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대 여성 2명 중 1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들에게는 페미니즘이 보편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30세대의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해 15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만 19~29세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과 11월 실시했다. 전화조사에 7월에는 1천4명, 11월에는 1천15명이 참여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페미니스트이다'라고 응답한 여성은 7월 48.9%, 11월 42.7%로 집계됐다. 남성은 7월 14.6%, 11월 10.3%가 페미니스트라고 답했다.
11월 조사에서 수치가 다소 줄었지만 여성은 10명 중 4~5명, 남성은 10명 중 1명 이상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응답한 셈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정체성으로 확장돼 나타날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상당한 비율로 형성돼 있어 20대의 가치관 등을 검토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여성은 7월에 88.8%, 11월에 80.2%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남성은 각각 56.5%, 43.6%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리 사회 성차별 문제에 관해 '관심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여성의 경우 7월 81.5%, 11월 79.4%였다. 20대 남성은 7월 71.3%, 11월 68.2%로 조사됐다.
20대 남성들도 성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여성보다 공감도나 민감성은 떨어졌다.
일상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의 심각성에 대한 질문에 20대 여성은 7월에 79.3%, 11월에 73.5%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대 남성은 7월 42.6%, 11월 33.1%로 같은 대답을 했다.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비율 역시 20대 여성은 10명 중 7명, 남성은 10명 중 3명으로 격차를 보였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20대 여성 10명 중 7명, 20대 남성 10명 중 5명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혜화동 시위'로 불리는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대해서는 11월 기준 여성 57.6%, 남성 15.0%가 지지했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크지만 이슈에 따라 30~40% 남성들은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성평등 의제들을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성불평등 문제를 풀어나갈 중심 동력으로서의 20대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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