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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깍재깍' 석탄발전 퇴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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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깍재깍' 석탄발전 퇴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회 책임 혁명] 1900년·1913년 맨해튼 풍경과 석탄금융의 운명

두 해 전이다.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이원욱·전현희 공동대표)에 참석해 <세계미래보고서 2050>(이영래 옮김, 교보문고 펴냄)의 공동 저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의 '에너지 혁명 2030'이라는 주제 강연을 들었다. 박 대표가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를 각각 1900년과 1913년에 찍은 사진 두 장을 비교해 보여줬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1900년 사진에는 도로를 가득 메운 마차 사이에 단 한 대의 자동차 있었고, 1913년 사진에는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사이에 단 한 대의 마차가 있었다. 단 한 대의 자동차가 있던 자리와 단 한 대의 마차가 있던 자리도 기막힐 정도로 같았다.

맨해튼 거리의 운송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도 바뀌는 데 채 13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3000년 이상을 이어온 마차의 역사가 단 13년 만에 끝났다. 당시 자동차 가격은 월급쟁이들의 1년 소득보다 높았지만, 1908년 금융권이 자동차할부제도를 도입하면서 맨해튼 거리 풍경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또 완전히 바뀌었다.

자동차 산업이 막 부상하기 시작한 1900년대 초, 금융업계도 이렇게 빠른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금융업계는 너도나도 2륜 마차 사업에 투자했고, 그 결과는 연쇄 파산이었다.

세계는 지금 발전원 측면에서 석탄발전(확장하면 화석연료)과 재생에너지 발전과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세계 전력의 40% 이상이 석탄발전에 의해 생산되고 있지만, 석탄발전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 지구 생태계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최대 주범으로, 기후변화와의 투쟁은 곧 석탄발전과의 투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탄발전은 전 세계적으로는 80만 명, 우리나라에서는 1600명을 조기 사망시킨 초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석탄발전은 산업화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한 시대를 책임졌지만, 이제는 '더티 에너지(dirty energy)'라는 오명 속에 '퇴출 에너지원 1호'가 되어 버렸다. 전 세계 시민사회는 물론 정부와 금융투자기관도 석탄발전 퇴출에 합세하고 있다.

특히 투자기관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대응 기관인 350.org의 프로젝트인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는 985개(자산운용 규모 6조2400억 달러)의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들이 석탄발전 투자 배제를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연기금도 150개가 합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일 환경단체인 Urgewald와 그의 파트너들은 유연탄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기업의 포괄적인 데이터베이스인 Global Coal Exit List(GCEL)을 개발해 홈페이지에 공개(www.coalexit.org), 은행과 투자기관이 투자를 쉽고 빠르게 배제하거나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CEL은 약 800개의 석탄 모회사와 1000개 이상의 관련 자회사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도 진보하고 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는 가격 경쟁력도 획득하고 있다.

석탄발전은 이미 사양산업에 들어섰다. 1883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 민간 석탄기업인 '피바디 에너지사'와 2위 석탄기업인 '아치콜'의 파산이 이를 증명한다.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들은 석탄에 대한 대안 투자로 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무풍지대(無風地帶)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탄발전을 지원하는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환경단체의 크지 않는 압력만 있을 뿐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탈석탄 금융'이라는 세계적인 조류를 외면한 채 환경단체 지적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최근까지도 신규 석탄발전 건설에 적극 나서 자금줄 역할을 했다.

이런 가운데,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지난 4일 '탈석탄'을 선언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국내 3대 공적연기금으로, 금융자산 운용액은 2017년 말 기준으로 각각 15조8404억 원, 8조 원이 이른다. 국내든, 해외든 향후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에 참여하지 않고 발전소 건설 관련 회사채를 통한 투자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관련 기존 투자를 확대하고 신규 투자를 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투자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고자 하는 인류의 공동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고도 천명했다.

두 기관의 '탈석탄 선언'은 국내 최초다. 이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전 세계적 대응에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국내 금융 풍토에 '탈석탄 선언'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세계자연기금(WWF)은 즉각 환영과 지지 논평을 냈다. 아울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국민연금 등 공적금융기관과 연기금의 반성도 촉구했다. 노르웨이 민간 연금인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부문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석탄발전의 좌초자산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소장은 빠르게 진전되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을 거론하며 '금융적 관점에서 현명한 결정'이며 '현명한 투자'라고 지지했다.

그러나 석탄발전소를 안정적 수익을 내는 투자처라며, 이를 거두지 않는 공적연기금과 공적금융, 그리고 민간금융이 절대다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번 '탈석탄 선언'의 장(場)을 마련하면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그들의 저항은 머지않은 장래에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가 최초로 발명되었을 때 마차협회, 마부협회 등의 격한 반대가 있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석탄금융 대(vs.) 탈석탄 금융·재생에너지'와의 투쟁은 1900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서 있는 단 한 대의 자동차와 1913년 같은 거리에 서 있는 단 한 대의 마차라는 사진 속 운명으로 결론날 수밖에 없다. 변화의 시간은 고작 13년이었다. 그리고 금융업계가 자동차할부제도를 통해 변화를 이끌었다.

'AI 시대', '융복합 시대'라는 지금,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는 에너지 전환은 그렇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전 세계 탈석탄 금융기관들은 이 변화의 속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변화를 추동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 중 최초로 '탈석탄 선언'을 한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1900년대 맨해튼 거리의 자동차 한 대라는 사실을, 다른 금융기관들도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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