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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은 사고가 나도 물건 판매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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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은 사고가 나도 물건 판매만 합니다?"

[토론회] KTX승무원, 무엇이 이들의 직접고용을 가로막는가

지난 7월 21일, KTX 해고 승무원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합의하면서 정규직의 꿈을 이뤄냈다. 해고 승무원을 경력직 특별채용 방식으로 코레일이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2006년 3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80명의 KTX 승무원이 파업을 단행한 지, 12년 만에야 사태가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번 합의로 해고 승무원들이 일하게 된 분야는 승무 분야가 아닌 역무 분야다. 해고 승무원들이 애초 요구해온 '정규직 직접 고용 복직'은 이뤄졌으나 'KTX 승무원'으로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번 합의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승무분야를 코레일관광개발이라는 자회사에 맡겨 운영하는 코레일 입장에서 해고 승무원들을 승무원으로 직접고용하기엔 풀어야 할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외주화한 승무 분야를 코레일로 가져오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에 코레일은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그간 KTX 해고 승무원들은 승무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이기 때문에 코레일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코레일 측은 승무원들의 업무가 서비스업이라며 거부해왔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임종성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도 승무 업무가 화두였다. KTX 승무원의 업무가 왜 외주화 됐는지, 그리고 이 외주화를 직고용으로 돌릴 방법은 없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 KTX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서울·용산·익산·부산지부 조합원 및 KTX열차승무지부 관계자 등이 5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안전을 위한 승무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분리될 수 없는 업무를 인위적으로 분리했다"

우지연 변호사는 코레일이 KTX의 승무업무를 외주화한 이유를 두고 '이익'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 변호사는 "철도여객사업(승무사업)은 코레일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사업이고, 코레일이 직접 고용한 열차팀장을 통해 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애초 분리될 수 없는 승무업무의 일부를(승무원만) 인위적으로 분리한(외주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대테러, 취객, 성희롱, 승객 간 분쟁, 승무원 폭행, 열차시설물 고장수리 및 응급조치 등 열차의 안전 관련 업무 일체를 직고용된 열차팀장 한 명에게 일임한다. 반면, 자회사에 고용된 승무원들에게는 판매 업무 등 서비스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넌센스다. 열차 사고가 났는데, '판매 업무', '서비스 업무' 수행 직원들은 여전히 서비스만 제공할까? 안전 사고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외주 위탁 된 승무원들도 함께 안전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한 열차에 타고 있는 열차팀장과 승무원들은 한 팀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를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쪼개어 놓았다.

해고 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확인할 수 있는 1심과 2심 법원 판단도 일관되게 코레일 외주 시스템 헛점을 짚는다. 2008년 4월 8일 서울고등법원은 "승무원 채용, 승무인력의 업무 조정, 작업시간 결정, 임금수준 결정, 인사관리 등의 시행주체는 철도공사"라며 코레일의 KTX 승무원 자회사 위장도급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 변호사는 "파견(외주화)이 엄격히 제한되는 이유는 '사용'과 '책임'이 분리되고 사실상 노동자를 중간착취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온 전근대적 고용 방식이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가 (KTX 해고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한 것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간접 고용 문제에 공공 부문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이를 시정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주화란,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겠다는 말"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코레일은 여전히 승무원 업무가 안전 업무가 아니기에 자회사 고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박세증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KTX승무원은 코레일관광개발이라는 자회사 하청승무원으로 코레일 정규직 노동자인 열차팀장과 같은 열차에 탑승해 사실상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며 "임금은 반이고, 노동시간은 길지만 진짜 사용자는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이러한 KTX 승무업무에 대한 대통령의 공약과 생명안전업무 법적근거 등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직접고용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을 다루기 위해 작년 7월 구성된 철도의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도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게다가 현 코레일은 자회사를 논의에서 제외하자거나, KTX승무원의 코레일 직접고용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주장해왔다"면서 "국민의 생명·안전을 우선하자는 시대적 요구에도 여전히 승무원의 업무가 안전업무가 아니라거나, 자회사 직접 고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으로 논의를 지연하거나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국민의 생명, 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원칙이다. KTX 승무업무도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열차 비상상황 발생 시 안전업무도 일부 담당하고 있기에 직접고용 원칙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익'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이들의 발은 '비정규직' 내지는 '외주화'에 묶여있는 셈이다.

박 실장은 "승무업무의 물리적 시스템과 업무 환경 전반은 코레일, 열차팀장, 열차승무원이 다 같이 공유하고 맞물려 있지만 안전 업무만 왜곡된 채 '독립적'으로 억지 분리해 둔 상황"이라며 "불법 파견이 늘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서 생명, 안전업무 자회사 직접 고용이라는 말은 결국 국민의 생명, 안전은 뒷전으로 미뤄 놓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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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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