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 아래로 떨어지면서 6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가계부채 구조조정이 있어서가 아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이 반영된 착시일 가능성이 있다.
1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였다. 전분기 말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9년 3분기 말(88.3%) 이후 최저치다.
이에 따라 정부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목표치인 80% 달성이 당초 목표인 2030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비율이 이처럼 하락한 주요인은 명목 GDP 증가다. 올해 1분기 명목 GDP는 10.5% 성장해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대기업 중심 수출 기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명목 GDP는 한국에서 생산된 모든 것에 현재 물가를 곱해서 산출하기 때문이다.
즉 원화가치 하락과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 부문 물가상승 압력 영향으로 명목 GDP가 급성장했고, 그에 따른 국내 경제 덩치 성장으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졌다.
우리 경제 가장 큰 뇌관인 가계부채가 조정되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가계부채는 '빚투'와 '영끌'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9000억 원 증가한 1181조8000억 원이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최대 폭 증가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940조8000억 원이었다.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3조2000억 원 증가했다.
더 위험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3000억 원 늘어나 이 역시 전월(1조4000억 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은행 가계대출에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대출과 보험사, 주택금융공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을 더하고 카드 할부금 등 판매신용까지 모두 더한 가계신용 총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993조1000억 원으로 2000조 원 턱밑까지 올라왔다.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등 사금융 영역의 '빚'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실질 가계부채는 3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BIS의 가계부채에는 한국적 특수성인 전세보증금과 개인사업자 대출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 가계가 진 실제 빚보다 과소 추산된 지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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