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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외국인에게 성심당 빵은 '대전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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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외국인에게 성심당 빵은 '대전의 음식'이다

밀의 도시 대전, 세계화의 출발선에 서다

대전역 앞에서 빵 상자를 안고 기차에 오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본 적이 있다. 그에게 그 빵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성심당의 빵'이기 이전에 '한국 대전에서 먹은 빵', 곧 한 도시의 음식이었을 것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우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kalguksu'라는 한국 음식이자, '대전에서 맛본 그 국수'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바깥에서 온 이의 눈에는 칼국수도 빵도 '대한민국 대전의 음식'으로 인식된다.

나는 이 인식이 대전 먹거리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서 '지역 한식의 세계화'를 강의하면서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김치와 비빔밥으로 획일화된 한식 이미지를 넘어, 지역의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다음 단계라는 점이다.

그 관점에서 보면 대전은 이미 작지 않은 자산을 손에 쥐고 있다. 다만 그것을 '세계화'라는 더 큰 그림 위에 올려놓고 본 적이 없을 뿐이다.

칼국수도 빵도, 결국 '밀의 도시'에서 나왔다

먼저 대전이 어떤 도시인지 숫자로 확인해 보자. 대전연구원이 인허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대전의 칼국수 가게는 727곳, 빵집은 849곳에 이른다. 인구 1만 명당 칼국수 가게 수는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고, 빵집 역시 서울·대구에 이어 전국 최상위권이다. 칼국수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빵의 도시인 곳, 그것이 대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음식이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칼국수도 빵도, 모두 밀가루로 만든다. 대전을 '칼국수의 도시'와 '빵의 도시'로 따로 부르는 대신 나는 이 둘을 하나로 묶는 더 본질적인 이름을 제안하고 싶다. 대전은 '밀의 도시'다.

여기에는 분명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과 1914년 호남선이 교차하면서 성장한 철도의 도시다. 한국전쟁 전후 미국의 원조 밀가루가 쏟아져 들어왔을 때, 사방으로 철길이 뻗은 대전은 그 밀가루가 모이고 흩어지는 거점이 되었다.

값싸고 풍부한 밀가루는 쌀이 귀하던 시절 칼국수로, 수제비로, 빵으로 시민의 끼니가 되었다. 성심당이 1956년 한 피란민이 미군에게 받은 밀가루 두 포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그 시대를 압축한다.

요컨대 대전의 칼국수와 빵은 별개의 음식이 아니라, '밀의 도시 대전'이라는 한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가지다. 이 통합된 정체성이야말로 대전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이야기다.

'도시의 이름이 곧 음식이 된다'는 것

지역 음식의 세계화에서 가장 강력한 자산은 '도시 이름과 음식이 하나로 묶이는 것'이다. 일본을 보자. 나가사키 짬뽕과 삿포로 라멘은 도시의 이름이 곧 음식의 이름이 되어, 관광과 수출을 동시에 끌어왔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라구(볼로네제 소스)의 고장'으로 세계에 각인되었다. 사람들은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도시를 찾고, 그 도시를 떠올리며 그 음식을 산다.

대전이 가진 잠재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국인에게 '대전=밀의 도시, 칼국수와 빵의 도시'라는 등식이 각인된다면 그것은 나가사키나 삿포로가 누리는 것과 같은 자산이 된다.

더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시기다. K-콘텐츠와 한류로 한식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음식 체험은 가장 만족도 높은 관광 요소이자 재방문의 핵심 동기로 꼽힌다(한국관광공사 조사). 음식이 곧 도시를 찾을 이유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대전'은 아직 브랜드가 아니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현실이 있다. 음식은 알려져도 그 음식이 태어난 '지역'은 좀처럼 함께 기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주비빔밥이다. 비빔밥은 세계적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전주'라는 지역명이 브랜드로 인식되는 정도는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전주조차 그렇다면 대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인이 대전에서 칼국수와 빵을 맛보고 만족하더라도 그 경험이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각인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 번의 추억으로 흩어질 뿐, 도시의 자산으로 쌓이지 않는다.

게다가 칼국수와 빵에는 또 하나의 약점이 있다. 그 음식 자체는 전국 어디에서나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천안이 '빵빵데이 빵지순례'를 열어 전국에서 5,000여 명을 불러 모은 것처럼, '빵의 도시'를 표방하는 도시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많이 팔리는 음식은 따라잡힐 수 있다. 그렇다면 대전의 칼국수와 빵이 '대전만의 것'으로, 나아가 세계가 기억하는 '대전의 음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밀의 도시'를 세계의 언어로

답을 미리 말하자면, 대전의 음식에 '대전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입혀야 한다. 도시의 이름을 음식에 새기고 그 음식이 왜 대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야기로 풀고, 무엇보다 그 맛이 대전이라는 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강의에서 '지역 한식 세계화'의 핵심으로 꼽는 요소들이다.

대전은 이 일을 해낼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밀이라는 분명한 정체성, 칼국수와 빵이라는 풍부한 음식 자산, 거기에 과학도시라는 연구 역량까지. 흩어져 있는 이 자원을 '밀의 도시 대전'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모으고, 세계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이제 남았다.

다만 여기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다. 지역 캐릭터를 포장지에 그려 넣거나 음식을 귀여운 모양으로 빚는다고 해서 '대전만의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지역의 음식은 훨씬 더 깊은 곳, 곧 그 땅과 기후와 사람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맛, '테루아(terroir)'에서 나온다. 대전의 테루아란 무엇인가. 다음 글에서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보려 한다.

밀의 도시 대전은 지금, 세계화의 출발선에 서 있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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