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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 온실가스 뿜는 나라들의 행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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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 온실가스 뿜는 나라들의 행패

[사회 책임 혁명] 제24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 참가기

석탄도시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기후총회

카토비체는 폴란드 남부 실레지아 주에 있는 도시이다. 이곳에서 지난 12월 2~15일 2주 동안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UI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정부, 과학자, 시민단체, 원주민, 기업 등을 대표해서 2만3000명이 카토비체로 갔다. (사)푸른아시아도 천주교 프란치스코회,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와 함께 참여했다. 우리는 회의 기간 내내 석탄가스로 고통을 받았다. 카토비체가 오래된 석탄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착 후 이런 의문이 들었다. '2021년부터 적용할 파리협정 이행 가이드라인인 '룰북(Paris Rulebook)'과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제출한 특별보고서인 지구온난화 1.5℃ 상승제한 등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를 왜 카토비체에서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었다.

12월 3일 개막연설에서 총회 의장을 맡은 폴란드 환경부 차관 미하우 쿠르티카의 말에서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질문했다. 왜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24차 기후총회를 개최하는가? 그는 폴란드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덧붙여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을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로 제안했다. 나는 '공정한 전환'의 실체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는 석탄을 포기할 의지가 사실상 없었다. 그러면서 미하우 쿠르티카는 "카토비체에서 성공이 없으면 파리총회의 성공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말한 성공이 무엇인지를 총회가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국 문제투성이의 '룰북'을 그대로 둔 채로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이 석탄도시에서 기후과학은 좌절을 맛보게 된다. 대신 그동안 과학을 조롱하고 왜곡해온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브라질의 정치가 이 도시에서 승리한다.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정치가 기후과학을 이기게 된다. 카토비체에서 진행된 24차 기후총회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총회 현장의 핵심적 이슈들

이번 총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핵심적 관심은 무엇이었을까? 전반적으로 이번 총회를 이끌어간 주제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IPCC가 지난 10월 대한민국 송도에서 결의하고 이번 총회에 제출한 특별보고서, 즉 지구 온도 섭씨 1.5도 이상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보고서(Welcoming the IPCC 1.5℃ report)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첫째 주에 해야 할 가장 큰 사안이었다.

둘째, 2018년 1월부터 정부, 시민단체, 노동조합, 청소년, 기업, 국제기구, 종교단체, 원주민들이 진행해온 '탈라노아 대화(Talanoa Dialogue)' 성과를 총회 최종 결정문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셋째, 파리기후협정 이후 정부 협상 대표들이 진행해온 파리협정 이행 지침서 '룰북(the Paris Rulebook)'을 당사국들이 모여 결정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2018년 총회가 열린 이유이기도 했다.

IPCC의 1.5℃ 특별보고서 채택은 지구촌이 기후변화 대응에 관해 분명한 목표를 합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감축과 적응 목표를 새롭게 세우고자 필요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촉진하는 대화모임인 '탈라노아 대화'는 파리협정을 밀고 가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총회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룰북을 결정하는 것은 2021년부터 파리협정을 실행하기 위한 청사진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 이외에 미래세대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 세대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참여와 목소리는 총회 내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CNN, BBC 등 세계의 언론은 총회의 진행을 예의주시하면서 결과를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큰 관심, 그러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

이번 총회의 결과를 정리해 본다. 우선 IPCC 특별보고서는 총회 첫째 주에 결론을 냈어야 했다. IPCC 보고서는 첫째 주부터 화려한 관심을 받았기에 12월 8일 토요일 결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4개국은 IPCC '1.5℃ 특별보고서' 수용을 거부했다. 이로써 특별보고서 수용은 2019년 25차 총회로 연기되었다. 이에 회의장 분위기는 매우 심각했다.

국제탄소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에 따르면 2018년 온실가스가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4개 국가는 과학의 성과를 무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대표 아이만 샤슬리는 "IPCC의 과학이 자신이 아는 과학과 다르다(Science gap and Knowledge gap)"고 우기면서 반대했다. 한마디로 회의를 방해한 것이다. 이로써 1주 차에 내어야 할 성과는 4개 온실가스 과다 배출국의 방해로 무산된다.

2020년까지 지구촌의 각 국가가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탈라노아 대화'의 구체적인 성과도 결정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써 파리협정을 이끌 동력은 참여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했다.

'룰북'은 총회 마감 시간을 하루 넘긴 15일 결정됐다. 룰북을 결정하기 위한 초안의 명칭은 '의장 제안서'로, 24차 총회를 이끈 미하우 쿠르티카가 전권을 갖고 만든 제안서였다. 이 제안서는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까지 결정되지 않은 700여 개의 쟁점들을 모두 지운 채 제출됐다. 각 나라에서 제출한 여러 쟁점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당연히 기후변화의 피해국들이 제출한 요구도 사라졌고, 이들의 분노와 요구도 봉쇄되었다.

기후변화 피해 국가들과 주민들을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한 조항도 홀대받았다. 이번 IPCC특별보고서, 탈라노아 대화, 수많은 사이드 이벤트 등에서도 손실과 피해에 대한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에 해당 조항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사국에 의해 자칫 이 조항이 본문에서 폐기되고, 각주로 격하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해당 조항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본 조항이 됐지만, 손실과 피해에 대한 정보, 행동, 지원 제공은 의무사항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관심 있는 당사국(interested parties)들이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와 행동, 지원을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정도로 룰북에 반영됐을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쟁점은 얼버무려졌다. 온실가스 거래를 위한 시장 메커니즘을 예로 들어 보자. 룰북의 제6조를 구성하고 있는 온실가스 시장 메커니즘은 당사국들이 계속 내용을 추가하며 의미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다.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브라질이 온실가스 이중계산(double checking) 금지 조항에 반대하면서 룰북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논란이 된 시장 메커니즘 쟁점은 2019년 열릴 25차 총회로 미루어졌다. 그외 24차 총회에서 정리되지 않은 700개의 쟁점을 깨끗하게 밀어버린 룰북 초안이 통과된 것이다. 우리는 '죽을 뻔한 룰북을 살렸다'고 자조하면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기후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부자국가들은 자신들이 우선이라며 과학적인 성과를 무시하고, 총회를 왜곡하고 방해했다. 이래도 되는가?

남겨진 과제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들 정상들과 고위직에게 정치적 결정을 요구하며 회의 기간 중 수백 곳의 도시에서 행진을 했다. 그런데 폴란드 카토비체에 온 외교관들, 고위 공무원들, 정치가들, 정책결정자들은 쟁점을 모두 지워 버린 알맹이가 없는 룰북을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카토비체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지금 그것들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겨진 숙제들을 풀기 위해서 이미 헝클어져 버린 실타래를 풀어보아야 한다.

이번 유엔기후총회에서 많은 일을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사실 지금은 우리가 이 총회장에 오기 전에 무엇을 했고, 총회장에서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성찰할 때다. 2019년과 2020년에 열릴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매년 1000억 달러 기후 재정 확보, 손실과 피해에 대한 해법을 밀고 나가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일부 시민단체는 올해 열릴 25차 칠레 총회를 거부하자는 이야기도 한다. 이 모든 의견을 포함하여 시민사회의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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