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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해도 상장폐지 못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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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해도 상장폐지 못하는 나라

[기자의 눈] 한국증시는 금융당국이 깔아준 투기.도박판

코스피 상장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조원 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가 11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 재개 첫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매매 거래가 중지된 지난달 14일 종가 33만4500원 대비, 무려 17.79% 급등하며 39만40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금융당국이 최종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상장폐지 심사는 형식적으로 하고 불과 한달도 안돼 거래를 재개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한국 증시의 양대 바이오기업 삼성바이로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모두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연합뉴스

분식회계 인정 않고 소송 걸어도 상장유지해주는 나라


하긴 한국의 금융당국의 수준으로 볼 때,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은 거의 없었다. 시가총액 25조 여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도 5위에 해당하는 대형주를 상장폐지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나 증시에 줄 충격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살펴보자. 5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상장폐지를 면하긴 했으나, 1년 3개월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와 비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누가 보더라도 '봐주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때문에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흉이 '대북 리스크'가 아니라 한국의 금융당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원래 상장하려고 했다는 나스닥 시장에서 분식회계가 드러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200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에너지기업 엔론이 1조 5000억 원 정도의 분식회계 혐의로 하루아침에 파산한 사건은 분식회계에 대해 미국의 금융당국이 얼마나 엄격한 처벌을 하는지 보여준 교훈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분식회계에 가담한 아서앤더슨은 세계 5대 대형법인으로 꼽혔으나 공중분해됐고, 당시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미국 금융당국이 이렇게 분식회계에 대해 엄격한 것은, 분식회계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사기행위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혹할 정도의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한국의 상장폐지 심사는 기업의 계속성이나 재무 안정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해도, 상장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면 상장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회계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금융당국이 자기 부정을 하듯 상장유지 결정을 서둘러 내줘 '삼성공화국'에 굴복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분식회계를 한 기업에 대해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최소한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하는 절차를 거쳐야 마땅하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히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금유당국의 판단이 잘못됐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마당에 상장을 유지시키는 결정을 했다는 것은, 법과 원칙이 삼성 앞에서는 멈춘다는 '신화'를 재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분식회계를 해도 상장폐지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기업들이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도리는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가 재개된 이날, 10조 원의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감리에 착수했다. 이 소식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2%, 모기업 셀트리온은 10% 넘게 급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양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의 계열사마저 잇따라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금 과장해 표현하면 바이오업계에서 분식회계를 하지 않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할까.

금감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를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가총액 30조 원에 달하는 코스피 3위의 상장업체 셀트리온의 제품 국내 판매권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매각해 생긴 218억 원을 '매출'로 처리했다.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이런 회계처리로 갑자기 적자에서 흑자로 바뀐 것으로 판단했다. 판매권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매출로 잡은 일반적이지 않은 회계처리를 한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제품을 팔면서 적자를 봤는데, 무형의 자산 매각 수익을 영업외 수익이 아니라 영업 이익처럼 회계처리해 흑자로 바꿨다면, 금융당국은 이를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한다.

12일 분식회계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3형제'의 엇갈린 주가 향방은 한국증시가 투기.도박판인 것을 보여준다. 거래 재개 첫날 급등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하락세이고, 전날 급락했던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도 분식회계 혐의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한국 증시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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