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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은 MB·공정택이 합작한 '교육계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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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은 MB·공정택이 합작한 '교육계 대못'

[분석] 국제중의 탄생부터 설립 취소 논란까지

2008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 설립' 구상을 가져왔을 때 "소신껏 해보라"고 무한한 힘을 실어줬다. 850명 이상 성적 조작 비리에 뒷돈 입학 비리, 가난한 학생 배제 등이 조직적으로 일어나게 될 국제중의 태동을 알리는 목소리였다.

폐지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국제중은 공정택 교육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롯이 만든 작품이다. 지난 2004년 8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선출된 공 전 교육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4월 5일 "2007년 3월 영훈·대원국제중 개교 목표"를 내걸고 국제중 추진을 천명한다. 당시에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교육부는 "기초 소양을 기르는 의무 교육 단계에서 극소수 학생을 따로 뽑아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은 해가 바뀔 때마다 국제중 개교 목표를 내세우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공 전 교육감이 노무현 정부 내내 절치부심하던 중, 2007년 12월 '영어 몰입 교육' 등 특성화 교육 정책을 내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던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2008년 7월 30일 치러진 첫 교육감 직선제 선거에 국제중 설립 공약을 내걸고 출마한다. 서울 25개 구 중 17개 구에서 주경복 당시 후보에게 졌지만, 공 전 교육감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3구의 몰표에 힘입어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교육감 당선 직후 이뤄진 공 전 교육감과 이 전 대통령의 만남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냉면을 먹던 중 이 전 대통령은 "선거 치르느라 수고했다"고 덕담을 던졌고 공 전 교육감은 "표가 너무 적어 죄송하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국제중 설립 구상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 공정택 전 교육감과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부실 학교를 국제중으로 탄생시켜…국제중은 '공정택의 청계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힘을 등에 업은 '교육계 MB' 공정택 전 교육감의 '청계천 사업'은 국제중이었다. 당시 공 전 교육감의 임기는 불과 1년 남짓뿐이었지만,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불도저'처럼 국제중 설립을 밀어붙였다. 공 전 교육감은 대원중학교와 영훈중학교를 국제중으로 지정하고, 2009년 3월 개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훈학원 등 일부 사학도 열성이었다. 2007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영훈중의 2006년 재단 전입금은 500만 원에 불과했다. 영훈학원이 당시 교육청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이 50억 원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영훈중은 부실 학교로 분류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영훈학원은 국제중 설립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리고 영훈국제중이라는 열매를 땄다.

국제중 설립 논란이 있던 당시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의 행태를 보면 '정치꾼'에 가깝다. 김 이사장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함께 사학법 개정 반대에 앞장섰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외곽 그룹이었던 '선진화국민운동본부 유권자 운동', 그리고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선진화싱크탱크, 선진화NGO네트워크 등에 김 이사장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 조직들의 발기인 명단에는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남주홍 경기대 교수,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MB맨'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정치적 배경 속에서 '공정택의 청계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지원 사격을 했다. 정두언 의원이 서울시교육위원회 교육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제중 설립안을 처리하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속도전 속에서도 "귀족 학교가 될 것"이라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교육 당국과 영훈학원, 대원학원 등이 고육지책으로 낸 것이 바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정원의 20%가량 선발해 입학시킨 뒤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은 이행 계획서까지 내놓았다. 당시 김하주 이사장은 "돈을 빌려서라도 20% (사배자 학생들을) 수용하겠다"고 했고, 이원희 대원학원 이사장도 "걱정하지 말라. 우리가 그 학생들 소외하거나 어렵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서울시교육청 감사와 검찰 수사 결과 영훈국제중의 경우 "특정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하고 그 대가로 학부모에게 돈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성적 조작 비리가 2009년 설립 당시부터 2013년까지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설립 인가가 떨어지자마자 성적 조작 비리를 저질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세상을 감쪽같이 속였던 것이다. 특히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은 성적이 합격권이라도, 학교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해 떨어뜨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수용하겠다거나, 소외시키지 않겠다던 말은 공염불이 됐다.

국제중 탄생의 산파였던 공정택 전 교육감의 말로도 비참했다. 그는 교육청 인사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10년 징역 4년에 벌금 1억 원(추징금 1억4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교육감이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988년 최열곤 교육감 이후 처음이었다.

결단 대신 말 뒤집은 서울시교육청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따져보면 국제중이야말로 '귀태'라는 수사가 어울린다. 일단 공은 박근혜 정부와 문용린 교육감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공정택 전 교육감이 박아 넣은 이 거대한 '대못'을 뽑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제중 설립 취소' 방법으로 일반중 전환 및 관선 이사 파견을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설립 취소에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재하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후 브리핑에서 "현행법상 국제중 지정 취소는 2015년 6월까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간 교육청에서 보여왔던 "국제중 설립 취소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번복한 것이다. 당초 폐지가 불가능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언론 등에는 폐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처럼 "검토하겠다"고 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국제중 인가 취소 권한은 교육감이 가지고 있다. 즉 문용린 교육감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 영훈국제중을 안고 갈 경우 추후 학교 운영이나 입시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제중 폐지가 물 건너갈 경우 박근혜 정부 교육 정책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공정택 전 교육감이 만들어낸 '귀태'에 발목 잡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목할 건, 문제는 국제중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율형사립고 등의 문제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영훈국제중 수사 결과로 국제중 문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나가는 소나기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 대변인은 "현재 전국적으로 국제중, 국제자율학교, 자립형사립고 설립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고 삼성, 현대, 포스코, 한수원, 국방부 등 대기업과 공기업, 행정부 임원의 자녀들만을 위한 자사고 설립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아산 탕정에서 임직원 자녀 70%를 입학시킬 수 있는 자사고 설립 계획을 확정짓고 내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특권 학교' 흐름을 막고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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