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같은 사건, 다른 판결이 있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아버지. 정부가 국가의 가해 사실을 인정해 국가배상이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 유족인 어머니와 아들 판결 결과는 엇갈렸다. 어머니는 승소, 아들은 패소했다. 대법원은 왜 그랬을까?
한국전쟁 전후 이승만 정부에 의한 국가폭력 사건인 '대구10월항쟁'. 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유가족 간의 대법원 판결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패소한 아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대법관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전직 대법관 김용덕(61)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구10월항쟁 피해자인 고(故) 정재식(당시 27세)씨의 아들 정도곤(70.부산)씨는 김용덕 전 대법관과 대한민국 정부(법률상 대표자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2억5천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지난 6월 7일 냈다고 9일 밝혔다.
1949년 아버지가 대구10월항쟁 관련자로 경찰에 연행된 이후 재판 없이 사살된 사실이 2010년 정부로부터 확인돼 정씨는 2011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정부 상고 이후인 2015년 대법원은 원고(정재식)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소멸시효가 이유다. 1년 전 같은 내용으로 어머니 이외식씨가 승소(8천8백만원 배상금 지급)한 것과는 180도 달랐다.
억울했지만 승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중 올해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대법관 체체에서 '사법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터졌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11월 19일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해 BH(Blue House.청와대)와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 내용은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 원할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를 설명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때문에 정씨는 패소 이유가 "사법거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김 전 대법관을 소송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신과 어머니 판결에 모두 참여해 다른 판결을 낸 탓이다.
정씨는 9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김 전 대법관의 상반된 판결은 당시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법원이 정부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대법관 판결로 부당하게 내 권리를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석연치않은 판결에 짐작은 했었지만 대법원 차원의 재판 거래 정황이 드러날 줄은 몰랐다"며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에 평생 고통받은 유족을 사법부가 농락했다"고 말했다.
정씨 측 법률대리인 변영철(법무법인 민심) 변호사는 "똑같은 사건에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대법관 1명이 같은 사안에 다른 판결을 내린 이유 또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정씨 아버지인 정재식씨 사건에 대해 "경찰에 강제 연행된 뒤 경북 칠곡군 석적읍 성곡리 일대에서 집단 사살됐다"며 "정재식씨를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로 추정한다"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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