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을 향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북의 행정체계 논의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과 중앙정부 차원의 일정 제시로 인접 권역의 초광역 재편이 가시화되면서 전북이 그 사이에 끼어 인구와 기능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전·충남 통합은 이미 구체적인 출범 시점까지 제시됐다.
행정안전부와 여당은 올해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행정 절차와 입법 일정을 병행해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실질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며 통합 논의에 힘을 실었다.
광주·전남도 2일 행정구역 통합을 공식 선언하며 통합 지방정부 설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한 뒤 7월 ‘초광역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통합 추진을 위한 실무 협의체 구성과 특별법 제정 논의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까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쉽지 않아 보였던 광역단체 통합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주도 성장’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는 데에 국민의 뜻이 모이고 있는 것 같다”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중앙정부 차원의 메시지와 인접 권역의 속도감 있는 움직임은 전북의 상황을 더욱 대비되게 만든다.
타 시·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대통령 발언까지 이어지며 가시화되는 것과 달리, 전북의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주민 발의로 시작돼 지방시대위원회에서 타당성이 인정됐지만 이후 행정안전부 권고와 주민투표 절차가 지연되면서 논의는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지역 내 갈등도 누적되고 있다.
완주군의회와 일부 주민들이 통합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가운데, 찬반 진영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전주시와 완주군 간 공식 협의체 구성이나 실질적인 행정 검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북도 역시 ‘주민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초광역 단위로 설계되는 산업 정책과 교통망, 국책사업에서 전북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접 권역의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낼수록, 전북 역시 기존 행정체계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검토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북은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 국면에 놓이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충청권과 호남권 대형 광역권 사이에 위치한 전북에서 인구와 기능이 외부로 분산될 수 있다는 구조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이 각각 통합 광역권으로 재편될 경우, 행정·산업·교육·생활 인프라가 인접 대도시에 집중되며 전북에서 충청권이나 광주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년층과 생산가능인구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이미 인구 감소 국면에 들어선 전북의 인구 유출 압박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주·완주 통합을 둘러싼 대안적 접근도 일부에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은 앞서 특별자치단체 방식 등을 통한 단계적 행정 협력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전주·완주에 익산까지 포함해 인구 100만 명 규모의 광역 경제권, 이른바 ‘100만 메가시티’ 구상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다만 해당 제안 역시 지역 내 이견 속에서 구체적인 논의 단계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초광역 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실제 출범으로 이어질 경우, 전북 역시 전주·완주 통합을 포함한 행정체계 개편 논의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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