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 '대리 지상전' 논란이 일었던 쿠르드족의 개입을 놓고 미국이 선을 긋고 나섰다. 당초 "전적으로 찬성"(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던 데서 사태 파장을 우려해 전향적 입장 표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이하 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개최된 미군 장병 유해 귀환식에 참석한 뒤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미 공군1호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쿠르드족이 개입하지 않아도 전쟁은 충분히 복잡하다"며 "쿠르드족이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쿠르드족과 매우 우호적으로 지내지만 전쟁을 지금보다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그들은 개입할 의사가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에 대해 사과한 일과 관련 "그것은 항복"이라며 "그들은 합의를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앞서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오늘 강하게 타격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 걸프국 대상 공격 재개…"미군 포로 잡았다" 주장도
이란은 8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과' 발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공격을 재개했고, 이스라엘도 이를 명분으로 재차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화는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수도 리야드를 겨냥한 이란의 드론 공격을 저지했다고 발표했고, 쿠웨이트는 자국 연료탱크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UAE는 전날 이란의 발사체를 요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 피해로 파키스탄 국적 운전자 1명이 사망했고, 두바이 공항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UAE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221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했고 드론 공격은 13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는 로켓 파편이 거리에 떨어져 1명이 부상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 내 주파이르 미군기지를 공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바레인은 지금까지 92발의 미사일과 151기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국방부도 전날 이란에서 탄도미사일 10발과 순항미사일 2발이 발사됐지만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최소 6개월은 항전할 수 있다며 기세를 올렸다.
이란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군인 여러 명을 포로로 잡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러나 미국은 그들이 전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 측은 그러나 "이란 정권은 거짓을 유포하고 속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도 같은 사례"(팀 호킨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대변인)라고 이를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성향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의 호텔을 공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 공격이 레바논에서 활동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은 테헤란의 원유 저장 시설도 타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기존 공격한 곳보다) 훨씬 더 많은 목표물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쟁 지속 의지를 밝혔다.
국제사회, 美·이스라엘 비판 여론
국제사회와 각국 시민사회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뜻을 계승한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8일 시민사회 원로들과 함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즉각 중단을 주장했다. 재단은 "이번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한 나라의 주권을 유린하고 세계 경제 혼란을 초래하는 트럼프식 제국주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재단 상임고문인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미국은 국제법적 범죄를 저지른 것을 인정하고 이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명진스님 등 시민사회 원로 95명이 성명문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니다"(지난 5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리는 참전하고 싶지 않다"(같은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적 공습'에 동참하지 않는다"(2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거리를 두고 있다.
유엔 산하 난민기구인 UNHCR은 지난 6일 중동 상황을 '대형 인도주의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최근 중동 내 적대행위 및 공격 확대가 심각한 인구 이동을 촉발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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