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없이 우유를 닭 없이 달걀흰자를 만든다.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 이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치즈의 상당수가 이미 이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밀발효'라 불리는 이 기술의 이야기다.
정밀발효란 효모나 곰팡이, 세균 같은 미생물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이나 효소를 발효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김치와 된장을 익히는 발효가 미생물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라면 정밀발효는 그 미생물에게 '무엇을 만들라'고 정확히 지시하는 설계된 발효다. 미생물을 아주 작은 공장으로 쓰는 셈이다.
이 기술이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는 점부터 짚어야 한다. 치즈를 굳히는 데 쓰는 응유효소(레닛)는 원래 송아지의 위에서 얻었다. 그런데 1990년 미국이 미생물 발효로 만든 응유효소를 승인한 이후, 오늘날 시중 치즈의 대부분이 이 발효 효소를 쓴다. 당뇨병 환자에게 쓰는 인슐린도 1980년대부터 같은 원리로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되어 왔다. 정밀발효는 먼 미래의 실험이 아니라 수십 년간 검증되며 우리 식탁과 약장에 이미 들어와 있는 기술이다.
이제 이 기술이 '동물성 식품 그 자체'로 확장되고 있다. 미생물이 진짜 유청 단백질을 만들어 내면 젖소 없이도 우유와 치즈,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한 기업은 곰팡이의 한 종류를 이용해 우유 속 유청 단백질을 생산했고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시장에 들어왔다. 달걀흰자의 단백질을 발효로 만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콩으로 맛을 흉내 낸 식물성 대체품과 달리 이것은 성분상 진짜 유단백이나 난단백이기 때문에 거품이 일고 열에 녹는 성질까지 실제와 흡사하다.
장점은 분명하다. 젖소나 닭을 기르지 않고 같은 단백질을 얻으니 온실가스와 토지, 물, 항생제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설계 과정에서 유당이나 콜레스테롤을 빼는 것도 가능해 유당불내증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위한 제품으로 다듬을 여지도 있다.
물론 넘어야 할 문제도 있다. 첫째는 다른 미래 먹거리와 마찬가지로 대량생산과 비용이다. 둘째는 표시와 명칭이다. 젖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우유'라 불러도 되는지, 유전자를 조작한 미생물로 만들었다는 점을 어떻게 알릴지를 두고 논쟁이 있다. 최종 제품에는 미생물이 남지 않지만 제조 과정을 둘러싼 소비자의 우려는 여전하다. 셋째, 이렇게 만든 우유 단백질도 결국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므로 완성된 제품의 당과 지방, 첨가물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발효를 오래 공부한 사람으로서 정밀발효를 보면 이것이 '가장 오래된 기술의 가장 새로운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수천 년간 미생물의 힘을 빌려 음식을 만들어 왔고 정밀발효는 그 힘을 정밀하게 설계해 쓰는 단계일 뿐이다. 이미 치즈에 들어와 있는 이 기술이 우유와 달걀로 나아가는 지금, 관건은 늘 같다. 가격과 표시의 투명성, 그리고 소비자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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