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이날, 정홍원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이 묻는 여러 정책 현안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정홍원 후보자는 이같이 답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면서 대화는 대화대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홍원 후보자는 "(북한이)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마당에 대화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피한데 방법의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일각의 '핵무장론'에 대해서 그는 "국민 입장에서 자기주장은 할 수 있다"면서도 "국가의 결정은 (여러 의견을) 취합해 할 문제로 핵 관계 조약에 가입한 우리 입장에서 핵 보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훈의 CIA 자문위원회 활동 경력, 결격사유인지 의문"
▲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정홍원 후보자는 다만 김종훈 내정자의 경우에 특정해서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 국적인이라 보고 판단하셔도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내정자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 활동 경력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거기에서 근무한 경력이 결격사유인지는 의문이며 다시 생각할 점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때 아닌 '보통 사람' 논란도 불거졌다. 정 후보자가 지난 8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통 사람'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노태우 대통령 때인데, 노태우 대통령이 보통 사람이었냐"며 "후보자가 몸을 낮춘 것이었지만 정 후보자를 보통 사람으로 여기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인데 정말 보통 사람이냐"고 물었다.
이같은 질문에 정홍원 후보자는 "(노태우 대통령이 말한) 보통사람과 연관지어 말한 것이 아니고 제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며 "과거의 제 궤적이 보통사람이고 제 마인드도 보통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춘석 의원이 "사법고시 패스, 검사생활 30년, 선관위 상임위원을 거친 총리 후보자가 보통 사람이냐"고 재차 따져 묻자, 정 후보자는 "저는 평범과 비범의 세계를 경험했다"면서도 "제 마인드가 그렇다는 것이지 제 신분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물러섰다.
'책임 총리제'한다더니 현안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보지 못했다"
한편, 여야는 인사청문회의 수준을 높이겠다며 도덕성에 앞서 정책 검증을 첫날 실시하는 새로운 시도를 내놓았지만, 정작 후보자 본인이 각종 현안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모습을 보여 정책 검증의 실질적 효과에는 의문점을 남기기도 했다.
방송장악 문제,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기초노령연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고위 관료에 대한 입국 거부 등 여러 의원들의 현안 질문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 "깊이 살펴보지 못했다",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등의 '하나마나'한 답변만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3대 백수'란 말을 아느냐, '3포 세대'는 아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백수가 하도 많아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답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그는 "요즘 백수 둘러싼 농담 같은 게 많다는 뜻이었지 백수가 많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계속되는 정 후보자의 "잘 모르겠다"는 답변에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쉬는 시간에 후보자가 정책수행능력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전화가 왔다"면서 "'아직 살펴보지 못했다'는 식의 답변은 정책수행능력을 보여주는 데 적절한 답변이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도 인사청문회 첫날에 대한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회에서마저 이런 모습이라면 총리로서도 책임총리보다는 결국 대통령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순응형 '네네 총리'가 예상된다"며 "최근 당선인의 눈치만 살피는 무원칙 '네네 여당'에 이어 무소신 '네네 총리'와 '네네 내각', 거기다 무개념 '네네 청와대'까지 말 잘 듣는 정부가 탄생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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