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에게 최고의 아빠였어. 완벽하고 멋있었던 우리 아빠…."
"형님, 신혼여행지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던 그 시간들이 한순간에 멈춰버린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예비 신랑,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삼남매를 둔 든든한 가장. 뜨거운 화마 속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밤하늘의 별이 된 두 소방 영웅의 마지막 길은 남은 이들의 애끓는 통곡과 눈물로 젖어들었다.
전남 완도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박승원 소방경(44)과 고 노태영 소방교(31)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9시 완도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전라남도지사장으로 엄수됐다.
체육센터는 먹구름이 가득한 운구행렬이 식장으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정문 인근에서는 "내 새끼, 내 아들 어떡하냐"는 유가족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식장에는 유가족, 김승룡 소방청장, 동료 소방관과 의용소방대, 완도고 학생, 정치권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두 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정부를 대표해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황기연 전남도지사대행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고인들에게 각각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했다. 훈장 추서에 이어 김승룡 소방청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조전을 대독했다.
이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박승원 소방경에게 "수많은 재난 현장을 누빈 베테랑 소방관으로 오직 생명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화마 속으로 달려간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전했고, 노태영 소방교에게는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소방관의 헌신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음을 기억하겠다"며 깊은 위로를 표했다.
이어진 영결사와 조사는 장내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민석 완도소방서장은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향했고 동료들을 먼저 챙기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 승원아, 먼저 가서 편히 쉬어라"며 울먹였다.
해남소방서의 임중혁 대원은 노 소방교를 향한 조사에서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을 고민하며 웃던 모습이 선한데, 형을 지켜주지 못해 후회만 남는다"며 "다치지 말고 오래 근무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동생을 용서해 달라. 형이 못 다 이룬 소방관의 꿈은 남겨진 우리가 지켜가겠다"고 오열했다.
유가족의 마지막 인사도 이어졌다. 박 소방경의 아들(17)은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나의 영웅이자 사랑스러운 아빠의 마지막 밤이 많이 생각난다"고 편지를 읽어 내려갔고, 노 소방교의 동생은 "성인이 되고 10년 동안 술 한잔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 시원한 곳에서 술 한잔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먼저 떠난 형을 그리워했다.
헌화 및 분향, 추모곡이 퍼진 뒤 폐식이 선언됐다. 헌화에서 유족들은 차마 국화꽃을 내려놓지 못하고 영정사진을 향해 꽃을 수차례 흔들며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 두 소방관은 지난 12일 화재 현장에서 1차 진압 후 잔불을 확인하기 위해 창고 내부로 진입했다가 유증기 폭발로 퇴로가 차단돼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작업자 2명을 무사히 구조한 뒤 벌어진 숭고한 참변이었다.
운구차가 식장을 빠져나가 장지를 향해 이동하는 순간에도 길게 도열한 동료 소방관들은 불길 속으로 가장 먼저 들어갔던 두 영웅을 향해 마지막 거수경례를 올렸다. 수백 명의 시민과 동료들의 눈물 어린 배웅 속에 떠난 박 소방경과 노 소방교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영면에 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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