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나는 민주당의 노랑-초록이 싫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나는 민주당의 노랑-초록이 싫다

[시민정치시평]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색깔론'

나는 빨간색을 싫어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빨간색을 싫어한다. 좀 오래된 통계이지만 1998년 <전국민 색채의식 조사>에서 빨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공인되었다. 당시 좋아하는 색깔을 묻는 색채 선호도 조사에서 빨강은 6위였지만, 싫어하는 색을 묻는 색채 혐오도 조사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빨간 색은 젊음과 정렬의 색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만, 이곳 한국에서만큼은 유독 인기가 없다. 물론 그 이유는 빨강이 이념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적색, 붉은색, 빨강은 곧이어 '빨갱이'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2002년 월드컵 응원단 붉은 악마 열풍 덕분에 빨간색에 대한 국민적 혐오도는 다소 누그러졌다는 통계도 있지만, 6.25를 겪었거나 유신 치하에서 반공교육을 받은 한국의 중장년층 에게 붉은 색에 대한 거부감은 몸 속 깊숙이 내재된 것으로, 하루아침에 떨쳐 버릴 수 없는 그런 것이다.

이같이 위험한 사상과 혁명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한국의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의 색채이다. 작년 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개정하면서 로고와 심볼의 기본색으로 빨간색을 선택했다[도-1]. 보수의 색채인 파란색을 버리다니 의외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한국의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은 민주정의당부터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개명해왔지만 기본색은 언제나 파란색이었다.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당의 색깔로 선택하면서 '보수=파랑'이라는 공식이 30년 만에 깨진 것이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이 새로운 당 로고의 기본색으로 빨간색을 선택한 것에 대해 두 가지 답이 가능할 것이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거나 '이렇게라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절박한 자기변신의 제스처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빨간색을 선택할 당시 한나라당의 위기적 상황을 생각한다면 자신감의 발로로 빨간색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패배가 거의 확실시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면서 당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바꿔나가던 때였기 때문이다. 젊음과 정렬의 정당으로 당의 컬러를 바꾸고 싶은 생각도 일견 있었겠지만, 민주정의당 때부터 내려온 파란색의 전통을 버려야 할 만큼 당시 한나라당의 변신의 몸부림은 절박했고, 그것이 당 색깔의 급진전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러한 노력 때문인지 새누리당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총선에서 크게 압승했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승리했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역발상에 가까운 당 색깔의 대변신이 완전히 성공한 셈이다.

작년 초 새누리당이 보여준 보수 정당의 색채 정체성을 뒤엎을 만한 변화의 힘은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월 22일 청와대는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도-2]. 이번 새 청와대 로고의 특징은 과거 정부에서 섞어 쓰던 여러 종류의 국·영문 로고를 각각 1개로 통합하면서 동시에 통일감을 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직전인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도 그렇고, 기존 청와대 로고와 비교해 봐도 좌우로 폭을 넓히고 선을 좀 단순화시킨 것 외에 두드러진 차이는 없어 보인다. 원형의 기본틀이 타원형으로 변하면서 선이 단순해졌지만, 형태가 좌우로 퍼지면서 단조로운 선 때문에 좀 빈약해 보이기까지 한다. 청와대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분위기 쇄신의 차원에서 청와대 로고가 바뀌고 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더 어정쩡해지기만 하는 이런 디자인 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게 결코 올바른 일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정부의 비전은 정책과 인사로 드러나야 한다.
ⓒ프레시안

이제 새누리당의 카운터파트인 민주당의 색깔도 한번 살펴보자. 민주당하면 떠오르는 색은 물론 노란색과 녹색이다. 지난 십 수 년 간 민주당은 이 두 색을 고수해 왔다[도-3]. 노란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대선 캠페인에서 앞세운 색이었고, 이후에는 열린우리당의 기본색이 되었다.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통합민주당으로 통합되면서 민주당의 색깔은 녹색이 되었다. 녹색은 잘 알려진 대로 심리적 안정을 주는 색채이다. 98년 색채의식조사에서 국민이 선호하는 색으로 꼽혔던 노란색과 함께 안정감을 주는 녹색도 좋은 색임에는 분명하지만, 변화와 개혁을 앞세우는 민주당의 정당 컬러와 그다지 일치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현재 민주통합당의 기본색은 노란색과 녹색의 혼합이다. 기존 민주계 정당의 색채를 골고루 계승한다는 의미가 달렸다고 본다. 물론 지난 대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적극적으로 내세운 색채는 노란색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직설적 선택이었다.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는 어수선한 시국 속에도 5월 4일로 예정된 민주당의 전당대회 일자는 목하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제 후보도 마감되었고 대선평가위원회가 작성한 대선평가보고서도 발표되었다. 4월 9일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의 대선패배 요인은 총 6 가지로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 미흡, △당 지도부의 책임의식과 리더십 취약,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방만한 선대위 구성, △문 전 후보의 정치역량과 결단력 유약 등이라고 한다.

여기서 6개의 대선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계파정치에 의한 당의 분열'이라는 대목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또다시 재연될 여지가 있는 요소로 눈에 들어온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민주당은 전당대회나 경선에서 예상답안을 뒤집은 의외의 결과를 내놓은 적이 거의 없다. 아마도 200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내 기반을 앞세워 낙승이 예상되었던 이인제 후보를 신예의 노무현 후보가 꺾은 것이 민주통합당이 쓴 마지막 대반전의 역사가 아닌가 한다. 2등이 1등이 될 수 있고, 꼴찌도 노력하면 언제든 1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당이 민주통합당이었고, 그러한 도전자적 정신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껏 민주통합당은 변화와 혁신을 수없이 외쳐 오면서도 언제나 '정통 야당'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도로 민주당'으로 귀착되어 왔다.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이번 대선평가보고서에서도 인정하듯이 당내 기득권층의 지분 유지가 앞선 부분이 적지 않았고, 그것이 지난 총선과 대선의 패배 요인이 되었다. 이제 또다시 자기혁신을 멈춰 버리고, 계파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민주통합당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당의 고유색인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당의 색깔로 과감히 선택했다. 이처럼 대지를 가르는 대전환은 원래 정통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트레이드 마크여야 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우물쭈물하다가 이러한 변화의 동력까지도 지금 여당에게 빼앗겨버리고 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실기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변화의 기운이 깃든 새로운 도전이 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에 분명히 담겨야 한다. 이것이 곧 우리나라의 정치를 좀 더 다채로운 희망의 정치로 만드는 길이며, 그래야 국민들의 잿빛 희망도 조금이나마 더 다채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서너 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그간 패배를 거듭해오던 민주통합당이 일신의 기회를 잡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재창당을 불사하는 결연한 의지 속에서 당의 색깔도 한번 바꿔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새로운 민주당의 색깔은 어떤 것도 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녹색이나 노란색은 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