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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땅속에도 꽃들의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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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땅속에도 꽃들의 자리가 있다

[신간]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찾아 노래한 김옥애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 『사진을 보면』

김옥애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 『사진을 보면』이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66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김옥애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 『사진을 보면』.ⓒ청개구리

동화작가이자 동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옥애 작가는 그동안 장편동화 『봉놋방 손님의 선물』, 『추성관에서』, 『경무대로 간 해수』 등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소천문학상, 송순문학상, 현구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동시 창작도 활발히 하면서 동시 「잠꼬대」, 「책에 나온 것들」이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옥애 작가의 동시는 동심 어린 천진한 시선으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의 언어로 들려준다. 이번 동시집에 실린 51편의 동시 역시 화려한 수사나 현란한 기교 없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소박하고 간결하게, 있는 그대로의 생활언어로 들려준다. 그렇기에 김옥애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가장 쉽고 단순한 언어로 풀어내 들려주기 때문이다.

일찍 잠들면

새벽에 눈을 뜨고

늦게 잠들면

해가 뜨도록 늦잠을 자고

공평하지.

새벽에 눈을 뜨면

아침 새소리를 듣고

늦잠을 자다 눈을 뜨면

핸드폰 알림 소리도 지나가 버렸고

공평하지.

―「공평하지」

표제작 「사진을 보면」 역시 사진 한 장에 담긴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색다르게 드러낸다. 지금은 커서 “책가방 메고/학교를 다니지만” 아기 이불 위에 누워 이도 없이 웃고 있는 모습의 내 “사진을 보면/나는 언제나 아기다.”라며 언제까지나 아기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사진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상기한다. 누구나 아기에서 아이로 성장해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의 순리를 이처럼 단순명료하고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게 된다.

겨울 땅속에도

꽃들의 자리가 있다.

민들레, 도라지

둥굴레, 엉겅퀴

뿌리들은 저마다

자기의 자리를 꼭 지키다가

어느 봄날

함께

세상 구경을 나왔다.

―「세상 구경」

「세상 구경」은 봄날 피어나는 꽃들이 그냥 피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봄날을 맞이했음을 이야기한다. 바로 ‘겨울 땅속에서 자기 자리를 꼭 지킨 뿌리’가 있었기에 봄날의 개화가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자연의 순리일 터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자기의 자리”가 의미심장하다. 풀꽃이든 나무든 자연의 모든 존재들에게는 저마다의 자리가 있다는 것.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견디면서 ‘어느 봄날의 세상 구경’을 꿈꾸는 존재들. 과연 나는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고 있는 존재인지 되짚어보게 된다.

이도환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김옥애 시인은 힘이 센 기억에 대해 노래한다. 과거의 기억이 미래를 힘차게 여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말린 오징어처럼 몸뚱이만 남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짧고 또렷하게 말해 준다.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하라고. 잊지 말라고. 춥고 어둡고 어려운 지금을 견뎌내라고. 잊지 않고 기억하며 인내하다가, 어느 봄날, 함께 손잡고 세상 구경 나가자고, 힘들고 지친 우리들에게 박수쳐 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김옥애 작가의 이번 동시집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삶의 소소한 기쁨과 마음의 자리를 돌아보게 해준다.

▲김옥애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 『사진을 보면』 본문 페이지.ⓒ청개구리

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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