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연준의 전망대로 간다면 올해 하반기에 자산 매입을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는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뒤인 20일에도 시장은 대혼란을 겪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급락했고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가격도 대폭 내려갔으며 미국의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까지 겹쳐 미국의 출구 전략 충격파는 더 컸다.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8.3으로 집계돼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시장의 전망치 49.1에도 미치지 못했다.
◇ 세계 주요 증시 동반 추락…다우 353p 폭락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모두 2% 이상 떨어졌다. 특히 다우지수는 이날 353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이들 3대 지수의 낙폭은 양적완화 축소 일정이 나온 전날보다 더 컸으며 다우는 지난해 11월 이후, S&P 500은 2011년 1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각각 기록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VIX) 지수는 20 가까이 급등,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날 소폭 하락했던 유럽 주요 증시는 이날 하루 낙폭으로 1년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으며 영국 증시는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2.98%,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3.28% 각각 떨어졌다.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3.66% 폭락했으며 범유럽 Stoxx 50 지수도 2.4% 내려갔다.
한국의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으며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225)지수는 1.74%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6% 내려가 올해 들어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대만, 호주, 뉴질랜드 증시도 1∼2% 이상의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 뉴욕 금값 2년9개월래 최저…원자재 가격 하락 대학살 수준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84 달러(2.9%) 하락한 배럴당 95.40 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4 달러(3.77%) 빠진 배럴당 102.12 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금값도 직격탄을 맞으며 2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은 전날보다 87.80 달러(6%) 하락한 온스당 1,286.20 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 이외에 은을 포함한 다른 원자재 가격도 내려갔다.
미국의 경제·금융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전문가들이 이날 원자재 가격 하락을 '대학살'(bloodbath)로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 국채 금리 22개월래 최고…달러 강세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011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연 2.461%까지 급등했다.
미국의 5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상승했다.
미국 이외에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올라갔다.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비해 강세를 보였다.
양적완화 축소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한국 원화와 인도 루피화 등 아시아의 통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급락했다.
◇ 금리 상승세 지속 예상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및 중단 시사로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에 대해서는 양적완화가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내년 초에는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준이 본격적으로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면 국채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과 소시에테 네너랄 등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내년 봄이나 1년 뒤에는 3∼3.1%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나 중단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단기간에 그치고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의 경제 회복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금융컨설팅업체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행했을 때 미국 증시는 올랐다"면서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연준과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이 다를 경우 출구전략이 계속 악재가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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