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는 단순히 '중년층'이 아니다.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와 디지털화를 모두 경험한 일종의 '과도기적 세대'이다.
이들은 1980~90년대 경제성장기의 산업화 혜택과 IMF 충격, 민주화와 디지털 혁명을 모두 경험했다. 워낙 많은 변화와 부침을 거친 까닭에 정치·경제적으로는 중도와 실용주의 성향을 띈다는 분석도 있다.
전북의 4050세대는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표심을 발휘했을까?
선거 이전의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70% 이상은 '전북도지사 선거 결정요인'으로 "인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KBS전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북도내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올해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화면접조사에 나선 결과이다.
'인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전체 응답 비율은 68%였지만 40대(73%)와 50대(72%)는 평균치 이상이었다.
'정당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40대(25%)와 50대(26%)는 4명 중 1명꼴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40대(79%)와 50대(73%)의 민주당 지지율이 평균치(70%)를 웃돌 정도로 민주당 우호층이란 점이다.
민주당을 선호하면서도 정당을 보고 찍지 않고 사람을 보겠다는 전북의 4050세대.
실제 투표에서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에게 54~56%의 지지율을 보낸 반면에 김관영 무소속 후보에는 40~42%의 표를 준 것으로 예측됐다.
방송3사가 6·3지방선거 직후 발표한 '전북도지사 선거 세대별·성별 예측득표율'에 따르면 40대의 남성은 이원택 후보 54.1%에 김관영 후보 40.2%씩 지지했다.
40대의 여성은 56.4%(이) 대 39.7%(김)로 남성보다 약간 더 격차가 벌어졌다.
50대 역시 남성에서 이원택 후보(55.2%)가 김관영 후보(41.0%)를 앞섰고 여성도 54.7%(이)와 42.5%(김)였다.
4050 세대의 양자 간 지지율 격차는 다른 세대보다 약간 높은 편이었다.
전북 정치권의 한 인사는 "선거 직전에 인물론은 김관영 후보에 유리했는데 개표결과는 이원택 후보가 4050세대에서 지지를 더 많이 받았다"며 "인물을 선호하면서 정당후보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50세대는 단순히 민주당 후보를 찍기보다는 '정부·여당과의 관계' 속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봐야 한다"며 "정치적 효능감을 가장 잘 아는 까닭에 '정당 충성'보다 실리와 실용 투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0대 중반의 L씨(전주시 중화산동)는 "정책과 인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정책은 없었고 인물싸움도 네거티브로 일관했다"며 "결국 어느 선택이 전북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해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40~50대는 경제활동의 중심층이다. 자녀 교육이나 취업, 주택, 지역경제, 산업 유치와 같은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적 선택에서도 "꼭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기보다는 "집권·여당의 좋은 기회를 활용해야 미래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실용주의 선택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40대 후반의 S씨도 "전북은 중앙정부 의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이다"며 "삼중 소외를 해소하려면 아무래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후보가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4050 세대의 고심도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막판에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이원택 후보가 김관영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시시하는 듯하다. 청년과 노인 사이에 낀 허리층의 4050세대 표심이 막바지에 실리 투표로 기울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분석이 맞다면 전 세대의 표심엔 '섬뜩한 경고'도 포함돼 있다.
만약 생각했던 만큼 일을 못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경험이 많은 전북의 4050세대는 민주당 독주의 기대와 불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세대로 봐야 한다"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밖에 없듯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우군이 아닌 비판세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민주당 당선인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원택 당선인에 대한 4050세대 표심의 밑바닥에는 단순히 "민주당 후보라 우르르 몰려갔다"라기보다는 "전북에 유리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는 실용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양승 국립군산대 교수(무역학과)는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간 치열한 경쟁을 벌인 전북도지사 선거는 역설적으로 전북 정치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40% 이상이 무소속을 선택한 상황에서 민주당 당선인은 이제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KBS 전주방송총국의 여론조사 응답률은 23.9%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이다. 피조사자 선정은 성별·연령별·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 방법이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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