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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모멸감 느끼면서도 왜 그곳에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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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모멸감 느끼면서도 왜 그곳에 있었을까요"

궁중족발, 건물주와 2년 싸움 끝에 남은 건 조롱과 멸시뿐

(영상 : 정용택 감독)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을까. 지난 1년 새 열두 번의 강제집행을 겪어야 했다. 얻은 건 온갖 수모와 멸시였고, 잃은 건 남편의 손가락 네 마디였다. 계속 장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윤모 씨가 남편과 함께 서촌에 궁중족발 가게를 차린 건 2009년이었다. 10년 동안 포장마차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마련했다. 이전에는 슈퍼마켓이었던지라 전기, 수도, 가스 설치를 모두 직접 해야 했다. 집기도 마찬가지였다. 권리금은 3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워낙 외진 곳인지라 장사가 잘 되진 않았다. 그러던 2015년께, 서촌이 핫한 지역이 되기 시작했다. 사장 내외도 이참에 젊은층을 잡아보자 생각했다. 3500만 원을 들여 가게를 리모델링했다.

이후 점점 장사가 할만 해졌다. 하지만 겨우 형편이 펴지나 했던 생각도 잠시. 새로운 건물주가 오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애초 내던 월세가 297만 원이었다. 여기의 3배에 달하는 1200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3000만 원이었던 보증금도 1억 원으로 올렸다. 나가라는 의미였다. 권리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새 건물주는 자신이 알 바 아니라는 식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장사하려 해도, 권리금은 필수였다. 게다가 다시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미 빚이 5000만 원이었다. 부부가 1년 이틀만 쉬고 363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200~300만 원에 불과했다. 궁중족발 사장 내외가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가게를 떠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결과는 '지옥'이었다. 건물주의 조롱과 가슴 속 상처만이 남았고, 남편을 잃었다. 윤모 씨 남편인 서촌 궁중족발 사장은 마지막 강제집행 이후, 이성을 잃고 건물주에 망치를 휘둘렀다. 지난 7일 그는 특수상해죄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오열했다. 남편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그녀는 이해했다. 지난 2년 동안 이들 부부가 겪어온 고통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무너진 현실 앞에서 아내는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것이 더욱 그녀를 오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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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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