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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대통령, 웬 칙사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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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시 전대통령, 웬 칙사대접?

강연 참석자에게 거액 후원금 요구

미국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테러전쟁에 여념이 없는 아들 조지 W. 부시 현대통령 못지않게 동분서주 바쁘다.

지난 8일에는 홍콩에서 중국 고위층 인사들을 모아놓고 ‘1국가 2체제’라는 중국의 통일노선을 지지하는 듯한 미묘한 발언을 해 중국 인민일보의 1면 톱을 장식하더니, 그 다음날인 9일에는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와 우선 주한미군 2사단을 방문한 뒤 이날 저녁에는 한 경제신문사가 마련한 포럼에서 ‘주한미국 계속 주둔’ 발언을 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음날인 10일에는 김대중대통령과 조찬을 하고 이어 오후에는 울산 현대자동차를 방문한 뒤 11일 한국을 떠났다. 77세의 고령이 믿기지 않는 왕성한 활동력이다.

***부시 전대통령의 노회한 ‘아들과의 끈끈한 관계’ 과시**

홍콩과 한국을 방문하는 중 부시 전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당연히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탓도 있으나 그보다는 아들인 현직 미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사라는 이유에서였다. 부시 전대통령 스스로도 방문기간중 부시대통령과 자신의 ‘특수관계’를 적절히 드러내며 자신의 주가를 관리했다.

중국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시 전대통령은 8일 홍콩에서 열린 ‘제12차 세계 생산성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내 재임기간중 대만의 이등휘 총통에게 중국과 홍콩의 통일방식인 ‘1국가 2체제’ 방식에 따라 중국과 대만이 통일할 의사가 없느냐고 설득했었으나 이 총통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해 중국 관계자 및 언론의 호의적 반응을 얻었다.

그는 이어 “나는 언제나 아들인 부시 대통령에게 중국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내 아들도 마찬가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 아들인 부시가 종전에는 중국에 대해 강압적 정책을 고수하다가 9.11사건 후에야 입장을 바꿨다는 언론 보도는 작문”이라며 “부시대통령은 언제나 중국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시 전대통령은 서울에 와서도 비슷한 행보를 계속했다.
그는 9일 ‘세계지도자와의 대화’라는 강연에서 최근 국제사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과 관련, “한국에서 미군 주둔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과거와 다름없을 것이며 더욱이 미군철수는 없을 것”이라며 “20세기에 그랬듯 21세기에도 미군은 DMZ에서 자유를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참석자들이 국내 경제계 인사들이라는 대목을 의식한 듯 “현 미국대통령인 내 아들도 나와 같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들인 부시대통령을 “내적인 힘이 강하고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 미국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신념을 갖고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가는 곳마다 칙사 대접, 경제적 수입도 대단해**

부시 전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효과 만점’이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니어 부시(Senior Bush)'와의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시 전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말 그대로 ‘칙사’ 대접을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그러했다.

부시 전대통령은 9일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가장 먼저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를 찾아 미2사단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미군 위문기구(USO) 시설 개축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개축식에는 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초청을 받았는데, 이는 이 시설을 짓는 데 전경련이 2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부시 전대통령은 이어 이날 저녁에는 모 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도자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고위관계자, 각 경제단체장, 금융기관 고위임원, 학계인사 등 각계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눈을 끄는 인물은 외국계를 대표해 참석,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인들이 앉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김병주 칼라일 아시아본부장의 존재. 부시 전대통령이 칼라일그룹의 고문이라는 관계로 특별초청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참석자들은 주최측으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우량은행들의 경우 최소한 1만달러씩 후원비를 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부시 전대통령의 강연료는 미국내에서만 최소한 8만~10만달러에 달한다. 외국에 특별초청을 받아나갈 때에는 몇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비싼 강연료를 지급하려다보니 주최측은 참석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부시 전대통령은 강연 다음날에는 울산 현대자동차를 방문했다. 과연 현대차측이 어떤 예우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업계에서는 국제관행에 따라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클린턴 정권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빈번**

부시 전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귀빈급 대우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다. 아무리 부시대통령의 부친이라고는 하나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미국의 과거 클린턴 정권시절에도 빈번했다. 클린턴 정권시절 제집 드나들듯 빈번하게 국내를 드나든 인물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조지 클린턴이었다.

조지 클린턴은 국내에 올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여러 가지 다른 신분으로 왔다.
맨처음 국내에 들어온 것은 지난 95년 1월의 일로 당시는 록가수 신분으로 왔다. 당시 동북아연구소가 그를 초청, ‘한.미 친선 콘서트’를 연 것이다. 당시 세간의 시각은 그를 초청한 쪽이 엉뚱하게도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연구소라는 점에서 곱지 않았다. 로저 클린턴은 지난 97년 6월 또다시 한.미 친선음악회 참석을 이유로 방한해 공연을 했고, 공연후에는 엉뚱하게도 씨름연맹의 초청을 받아 씨름연맹 명예고문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뀐 98년 5월에는 록가수가 아닌, 미국투자가들을 대표하는 컨설팅회사 대표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투자가들을 대표하는 컨설팅회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가장 먼저 김대중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를 방문했으며, 이어 경기도를 찾아 임창렬 당시 경기지사로부터 경기도 미국자본투자자문위원직을 위촉받았다.

로저 클린턴이 언론의 가장 커다란 스폿 라이트를 받았던 것은 지난 99년 12월의 일이다. 이번에는 다시금 록가수 신분으로 북한에서 초청을 받아 평양무대에서 남.북한 가수들과 함께 성대히 ‘평화친선음악회’를 열었다. 클린턴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남.북한 당국 모두로부터 칙사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로저 클린턴은 미국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자, 올해초 미국언론으로부터 형인 클린턴대통령이 물러나기 직전에 로비자금을 받고 마약범들의 사면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나 로저 클린턴 등이 그동안 한국에서 보인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못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아울러 이들을 칙사처럼 떠받드는 국내 지도층의 모습도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간에서는 그 대신 재임기간에는 비록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는 못했으나 퇴임후 전세계 빈민들을 위해 망치 하나를 들고 세계 각지를 돌며 ‘빈민의 집’을 지어주고 있는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권력자는 권좌에 있을 때보다 일반인으로 돌아갔을 때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의미있는 게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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