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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한' 보수 정치는 대구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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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한' 보수 정치는 대구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최창렬 칼럼] 진영정치가 '보수의 심장'에서 깨진다면

정치에서 진영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다. 서로 다른 지향과 가치관을 갖는 집단이 상호견제와 비판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진영이 이성의 영역을 넘고 정치의 본령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이미 진영은 적대와 증오를 일상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뿐이다. 바로 한국정치가 이의 전형이다. 보편과 상식의 경계를 허무는 진영 논리는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 장치가 됐고, 이슈에 대한 찬반 역시 전적으로 진영에 의존하는 준거틀에 기반한다. 정치에 자양을 제공하는 '진영'은 증발했고, 정치적 탐닉을 위장하고, 정당화하는 최악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 진영의 핵심 지대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수의 심장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된다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대구라는 지역의 특성이 이러한 정치적 의미와 상상력에 무게를 싣는다.

과연 대구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만약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후보까지 보수 계열의 3파전과 김 후보까지 4파전이 벌어지게 되는 단순 구도로 볼 때 김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진다.

반면에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 지지에 못 미치는 대구 민심의 수치가 다수 발표되면서, 차라리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주 의원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 하나의 변수는 선거일까지 국민의힘이 미세하게나마 계엄 및 탄핵에 대한 전향적 모습을 대구시민에게 보여준다면 막판에 다시 국민의힘으로의 결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국민의힘의 강고한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일 윤석열 파면 1년에 즈음해 메시지 하나 없는 정당 아닌가.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진영 논리의 균열은 감지할 수 있다. 그게 비록 대구에 국한하는 것일지라도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경북은 여전히 국민의힘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여야 득표율의 차이가 지난 선거들과 어떠한 차이를 보이느냐도 중요한 관점의 하나이다.

대치가 일상화된 초현실적 정치의 가장 직접적 연원은 박근혜 탄핵이다. 박정희 후광에 열광한 지지자들의 박근혜에 대한 과몰입은 그대로 보수라는 외피를 입은 지지자들에게 전수되고 이의 수혜자가 윤석열이었다. '윤 어게인'이라는 이성적이지 않은 사실상의 '교리'를 비록 한 줌 밖에 안 되는 강성보수가 신봉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에게 도적적·정치적 요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정치가 존재론적으로 재구성되지 않으면 정치는 그나마 유지했던 허명마저도 상실할 수 있다. 이미 그 단계에 진입했다고 하는 게 더 사실적인 설명일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이러한 사유는 '저주받는 정치'와 용기 있게 대면했을 때의 논리적인 귀결이다. 진영정치의 선두에 선 자들의 민생을 가장한 담론들은 기득권자들의 천박한 자기합리화나 역겨운 위선이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의 민낯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보편에 대한 반역이다.

정치의 본령이 갈등을 조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위선적 정의(定義)는 진영정치 앞에서 형해화되고 만다. 정치가 권력 현상이고 현실정치는 권력 정치라는 실존을 받아들이더라도 지금의 진영정치로 합리화되어 있는 형상을 깨지 못하면 정치는 사회윤리적 감수성을 상실하고 민생과 괴리된 궤적을 질주하다 결국은 탈선하고 말 존재다.

지방선거의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본래 서울의 승패가 상징적이었으나 이미 그것도 의미를 상실했다. 대구에서 진영을 깨는 결과가 나올지가 이번 선거의 백미다. 상상 이상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 변수가 만약 생긴다면 결국은 대구에서도 진영을 깨지 못하는 보수불패가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다. 독립변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다. 상수가 된 진영정치를 어떠한 변수가 무너뜨릴지, 여전히 허물 수 없는 견고한 벽으로 남을지 지켜 볼 일이다.

▲5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대구 기독교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국무총리(왼쪽)와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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