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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민주화를 '짝퉁'이라 비판하는 민주당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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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민주화를 '짝퉁'이라 비판하는 민주당의 원죄

[시민정치시평] "제로베이스 규제개혁" 정책의 파탄

지난 7월 9일 19대 국회는 상임위원장 선출을 시작으로 상임위별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최대 쟁점 상임위로 꼽힌다. 문방위는 언론사 파업, 정무위는 청와대 민간인 불법 사찰과 저축은행 사태, 국토위는 4대강 사업과 맥쿼리 특혜의혹으로 여야 간 치열한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맞장대결이 펼쳐지게 될 기획재정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미 대선정국이 시작된 상황에서 19대 첫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는 12월 대선승리를 위한 표심몰이를 위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철저히 계산된 대선정국 코드에 의해 움직이는 국회의 표심몰이에서 과연 누가 승기를 잡을 것인지, 더 정확하게는 야권의 공세적 전략이 절대강자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민주통합당이 국회 상임위 활동에서 사용할 공격전술의 정치적 계산이 어떠하든 적어도 경제이슈에서는 자승자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제외하면 관심대상 상임위의 금융, 경제 쟁점은 민주정부에게 원죄가 있다.

기재위 첫 회의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맹공을 쏟아낸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보자. 인천공항 지분매각은 이미 1999년 인천공항 출범 때 결정된 사안이고 우리금융지주를 만들고 덩치를 키워 팔기 어렵게 만든 것도 과거 민주정부 금융정책이 낳은 산물이다. 멕쿼리 특혜의혹을 불러온 민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은 1999년에 도입되었으며 인프라펀드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프라투융자회사의 신주발행과 차입을 허용하는 등 금융규제를 풀어주고, 민자사업 대상범위를 산업기반시설에서 교육, 복지, 문화체육시설로까지 확장한 것은 노무현정부 시절이었다.

특히 인프라투자회사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는 멕쿼리인프라 펀드가 국내에서 활개를 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 제정 당시 국내에는 멕쿼리인프라 이외에 민간 인프라펀드가 없었다. 글로벌 인프라펀드시장의 절대강자인 멕쿼리의 국내진출은 자산운용중심의 동북아금융허브를 국가전략으로 내세웠던 노무현정부에게는 아마도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현재 멕쿼리의 국내 인프라자산 투자는 모두 2004년과 2005년에 이루어졌다. 멕쿼리가 투자한 인프라자산은 전국에 널려있는데 당시 이명박 서울시 시장에게만 특혜의혹의 화살을 정조준 할 수는 없다.

현직 대통령 친형의 구속수감으로 이어진 저축은행사태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재앙의 씨앗에서 최근 비리에 이르기까지 민주통합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정부 시절 금융정책이 초래한 현재의 파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론스타사태, 국내 금융시장을 위험한 투기판으로 바꾼 동북아금융허브 전략, 새로운 독과점 시장권력을 만들어낸 은행대형화 정책과 그 산물인 금융소외 문제 등등... 이명박정부는 '친기업 정부'답게 초대형 은행지주회사와 재벌기업을 위한 맞춤형 규제완화정책을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민주정부와 이명박정부의 금융정책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이른바 '제로베이스 규제개혁'이다. 1998년을 시발점으로 제로베이스 규제개혁이 금융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고, 금융시장의 변화가 다시 제로베이스 규제개혁에 불을 붙이는 상승작용을 통해 2012년 오늘까지 온 것이다. 금융시장 발전, 금융선진화라는 명분이 제로베이스 규제완화정책에 절대적인 힘을 실어주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 대다수가 감당해야 사회적 비용은 '부수적인 손실'(collateral damage)에 불과하다.

▲ ⓒ뉴시스
갑갑한 국내 금융현실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어떤 입장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현재 대선정국에서 당장 급한 것은 과거의 원죄를 깊숙이 묻고 저축은행비리 검찰수사의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막아야 할 테니까. 과거 민주정부의 원죄는 감추고 이명박정부의 실정만 따로 뽑아내 박근혜 후보 때리기에 활용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전술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민주정부 10년, 이명박정부 5년을 면면히 이어온 잘못된 정책은 그대로 남는다. 다음 정권에서 과거의 잘못된 정책이 고쳐질까?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민주통합당이 과거의 실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와 대선 경쟁에서 최대 이슈로 등장한 경제민주화 아젠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줄푸세를 외쳐온 박근혜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민주통합당은 짝퉁이라고 비난한다. 갑작스레 마음을 바꾼 박근혜 후보를 비난하기에는 민주통합당의 변심도 만만치 않다. 정권연장에 성공해 10년을 집권한 민주정부도 경제민주화, 복지, 노동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민주통합당이 자신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짝퉁이 아닌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지난 15년 동안 정부와 국회가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금융, 경제정책이 뭔지 몰라서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행동할 때는 늘 소수를 위한 결정이 내려졌다.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이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소수 특권층과 시장권력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자신의 태생과 노선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진보'와 "민주'세력으로 규정하는 민주통합당의 이율배반에 국민들은 더욱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민주통합당에게는 대중들의 뿌리 깊은 정치적 불신과 냉소의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기대하는 만큼 실망이 크다는 진부한 진리를 피해갈 수는 없다. 과거의 실정을 반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민주통합당이 이번 국회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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