의 미국 석유자본들에게 연쇄적으로 위기를 전염시키고 있다. ‘아프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국가들의 석유감산 우려’라는, 요즘 산유국의 침통한 분위기와는 전혀 무관한 명분에 따른 부시대통령의 미국 석유비축량 증대 지시는 이같은 세계 석유자본의 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는게 국제석유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부시가 취임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알래스카 유전개발**

부시의 ‘석유자본 감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직후부터 그는 노골적인 석유자본 감싸기로 부단히 구설수에 올랐다.

부시는 지난 5월17일 알래스카 유전개발안을 골자로 하는 새 에너지 정책을 발표, 전세계 환경운동가와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새 에너지 정책의 골자는 현재 미국의 에너지상황을 ‘위기’로 규정한 뒤 “앞으로 20년간 석유 33%, 천연가스 50%, 전력 45%의 소비증가가 발생해 심각한 에너지 부족상황이 예상되므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부시는 이런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알래스카 야생동물보호지역을 포함한 국토의 31%에 달하는 연방정부 소유 토지에서 석유,가스 채굴을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부시 발표에 대해 미국 석유자본들은 “미국이 비로소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갖게 됐다”고 대환영했다. 이들은 그동안 수차례 개발시도가 저지된 알래스카 개발과 관련, 알래스카의 석유가 하루 60만배럴씩 47년간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인만큼 얼마 안되는 야생동물 보호를 명분으로 개발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부시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석유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그 역시 지난 91년 알래스카 개발을 추진하다가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은 환경단체와 유럽연합,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월1일 하원에서 알래스카 유전개발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딕 게파하트 하원의원 등이 “부시대통령과 공화당 하원 지도자들이 일부 이익단체에 최대의 혜택을 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반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석유자본과의 정경유착설**

부시와 석유자본의 정경유착설은 그후에도 부단히 제기됐다.

미국의회 조사기구인 회계감사원(GAO)은 지난 6월22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부시정부의 새 에너지 정책 수립과정에 에너지 정책팀이 광범위하게 접촉한 석유, 가스, 전력 등의 업계인사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지 한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피하고 있는 체니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니는 지금까지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GAO의 명단제출 요구는 “체니의 에너지 정책침이 공화당에 기부금을 낸 에너지업계 인사들을 주로 접촉한 결과,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이들 주요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제기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로 부시대통령은 대통령선거 기간동안에 석유자본으로부터만 5천만달러의 거액을 정치자금으로 후원받았던만큼 개연성이 높은 정경유착 의혹이었다.

***“아프간 공격도 카스피해의 석유를 겨냥한 것”**

영국의 일간지 미러는 지난 10월29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사기’라며 “영국군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심에 속아 용병 노릇을 하고 있다”는 1면 톱기사를 썼다.
미러의 주장인즉, “아프간은 미국의 석유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미국의 한 외교관 말을 인용하며 “부시대통령이 카스피해 연안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9.11테러 직후 아프간과의 전면전을 앞장서 주장한 ‘매파’이자 그후 실제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체니부통령은 에너지팀 최고 책임자로서, 오래 전부터 아프간 북부의 카스피해 연안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미국이 확보하기 위해선 아프간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처럼 취임이래 초지일관 석유자본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정책을 펴오고 있다. “과연 그는 미국의 대통령인가, 아니면 석유자본의 대통령인가”라는 폴 크루그먼의 지적이 피부에 와닿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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