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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노인 쇠사슬 감고 '옥쇄 투쟁'…곳곳에 119 구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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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노인 쇠사슬 감고 '옥쇄 투쟁'…곳곳에 119 구급차

[현장] 정부, 오전 11시 행정대집행…주민들 저지로 잠시 소강

공사 중단 126일 만이다. 2일 재개된 경남 밀양 지역 765킬로볼트(kV) 초대형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의식을 잃는 등 쓰러져갔다. 본격적인 가을 수확철인데, 농번기에 일부 밀양 주민들은 농기구를 드는 대신 쇠사슬로 몸을 감았다. 정부가 공사 재개 시점을 하필 농번기로 잡은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전 11시 경, 밀양시 단장면 제4공구 현장사무소 앞에 설치된 움막에 밀양시청 공무원 30여 명이 경찰 3백여 명의 보호를 받으며 들이닥쳤다. 이미 예고됐던 행정대집행이었다. 20여 명의 주민이 공무원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악화되자 집행은 잠시 중단됐지만 전운은 여전히 감돌고 있다.

80대 노인 쇠사슬로 목 감고 '옥쇄 투쟁'…곳곳에 119 구급차가

"제일 농번기에 할매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충돌은 전날인 1일부터 간헐적으로 있어왔다.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은 젊은 경찰들을 상대로 "니들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소리를 쳤다. 미리 투입된 경찰들이 대부분 공사 현장으로 통하는 길목을 선점한데 대해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였다. 주민들 중 10여 명은 전날 비닐을 덮고 노숙을 했다.

이날 새벽 6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한국전력은 반대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한채 단장면 바드리마을을 시작으로 총 5곳에서 공사를 강행했다. 단장면 84번, 89번, 95번 철탑, 상동면 126번, 109번 철탑 현장 등이다. 한전은 현장에 직원과 시공사 직원 등 250여 명을 투입했다.

공사 직원의 '안전'은 경찰이 맡았다. 경찰은 전날 7개 중대를 배치해 주민들의 공사 현장 진입을 막은데 이어, 이날 새벽에는 인근 펜션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던 20여개 중대 2000여 명을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이날 오전 일부 경찰이 등산복을 입는 등 등산객으로 가장해 주민들의 저지를 뚫고 현장으로 투입되려다 발각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 새벽에 난데없이 웬 등산객이냐", "우리 죽는 꼴 보려거든 올라가라"고 반발했다.

▲ 경남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평밭마을 127번 송전탑 현장 움막에서 한 반대 주민이 쇠사슬을 목과 몸에 묶은 채 결사항전을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공사 현장은 산개해 있다. 초대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은 물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이동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경찰의 통제 등으로 주민들은 "기자들이 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강모(63) 씨, 김모(77) 씨, 박모(80) 씨, 박모(73) 씨 등이 경찰과 대치중 실신해 일부는 119구급차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89번 현장 입구에서는 주민 9명이 아침식사도 하지 못한채 쇠사슬로 서로의 목을 감고 분변통(똥물)을 든 채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은 악화될 전망이다. 앞서 밀양시청 건축과는 이날 밀양댐 헬기장과 4공구 현장사무소 등 두 개소에서 행정 대집행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11시 경 약 20여 명의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현장에 경찰과 함께 공무원들을 투입했다. 언제 불상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공사가 재개된 밀양지역에 10명의 조사관을 파견했다. 경찰과 주민과 마찰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찰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전날 경남경찰청은 공안대책지역협의회를 열고 현장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를 경우 현행법으로 체포하기로 했다.

"정부 밀양 지역 잘못된 정보 받는듯…송전탑 건설 급하지 않다"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어떤 주민들은 현장 진입을 시도 하고 있고 그 상황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거나 혹은 인부들이 이동하고 있고 경찰 병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공사 현장에 움막을 지어놓고 그 밑에 관 모양의 무덤을 파놓고 공사가 이곳에서 강행되면 그 쪽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의지로 그렇게 하고 계신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정대집행으로 움막 철거에 나설 경우 참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한전이나 정부 측에 밀양 지역의 현지 상황이 잘못 전달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공사 자체에 반대하고 정부의 보상 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주민이 훨씬 많다. 최근 정부 보상안에 대해서 반대 서명을 나흘 동안 받았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전체 3476명 주민 중에 63%되는 2207명 정도가 서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선로를 지금 당장 건설하지 않아도 기존에 있는 고리 원전 단지에서 나가는 3개 선로가 있다. 정부가 완공 단계에 와 있다고 하는 신고리 핵발전소 3,4호기 전력은 수송이 가능한데 (올 겨울에) 대규모 정전 위험이 있다고 하는 등 (정부의 주장이)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여름까지 신고리 3호를 완공시킨 후 이를 가동하기 위해 밀양의 초대형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신고리 3호기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핵심 부품인 제어 케이블이 부품 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테스트를 새로 받고 있다. 결과가 올 11월에 나오고 실제로 제대로 테스트를 받게 된다면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신고리3호기 건설은) 뒤로 훨씬 미루어지게 된다. 실제로 지금 공사를 하더라도 내년 여름까지 신고리 3호기가 송전 개통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급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밀양 주민들은 현재 공사 재개를 반대하며 송전선 지중화, 건설 위치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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