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복 입은 군인'은 노예인가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복 입은 군인'은 노예인가요?

직장갑질119, 군 대체복무요원 갑질 제보 공개 "전수조사 필요"

"이 새끼야. 니네가 6시에 옷 갈아입고 나가려면 작업장에서 몇 시에 나온 거야? 들어가 이 새끼야. 니네 들은 적 없어? 이렇게 X발, 악을 쓰고 얘기해야 들어 처먹어? 야, 개XX야! 다리 꼬고 있는 거야? 야, 너 전달 안 했어? 이리 와 X발, 몇 번 이야기했냐고? 야, 대답해봐. 몇 번 들었어? 네가 일한 게 X발, 얼만데, 개XX야! 지금까지 그걸 모른다는 거야?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
비가 무척 많이 오던 날이었다. 그 비를 맞으면서 산업기능요원 A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웠다. 하지만 퇴근시간에 이르러도 이를 다 치우지 못했다. 결국, 현장 과장에게 "내일 출근해서 나머지를 치우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다른 산업기능요원들과 퇴근하던 길이었다.

그 모습을 본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 000 이사가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 지금 몇 시야? 다 튀어 들어와, 이 XX들아" 이라면서 A씨는 물론, 함께 퇴근하던 다른 산업기능요원들을 사무실로 소집했다. 이후 온갖 욕설을 들어야 했다.

회사에 4000만 원 손실 끼쳤다고 월급 50% 공제

직장갑질119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제보 받은 군 대체복무요원(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이 겪은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2018년 1월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제보는 15건(민간부문 10건, 공공부문 5건)이다.

군 대체복무요원들은 법적으로는 직장인처럼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 지위에 있다. 하지만 군복무를 대신한다는 특성으로 일반 노동자보다 인권침해에 노출되기 쉽다.

대체복무요원들도 이것이 부당하다 생각하지만 이를 참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만약 사용자가 꼬투리를 잡아 해고할 경우, 현역병으로 입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역법 41조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이 해고(편입이 취소)된 경우 편입되기 이전 신분으로 복귀, 즉 현역병으로 입영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사용자의 갑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 중에서는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던 노동자의 실수로 회사 손실이 4000만 원 발생했다며, 1년 동안 이 노동자의 월급 50%를 공제한 회사도 있었다. 자동화 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 책임을 산업기능요원에게 떠넘긴 것이다.

게다가 일반사원으로 2년,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 총 5년 동안 일했는데, 회사는 퇴직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연차 36일치 수당, 5년 동안 주 1~2회 1시간 30분가량 잔업에 대한 초과근무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43조를 보면 임금은 손해배상금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없고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의 과실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사용자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손해금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불법으로 임금을 공제하고, 퇴직금과 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산업기능요원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될 경우,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3년을 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병역대체근무자, 전면 실태조사 필요하다"

직장갑질119는 "병무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이 1만3000명, 연구기관 전문연구요원이 2500명, 해운·수산업체 선박 승선근무예비역이 1000명"이라며 "인력을 배정받는 민간업체는 2018년 4월 말 현재 9569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의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최저임금을 위반할 때 업체 퇴출 등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병무청과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병역대체근무자를 종처럼 부려먹고 인격살해를 일삼는 갑질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군 복무 대체요원들은 국가가 필요해서 군복무를 대신하고 있는 사복 입은 군인이지만 사용자들은 이들을 노비 취급하고 있다"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도 사용자들의 갑질에 의해 인간성을 파괴당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