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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걸린 '23명 사망에 징역 4년' 대법 선고…아리셀 유족 "국가에 버려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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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걸린 '23명 사망에 징역 4년' 대법 선고…아리셀 유족 "국가에 버려진 느낌"

[현장] 아리셀 참사 849일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과 유족의 절규

20일 아침 대법원 법정 건물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산재 유족과 활동가 등 20여 명이 그 앞에 모였다. 2024년 6월 24일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일어난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면서였다. 이른 시간에 법원까지 오느라 혹시 아침을 굶었을까 싶어 한 활동가가 챙겨온 빵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였다.

오전 9시 30분경 법정 건물의 문이 열렸다. 곧 유족과 활동가들은 판결이 선고되는 대법원 2호 법정에 입장했다. 맨 앞 자리에 3명의 아리셀 참사 유족이 앉았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 씨 등 다른 산재 유족이 곁을 지켰다. 바로 뒷줄에 쿠팡 물류노동자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도 있었다.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좀처럼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참사 이후 849일만에 나오는 대법원 판결이었다. 고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말하더니 이내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눈을 감았다. 그 옆에 있던 고 여국화 씨 사촌언니 이해옥 씨도 합장한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약속된 시간인 10시가 되자 주심인 천대엽 대법관과 마용주·신숙희 대법관이 들어왔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들 모두 보안대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목례로 대법관을 맞았다. 자리를 정비한 뒤 신숙희 대법관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일으킨 경영책임자에 대한 징역 4년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선고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재판부가 유족들 앞에서 이 세 문장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30여 초였다. 대법관들은 판결을 읽자마자 나가버렸다. 통상의 관행과 달리 판사들이 퇴장할 때 방청객이 기립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법정을 떠나는 대법관들의 등 뒤로 이순희 씨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눈물 섞인 목소리로 항의한 뒤 그는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유족들도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터뜨렸다. 방청객 사이에서도 "방망이 두드리고 가버리는 거야!", "이게 재판이야!" 등 질책이 나왔다.

선고가 끝난 뒤에도 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쉽게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10여 분이 흐른 뒤 누군가 "회견 준비해야지요. 가서 할 말 합시다"라며 유족들을 달래 퇴정이 이뤄졌다. 유족들은 법정 앞 로비에서도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 어머니 장연미 씨가 그런 유족을 꼭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고 김병철 씨 배우자 최현주 씨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이럴 수가 있는 거야. 믿어지지가 않아. 말이라도 좀 해주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되뇌었다.

▲ 20일 대법원의 아리셀 참사 사건 판결 뒤 참사 유족인 고 엄정정 씨 어머니(가운데)가 법정 밖으로 나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법정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쏟아졌다. 이순희 씨는 "너무 억울해서 말도 안 나온다. 대한민국 법이 이것밖에 안 되나. 23명이 죽었다. 이주노동자라고 차별하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3명이나 죽인 살인자를 이렇게 살려 놓을 수 있나. 너무 원통하다. 중국인 유가족들한테 어떻게 말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나. 할 말이 없다. 나는 어떻게 하나"라며 울었다.

최현주 씨는 "2년 4개월 동안 박 대표에게 아무 사과도 못 받았고, 국가한테 버려진 느낌이다. 너무 예의가 없다"며 "왜 아무도 우리한테 사과하지 않는 건가. 너무 이상하다. 사과하라. 어떻게 우리를 그냥 버리고 갈 수가 있나"라고 외쳤다.

이해옥 씨는 "솔직히 오늘 마음을 비우고 왔지만 너무 성의가 없이 기각됐다"며 "23명의 별이 된 가족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우리가 여기까지밖에 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주신 산재 피해 가족들한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들의 손을 들어준 사법부는 각성해야 한다. 저희는 절대로 이렇게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리셀 참사 법률지원단장인 신하나 변호사는 "(아리셀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그냥 중대재해가 아니다. 능력도 안 되는 기업이 배터리 사업 하겠다고 군을 속이고, 국가를 속여 납품하다 결국 불량을 내고 폭발 사고가 났는데도 그 전지마저 팔겠다고 쌓아놨다 사람이 몰살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은 있는 것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적절한 형벌을 내려야 위화효과(처벌 등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사실상 위헌 판단이라 생각한다. 하급심에 강력한 사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결에 중대한 법리 왜곡의 오해가 있다면 재판 소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법정에서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보통 중요한 사건에서는 판결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동하는 데 너무 중요한 사건이라 이유를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가 20일 대법원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법원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앞줄에 선 사람들은 왼쪽부터 고 여국화 씨 사촌언니 이해옥 씨, 고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 고 김병철 씨 배우자 최현주 씨. ⓒ프레시안(최용락)

대법원 1부가 이날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는 징역 4년, 박 대표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대법관들이 유족 앞에서 설명하지 않은 판결 이유는 선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령에서 정한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며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박 전 대표가 △안전 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지 않고 △전지 생산·운반·보관 작업 특성에 따른 유해 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는 점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비상구 설치 의무 위반 부분을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고, 유족과의 합의를 이유로 들며 1심 재판부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게 내린 징역 15년을 크게 감형한 항소심 판단도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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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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