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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피해자 "그 판사 이름을 안 잊어버렸다.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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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피해자 "그 판사 이름을 안 잊어버렸다. 양승태"

'반헌법행위자 집중검토' 1차 보고회...양승태, 고영주, 이학봉 등 포함

'사법농단'의 주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손꼽히는 '헌법파괴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反)헌법행위자 집중검토' 1차 보고회를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115명을 1차 집중 검토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내란‧헌정유린‧국정농단 22명, 부정선거 2명, 고문조작‧테러 53명, 간첩조작 27명, 학살 7명, 언론탄압 3명 등 총 115명이며, 이날 보고회에서는 이 가운데 핵심 반헌법행위자 9명에 대해 소개했다.

△민간인학살에서 악명을 떨친 경기도경국장 한경록, △이승만 정권 국정농단의 주역 경무대 비서 박찬일, △김대중 납치사건의 실행책임자 중앙정보부 해외공작단장 윤진원,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코리아게이트의 주역 중앙정보부 차장보 양두원, △5공 설립 주역이자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수사책임자 안기부 차장 이학봉, △언론탄압의 선봉에 선 5공의 괴벨스 허문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총책임자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 △부림사건 담당검사이자 빨갱이 낙인의 전문 공안검사 고영주, △간첩조작 사건에 적극 협조한 현 사법농단의 주역 대법원장 양승태 등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반헌법행위자열전 책임 편집인을 맡고 있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주목했다. 한 교수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최악의 대법원장"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조계에 입문한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의 일생은 온통 반헌법 행위로 점철됐다.

한 교수는 "위원회는 양 전 대법원장을 6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판과 12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관여한 이유로 이미 반헌법행위자 집중검토 대상자로 선정했다"며 "처음 분류할 때는 박정희 정권 시기로 선정했으나, 최근 훨씬 더 무거운 '사법농단' 행태가 밝혀지며 최근 인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일동포 김동휘‧이원이‧장영식‧조득훈 간첩 조작 사건에서는 배석판사로, 강희철‧오재선 간첩 조작 사건에서는 재판장으로 관여했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강희철 간첩조작 사건'이다.

강 씨는 1975년 만 15세에 일본으로 불법체류자로 검거된 뒤 1981년 환송돼 부산에서 3일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기고문과 모진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후 5년 뒤인 1986년 제주도 내 대공분실로 영장 없이 강제연행돼 85일간 불법감금된 상태에서 고문 당한 끝에 "간첩"이라고 허위자백했다.

재판 당시 양승태 판사는 무기형을 선고했다. 강 씨는 양승태 부장판사에게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다"면서 "그 판사의 이름을 안 잊어버렸다. 양승태"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강 씨는 1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2008년 6월 재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 씨 사건을 비롯해 5건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고, 오 씨 사건은 7월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들 사건에 대해 사과는커녕 사건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판 판사를 거쳐 사법정책연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한 끝에 대법원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한 교수는 "민주화에 의해 현행 헌법 대법원자의 권한은 70~80년대보다 훨씬 커졌다. 그런데 민주화가 과거 청산없이 일어다보니 사법부에서도 군사정권과 타협하고 출세했던 사람이 엘리트가 돼 권한을 맡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화가 되어 제일 먼저 퇴출될 사람이 사법부 엘리트를 맡아서 자신과 같은 '제2의 양승태'들의 이익을 위해 대장 노릇을 하려 국민의 권익을 다 팽개치고 행정부와 거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선 박정희, 전두환 시기에도 나쁜 대법원장이 있었지만, 그들은 정권의 강한 힘에 끌려간 것"이라며 "그런데 양승태는 자신이 정권과 적극적으로 거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최악의 대법원장"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양 전 대법원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관계도 주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담당했던 재일동포 간첩사건 4건이 모두 김 전 비서실장이 중앙정보부에서 맡았던 사건이다. 두 사람은 8년 차이로 경남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70년 같은 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사법농단 파트너가 됐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1980년대 부산 지역의 최대 용공 조작 사건인 '부림사건' 당시 담당 검사로서 위원회의 집중 검토 대상 명단에 올랐다.

고 전 이사장은 27년 5개월간 대표적인 공안검사로서 지낸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고 전 이사장은 "자칭 '애국세력'들에 의해 공안 칼잡이로 격전지에 파견되거나 본인이 자청해서 뛰어든 것"이다.

고 전 이사장은 숱한 '망언'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확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국사학자 90%가 좌편향" 등 발언으로 여러 번 논란에 휩싸였다.

위원회는 고 전 이사장에 대해 '한국판 괴벨스'라고 명명하며, "고영주의 쉴새 없는 망언과 거짓말 제조는 그의 철저한 공안적 사유의 결과물"이라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이야기처럼 현실을 비틀어 조작해낸다. 실체적 진실의 무시와 왜곡이야말로 공안적 사유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당수가 제가 언론인이었을 때 취재원이었던 분들이고. 법조 분야에 출입할 때 매일 만나다시피했던 분들"이라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난다. 부지불식간에 위헌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도 경계해야 하고 잣대를 엄정하게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는 국가 권력을 통해 민간인 학살, 내란, 간첩조작, 고문 등 반헌법행위를 자행한 이들을 기록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12일 출범했다. 지난해 2월 40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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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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