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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철수 생각'이 아니라 '철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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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철수 생각'이 아니라 '철수 실천'!

[시민정치시평] 누가 깃발을 올리려나?

보통 재보선이라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공석이 된 국회의원이나 기타 자치단체장을 새로 뽑아 전임자가 못 다한 임기를 채우도록 하는 선거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재보선은 사람을 새로 뽑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미리 뽑아놓은 사람들의 당선을 뒤늦게 확정해 공지하는 절차가 되어버렸다.

대통령이나 장관들이나 자리를 메운 지 몇 달도 안 된 시점인 탓도 있겠지만 올 4·24 재보선은 유난히 그랬다. 어느 당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어느 당이 완패했다는 말이 전혀 무색하다. 뽑힐 만한 사람들이 뽑힌 게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일찌감치 뽑아놓았던 사람들이 그대로 들어가고 싶은 자리대로 들어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안철수든, 김무성이든, 이완구든, 어느 '지역'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픈 '시간'대로 되었다.

이들이 당선된 지역들 가운데 예전에 자신들의 연고지였던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자리가 비자 날아가서 그곳 유권자들의 표를 그냥 주워 들였다. 놀라운 힘이다. 이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역구는 한 군데도 없다. 좀 성급하고 과장된 표현이긴 하겠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구는 이제 모두 전국구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러다 보니 사실 이 재보선 갖고 새로 얘기할 거리도 없다. 이렇게 얘깃거리가 없는 재보선은 그야말로 '듣보잡'이다. 그러다 보니 하던 얘기나 계속해야 하는 이상한 담론 지형이 펼쳐졌다.

재작년 가을부터 '아직 무엇인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시민 유권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엄청 크다는 것이 재보선 사후담 중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 시민들의 속내이다. 아직 되지 않는 미래들에 대해 왜 그렇게 기대가 많을까?

당선되자마자 실망만 안겨준 현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달도 안 돼 대선 때 득표율 밑으로 10퍼센트 이상 떨어지고, 그것을 반전시킬 별다른 치적도 없음에도, 여당의 지지율은 부동의 일등이다. 하지만 더 웃기는 것은, 이제 막 당선된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 경우 그 당의 지지율이 현 여당을 앞선다는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이제 막 당선된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 경우 그 당의 지지율이 현 여당을 앞선다는 것이다. ⓒ뉴시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안철수 신당의 등장을 가정하고 4월 28일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30.9%로 가장 높았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각각 30.7%, 15.4%를 기록했다. 앞서 3월 2일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같은 조사에서 새누리당 40.1%, 안철수 신당 29.4%, 민주통합당 11.6%였다던 것을 감안하면 현직 의원으로서 이제 전문 정치인이 될 안철수에 대한 기대가 새누리당에는 거의 괴멸적인 타격을 가하고, 민주통합당에는 상당히 위협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재작년 가을 처음 정치권에 안철수라는 이름이 떴을 때, MB 정권 하에서 차기 대선 당선가능성에서 누구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았던 박근혜 대세론을 처음으로 꺾었던 것과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그 미진한 행적들이 박근혜 집권 과정의 난맥상 때문에 잊혀지거나 희석되었을까?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인선도 그렇고 정책도 그렇고 지난 몇 달 동안 드러난 대통령 박근혜의 실력은 별로였다. 전임자인 MB보다 그나마 나은 것은, 이 시점에 MB가 벌렸던 온갖 분탕질에 해당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사실 너무 안 해서 슬슬 걱정이 되지만), MB가 저질러 놓은 실정의 뒷감당이 너무 버거워 거의 동정심이 들 정도라는 것이다. 대북 정책은 여전히 MB의 덫에 걸려 남북관계의 파탄을 스스로는 원치도 않으면서도 MB도 하지 않는 개성공단 폐쇄의 수순으로 떠밀려간다.

개성공단 폐쇄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깊을 수 있다. 우선 공단에서 철수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보상은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겨우 1조라고 했지만, 얼추 따져도 10조에 육박하는 손실 규모는 이번에 어렵사리 편성한 추경예산 전체를 무력화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경기부양도, 복지정책도, 나아가 그 내용도 아직 갖추지 못한 창조경제도, 모두 개성공단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 수 있다. 정부의 정책능력이 엄청나게 제약받는다는 얘기다.

북한의 난동에 대한 혐오로 현임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가 약간 놀라가는 이른바 '랠리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문득 40년 전 월남이 패망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그 많던 유신반대 민주화 운동이 월남 패망으로 약 1년간 주춤했다. 이 때 유신독재정권은 모든 반대세력에 대해 선제공격에 나서 긴급조치로 대학생을 비롯하여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잡아들였다.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집권당 안에서도 이반의 조짐을 주도할 만한 중견인사가 등장하고, 유력한 반대자가 국회에 입성하며, 국민의 조용한 불만이 그 표정에서 역력하게 읽혀지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계속 위협적으로 나오면, 40년 전의 풍경이 그대로 데자뷰로 떠오른다. 더구나 현재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요직은 군출신과 법조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정치 피로감이 현 대통령에게 엉뚱한 유혹을 불러올 토양이 점점 갖추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새(新)' 정치만 갖고 전선을 교란시킬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매번 실력과 신뢰가 있는 정치인을 고대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적어도 정치언어 차원에서는 남북한 정권 담당자들의 새(鳥)대가리 같은 무능한 때문에 ― 하늘을 나는 조류분들이여 나의 망언을 용서하시라! 하지만 이 표현은 내가 아니라 경희대 김윤철 교수가 먼저 썼음을 잊지 마시길! ― 남북한 공멸의 기운이 6·25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새정치가 아니라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시민에게 분명한 지표와 자신감을 줄 깃발이 필요하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크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밟고 지나가기도 그렇다. 쑥대밭이 된 진보정치권을 저 멀리 두고 돌아가기도 그렇다. 안철수 의원에게 본의 아니게 정치적 기회를 열어준 노회찬 전 의원의 통한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 '철수 생각'이 아니라 '철수의 말과 실천'이 분명해질 때이다.

임기 시작이 반년도 안 된 신임 대통령을 두고 앞으로 얼추 5년간 우리 유권자들을 또 다시 그 덜 깬 화두로 지치게 하지 말기 바란다. 있다면 지금 당장 발휘해야 할 것이, 억울한 사람 묻어두면서까지 선택해준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뢰와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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