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타협은 노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지혜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노벨리스코리아 영주공장 노사분규가 마침내 해결의 전환점을 맞았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11월 3일 오전 0시 50분께 2026년 임금·단체협약 최종타협안이 도출됐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수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최종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장기간 평행선을 달려온 노사가 구체적인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조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타협안의 의미는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익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했다는 데 있다.
회사의 실질적 양보, 상생의 가능성 열어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부분은 회사 측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에 응답하는 방향으로 양보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제시된 타협안에는 부분파업 기간 공제 임금의 일회성 지급, 2026년 성과급(AIP) 산정 시 파업 기간 제외, 공장 정상화 이후 생산목표 재설정 등이 포함됐다. 복지포인트를 연간 50만 포인트에서 100만 포인트로 확대하고, 각종 격려금과 장기근속 포상,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등 근로조건 개선 방안도 담겼다.
특히 부분파업 기간 임금 지급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이었다. 회사는 기존 법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공제 금액을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는 법적 책임에 관한 판단과 별개로 장기 분규를 마무리하기 위해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조 역시 이러한 타협안을 바탕으로 갈등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노동자의 권익 개선과 기업의 경영 안정을 함께 고려했다는 점에서 이번 타협안은 노사 상생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두 달간의 파업, 영주경제에도 깊은 상처
노벨리스 영주공장은 지역 제조업과 고용, 물류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장기 파업으로 약 700명의 조합원이 정상적인 임금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협력업체와 화물운송업계, 지역 상권에도 피해가 이어졌다.
특히 노벨리스 물량을 운송해 온 화물차량 100여 대의 경우, 차량당 월평균 매출을 2천만 원으로 가정하면 두 달간 매출 감소 규모는 최대 4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실제 피해조사를 거친 정확한 수치가 아닌 가정에 따른 추산이지만, 장기간의 조업 중단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가늠케 한다.
회사 측도 일부 고객사가 대체 공급처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수주와 투자, 영주공장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중이었다.
파업은 노사 간의 문제로 시작됐지만 그 부담은 노동자 가족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된 셈이다.
프레시안, 노사 양측 공식질의로 해법 모색
이번 사태를 두고 프레시안 대구경북취재본부는 이번 사태를 노동자의 권익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로 바라봤다.
노사 양측에 성과급 형평성, 부분파업 기간 임금 지급, 협상 쟁점과 지역경제 피해, 상생협력 방안 등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위해 서면으로 질의했다.
회사 측은 상세한 공식 답변서를 보내왔으나 노동조합에서는 공식 회신이 없었고 전화 연락도 닿지 않았다. 다만 질의 과정에는 노조가 제기해 온 주요 주장과 쟁점도 반영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컸다. 노조는 영주공장의 경영성과가 보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회사는 노조가 제시한 영업이익 2천604억 원이 영주공장 단독 실적이 아니라 울산알루미늄의 기여분을 포함한 전체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2027 회계연도 성과급 최대 지급 가능 수준을 기존 400%에서 600%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타협은 무엇보다 노사 당사자들이 오랜 교섭 끝에 마련한 결과다. 언론 역시 어느 한쪽 주장보다 사실을 확인하고 다양한 입장을 공론화 해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역할에 기준을 뒀다.
영주시도 노사 상생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 모아야
이번 노사분규는 영주시에도 지역경제와 기업 지원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영주시장과 관계 공무원들도 노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민간기업의 임금협상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개입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지역 핵심기업의 조업 중단이 지역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노사와 관계기관 간 소통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영주로서는 베어링국가산업단지에 우량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노력 못지않게 기존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노동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산업환경을 조성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정치는 때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예술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중요한 역할이다.
파업의 끝이 아니라 상생의 출발점이어야
이번 타협안이 최종 수락된다면 노사는 두 달 넘게 이어진 갈등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회사는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노동조합 역시 생산 정상화와 기업 경쟁력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무엇보다 장기간의 생산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은 협력업체와 화물운송 종사자, 지역 상인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상생은 노동자의 권익을 희생시키는 것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번 타협이 단순한 임금협상 타결을 넘어 노동자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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