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농악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함안군에는 지역 공동체의 삶과 염원을 고스란히 간직한 농악이 전승되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인 '함안화천농악'은 지신밟기에서 비롯된 전통 농악으로 오늘날에도 보존과 활용을 통해 지역 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농악은 마을 공동체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연행되는 한국 고유 종합예술이다. 노동과 의례·놀이가 어우러진 농악은 지역마다 다른 가락과 형식을 지니며 주민 삶 방식과 정체성을 담아왔다.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농악은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농악은 진주삼천포농악·평택농악·이리농악·강릉농악·임실필봉농악·남원농악·김천금릉빗내농악 등이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는 지방무형문화유산으로 전승되는 고유 농악이 존재한다. 함안군 대표 농악은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 '함안화천농악'이다.
정월 초삼일·함안 지역 마을마다 농악대 힘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집집마다 찾아가 땅의 신을 달래고 한 해 액운을 막으며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밟기다. 상쇠가 앞장서 소리를 이끌면 농악대는 마을 평안과 안녕을 빌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다. 함안화천농악 뿌리는 이 지신밟기에서 비롯됐다.
함안화천농악은 칠북면 화천마을을 중심으로 세시풍속과 함께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지신밟기를 하고 당산나무 동제를 지내며 공동체 질서를 다져왔다. 보존회 공개행사 때마다 당제를 올리는 전통도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함안화천농악 가장 큰 특징은 꽹과리, 즉 '쇠'다. 이 지역에서는 꽹과리를 '쇠' 또는 '매구'라 부르며 상쇠 연주를 '쇠친다'·'매구친다'라고 표현한다.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쇠가락은 함안화천농악 정체성을 상징한다.
특히 단정하고 섬세한 연주와 달리 쇠채가 길고 머리 부분이 두꺼운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함안화천농악 제1대 상쇠 박동욱 선생이 사용하던 쇠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모 역시 독특하다. '진서발상모'는 길고 얇은 채에 무거운 납덩이 추를 달아 바람이 센 환경에서도 크고 힘찬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함안화천농악은 1963년 제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1991년 12월 23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 제13호로 지정됐다. 현재 예능보유자는 배병호(2014년 인정)·박철(2017년 인정)이며 2026년 기준 보존회 회원 수는 92명이다.
함안화천농악보존회는 전통 보존에 머무르지 않고 활용 통한 전승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생 국가유산·함안 문화유산 야행·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전수 지정학교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격주 일요일 전승교육과 계절별 농악 캠프·정기 공개행사를 통해 농악을 일상 속 문화로 확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공모사업 '함안 생생마실'은 농악을 축제·여행·체험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2020년부터 운영 중이며 2026년에는 함안화천 농스테이·생생풍년마을 지신밟기 소풍·함안 생생 장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야간 문화유산 프로그램 '함안 문화유산 야행'과 캠핑형 공연 '화천마당 별바람 공연터'도 전통과 현대 생활문화를 결합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함안화천농악 전수교육관은 지역 무형유산 전승 중심 공간이다. 여름·겨울 전승교육을 통해 일반인들이 농악을 배우고 공연과 체험으로 전통을 가까이에서 접한다. 다만 건립 32년이 지나며 늘어나는 프로그램 수요와 변화하는 전승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 활용과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보존회는 함안군과 협력해 전수교육관을 전승과 활용을 아우르는 거점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화는 지역 정서 뿌리다. 함안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함안화천농악을 이해하는 일은 지역을 더 깊이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지신밟기 마무리 문구처럼 '남의 눈에 꽃이 되고, 말소리마다 향내나소!'라는 기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이 바람은 우리가 사는 이 땅 문화를 다시 바라볼 때 이어질 수 있다.
함안화천농악 소리는 지금도 계속 울리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