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의원의 이같은 선택은 여의도에서는 일찌감치 예측돼 왔던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전후로 여겨졌던 '탈당 러시' 1차 방어전에서 승리했다는 안도감이 자리잡은 뒤 나온 '탈당 선언'이었기 때문이 크다.
송호창, 기자회견 직전 민주 의원들에게 문자 보내 "하나됨을 첫째 소임으로 삼겠다"
▲ 송호창 의원(왼쪽)과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
동료 의원들에게도 기자회견과 거의 동시에 문자를 보내 탈당 사실을 알렸다. 이 문자에서 송 의원은 "150명 국회의원을 거느린 새누리당이 연일 근거없는 악의적 공격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단 한 명의 현역의원도 없이 홀로 벌판에 서 있다"며 "안 후보와 함께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어 "하나됨을 저의 첫번째 소임으로 삼겠다"며 "직접 말씀드리지 못하고 문자 드려서 또한 죄송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송 의원은 오후 기자회견을 위해 진행 중인 국정감사 질의 순서를 특별한 설명 없이 오전으로 바꿔달라고 동료 의원에게 요청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도 모르고 질의순서를 바꿔줬던 의원들은 물론이고, 박지원 원내대표조차 "송 의원이 '안철수 사찰 진상조사위원회' 간사여서 어제도 위원회 문제로 논의를 했었다"며 갑작스런 탈당에 당혹해하는 표정이다.
"본인 선택으로 전략공천까지 받았으면서 몇달 만에 새 선택? 유감"
민주당은 9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송호창 의원의 탈당에 대한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문재인 후보 측은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입장 정리에 시간이 걸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송 의원의 기자회견 이전부터 예정돼 있던 MBN 인터뷰에 출연한 박용진 대변인은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송 의원은 민주통합당을 창당할 때 새 정치의 상징적인 인물로 함께 결합해 전략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라며 "정치적 이익을 탐해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본인의 결단으로 (당시 민주통합당이라는) 새 정치세력을 선택했는데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또 새로운 선택으로 간다는 것은 기존 정당과의 깊고 큰 책임과 신뢰에 훼손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선숙 전 의원의 탈당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박 대변인은 "박 전 의원은 일단 현역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 선택 아니냐"고 답했다.
이런 불쾌감은 현역 의원들의 안철수행(行) 저지를 위한 1차전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분위기 탓이 더 크다. "안 갈 것처럼 하더니, 뒤늦게 뒤통수를 때렸다"는 배신감인 셈이다.
"송호창, 원래 안철수와 가까워" 추가 탈당 여부에 더 '촉각'
민주당 의원들의 상당수는 "다 예상했던 일 아니냐" 며 의미 부여를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한 친노 초선 의원은 송호창 의원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송 의원이 원래 안 후보와 가까운 사람"이라고만 말했다.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었던 윤관석 의원은 "당의 공천을 받아서 국회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탈당하니 당연히 당혹스러운 감은 있지만 개인의 선택이니 어쩔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송 의원이 이미 진작부터 안철수 캠프 측과 공동 행보를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지난 총선 때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딱 2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송 의원이었고, 송 의원은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을 폭로하던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에도 함께 했다.
4선의 한 의원은 당시 "나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송 의원이 왜 금태섭 변호사 옆에 서 있는지가 더 이상하더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한편으로는 "안철수 후보가 한창 좋을 때 옮겨간 것도 아니지 않냐"는 방어론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문재인 후보가 오히려 상승세인 국면이고 송 의원 본인이 오히려 그게 더 안타까워 정치 인생을 건 것인만큼, 이전의 '눈치보기'식 탈당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추가 탈당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송호창 의원까지는 큰 타격이라 보기는 힘들지만, '탈당 러시'가 생길 경우 문재인 후보로서는 최악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추가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민주당 뿐 아니라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 측이 새로운 '지원군' 모색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또 다른 '깜짝 발표'는 언제든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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