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고문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금 더 멀고, 길고, 험한 길을 가기로 했다"며 "저의 새로운 길은 용산으로 나 있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는 저에게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며 "비정규직과 무분별한 정리해고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또한 저의 새로운 길"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자동차, 용산, 강정마을이 발 딛은 곳에서 "정권교체 위해 나를 바칠 것"
'불출마 선언'의 배경으로 택한 대한문도 이같은 정 고문의 뜻을 뒷받침한다. 서울 대한문은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시민 분향소가 차려져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던 곳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쌍용자동차, 용산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의 관심을 촉구하는 장소로 상징화된 곳이다.
정 고문의 이날 회견에 한 시간 앞서서도,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주민들, 용산참사 유가족이 함께하는 이른바 '스카이(SKY) 행동단'이 전국순회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같은 장소에서 열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이어진 정 고문의 불출마 회견에 예정에 없이 함께하기도 했다.
정 고문은 "저는 3년 전 용산참사를 보면서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용산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도미사 가운데 문정현 신부님이 '저기 앉아 있는 정동영 의원이 조금 더 잘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던 말씀은 아직도 제 귀에 쟁쟁거린다"고 토로했다. 정치인 정동영의 '변화'의 시작점이 용산참사였고, 최근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대선 재도전의 꿈을 접게 된 배경도 다시 용산참사가 된 셈이다.
▲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고 있는 정동영 고문. ⓒ연합뉴스 |
정 고문은 "제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길은 그동안 추구해 왔던 가치와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저를 바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고문은 "지난 3년간 진보적 민주당의 노선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며 "이 노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하며 이것이 지금 국민으로부터 저에게 내려진 역사적 사명이며 새로운 길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경선 출마자들을 향해 "우리는 독재를 이기고 민주화에 성공했고 10년 동안 집권도 했지만 많은 서민들은 살기 어려워 절규하고 여전히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있다"며 "우리는 하나가 돼서 경제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길로 가야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후보) 여러분들은 정권교체 이후에 우리가 만들 세상에 대해 국민들에게 말씀해 달라"며 "저는 여러분들 한 발 뒤에서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 특정한 캠프에 몸을 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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