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양파 주산지에서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밭을 갈아엎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수출과 소비 촉진, 산지 폐기 등 '총동원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캐면 캘수록 손해"라는 절박한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2026년산 양파 생산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2000톤 이상의 햇양파 수출과 함께 소비 촉진, 산지 폐기 등 시장격리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양파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생산량 증가다. 조생양파 재배면적은 2904㏊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지만, 4월 잦은 강우와 높은 기온으로 생육이 매우 양호해 생산량은 전년보다 8~13% 증가한 23만 톤 이상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양파 소비자 가격은 1㎏당 18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4% 하락했고, 가락시장 도매가격도 4월 초 873원에서 5월 초 491원까지 떨어진 뒤 최근에도 500원 대에 머물고 있다.
무안 산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조생 양파 산지 거래가격은 ㎏당 590원 수준으로, 최저생산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확과 운송에 드는 비용조차 건지기 어려워 사실상 출하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현지 농민들의 체감 위기는 극단적이다. 무안지역 한 농가는 "양파값이 이게 뭔지 갈아엎어도 소용없다"며 "지금 가격이면 캐서 팔수록 손해라 차라리 밭에 두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농민은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쌓인다"며 생계 위기를 호소했다.
정부는 전남·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368㏊ 규모의 조생양파 산지 폐기를 추진 중이다. 지원 단가는 ㎡당 3113원으로 국비 40%, 도비 12%, 군비 28%, 농가 20%가 분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미 일부 지역에서 폐기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가격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파 가격이 도매시장 반입 물량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인 만큼, 일부 물량 폐기로는 전체 공급량 조절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조생 양파는 저장성이 낮아 수확 시기에 출하가 집중되고, 여기에 저장 양파 재고와 소비 부진까지 겹치며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 농민단체와 현장에서는 보다 강력한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일부 폐기로는 가격을 움직이기 어렵다"며 "정부가 직접 수매에 나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올해는 생산량 증가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폐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농가 어려움이 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시적 가격 변동을 넘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 구조 개선과 선제적 생산 조절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양파 갈아엎기' 사태가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