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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진의 아름다운 우리가락] 국악, 어린이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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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진의 아름다운 우리가락] 국악, 어린이와 만나다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우리 음악

5월이 다가온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거리에는 어린이를 위한 행사 안내가 붙기 시작한다.

놀이공원과 박물관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서점에는 어린이 도서 코너가 활기를 띤다. 어린이날을 맞아 문득 생각해본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음악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악은 어린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을까?

어린이날의 탄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는 ‘문화’가 있다. 1922년 방정환 선생은 천도교소년회를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처음 제정했다. 그가 품었던 꿈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하루의 휴일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들에게 마땅한 문화와 예술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방정환 선생은 1923년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하고 동화구연대회를 열고, 세계아동예술전람회를 개최했다. 어린이날의 출발점에 예술교육이 있었던 셈이다. 백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문화예술을 건네고 있을까?

▲ 국립국악원 국악동요 부르기 대회. ⓒ국립국악원

교실에서 만나는 국악

오늘날 학교 음악 교육에서 국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2026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에 본격 적용되면서, 음악 교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 교육과정은 '체육, 예술(음악/미술) 교과는 기준 수업 시수를 감축하여 편성·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여 예술 교육의 시수를 보호하고 있다.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의 비중은 1955년 제1차 교육과정 당시 3.6%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확대되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약 37%까지 늘어났다.

아리랑, 도라지타령 같은 민요를 배우고, 장구 장단을 익히며, 가야금이나 소금 같은 전통 악기를 체험한다. 교과서에는 창작국악동요도 실려 있어, 우리 가락을 담은 노래를 부를 기회도 있다.

물론 현장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 교사의 66% 이상이 국악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기악'(38.3%)을 꼽았다. 애초에 대학에서 국악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적었던 교사들에게 국악 수업은 낯설 수 밖에 없다.

단소조차 소리 내기 어려워하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도 난감해지고, 결국 국악 기악 수업은 간단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악기 인프라의 문제도 있다.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국악기 수업을 하려면 장구, 소고, 단소, 소금 등이 학생 수만큼 구비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낡은 장구 몇 개가 음악실 구석에 놓여 있는 학교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악 수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영역이 '가창'(60.7%)이라는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교육과정의 취지와 현장의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에 비해 아이들이 국악을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다.

사회 곳곳에서 피어나는 국악 교육

학교 교육과 더불어,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국악 교육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1987년부터 ‘국악동요 발표회’를 시작으로 '창작국악동요제'와 ‘창작국악동요 작품 공모전’을 개최하며 어린이를 위한 국악 동요를 발굴해왔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어릴 적 한 번쯤 불러봤을 전래동요에는 우리 음악 특유의 5음 음계가 녹아 있다.

창작국악동요제는 이러한 전래동요의 전통 위에 현대 아이들의 정서를 담은 새로운 국악 동요를 더해왔다. 지금까지 300여 곡이 넘는 창작국악동요가 탄생했고, 그중 상당수가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어 아이들의 입에서 불리고 있다. 국악 동요의 매력은 ‘함께 부르기’에 있다.

“얼씨구 절씨구”하고 받아주고, 장구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음악이 ‘함께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국립국악원 e국악아카데미의 '어린이 국악누리'에서는 창작국악동요 음원과 애니메이션, 전래동요 놀이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가정에서도 쉽게 국악을 접할 수 있다.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어린이 국악큰잔치'는 전국의 국악 꿈나무들이 실력을 겨루는 무대다. 대금, 가야금, 해금 같은 전통 악기 연주부터 판소리, 민요, 전통 무용까지 어린 나이에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춘 아이들이 해마다 무대에 오른다. 이 대회를 거쳐 간 아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 연주자의 길로 나아간다.

특히 반가운 것은 전국 각지에서 국악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국악원은 ‘찾아가는 교실음악회 국악배달통’ 사업을 통해 국악 연주단체가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교과서에 수록된 국악곡을 연주하고, 아이들이 악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7년 서울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전국 8개 교육청으로 확대되었고, 울릉도, 백령도, 영흥도 같은 섬마을까지 찾아가고 있다. 지역 국악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남원), 국립남도국악원(진도) 등 각 지역 국악원에서 다양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아이들에게 국악을 전하고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도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하며, 방학 중 국악 특강과 가족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국악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아갈 길, 남은 과제

국악 교육의 현장을 둘러보면, 분명 예전보다 많은 것이 나아졌다. 교육과정에 국악이 자리 잡았고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며, 국악 동요와 콘텐츠도 풍부해졌다. 그러나 전통예술 교육을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 앞으로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지점이 있다.

첫째, 접근성의 문제다. 국악 교육 기회는 여전히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국립국악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어린이 음악회, 지역 국악원의 체험 프로그램—같은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의 아이들에게 국악은 여전히 먼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온라인 콘텐츠가 늘어났다지만, 악기를 직접 만지고 소리를 내보는 체험은 화면으로 대체할 수 없다. 국악의 '몸으로 느끼는' 감각은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둘째, 지속성의 문제다. 어린이날 행사로 장구를 한 번 쳐보고, 체험학습으로 가야금 줄을 튕겨보는 것은 좋은 시작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이어지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금세 사라진다. 방과 후 학교에서 전통음악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그런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학교도 많다.

방과 후 프로그램 개설은 학교장 재량과 수요자 요구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국악 강사를 구하기 어렵거나 악기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이 열리기 힘들다. 자유학기제 선택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 만져본 장구가 방과 후 교실에서 다시 이어지고, 그 경험이 학교 풍물패 활동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더 많아져야 한다.

셋째, 교사 지원의 문제다. 교과서에서 국악 비중이 37%에 달하지만, 정작 그것을 자신있게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다. 예비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커리큘럼을 보면, 국악 실기 수업의 비중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학생들이 국악기를 배울 때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 개별적으로 레슨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되기 전에 국악을 충분히 익힐 기회가 부족하니, 현장에서 국악 수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국립국악원에서 운영하는 교원 대상 국악 직무연수가 연간 4회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많은 교사에게 닿을 수 있도록 확대되기를 바란다.

교사들이 국악을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가르칠 만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교사 양성 과정과 현직 연수 양쪽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우선순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적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몸에 밴 가락과 장단은 평생을 간다. 지금 아이들의 예술교육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20년 후에는 우리 전통예술과 음악을 아는 어른이 사라질 것이다.

어린이날, 우리 음악으로 선물하기

이번 어린이날에는 아이와 함께 국악을 만나보면 어떨까. 국립국악원 e국악아카데미의 '어린이 국악누리'에서는 창작국악동요 애니메이션과 전래동요 놀이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가까운 지역의 국악 공연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서울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어린이 음악회가 4~5월에 열리고, 각 지역의 시립국악단이나 지역 국악원에서도 가족 단위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도 가족 오페라와 어린이 국악 공연이 열린다.

▲ 가족오페라 해와 달이 될 뻔한 오누이. ⓒ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어린이날의 창시자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 주시오"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들에게도 문화와 예술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음악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알고, 우리 문화의 멋과 정서를 느끼며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국악이 아이들에게 '옛날 음악',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 '재미있는 음악', '나의 음악'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어린이날을 맞아,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음악을 선물해보자. 장구 소리에 어깨춤을 추고, 가야금 선율에 귀 기울이며, 국악 동요를 함께 부르는 경험이 아이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으로 남기를.

그 씨앗이 자라 언젠가 우리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어린이에게 따뜻한 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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