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제주 금고 선정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오영훈 제주지사 배우자의 도자기를 대량 구매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농협은행 제주본부는 지난해 7월 오 지사의 배우자 박선희 여사가 운영하는 공방에서 제작한 돌항아리 160개를 구매했다. 구매액은 개당 2만5천 원 수준으로, 총 400만 원 상당이다.
특히 농협은 구매에 앞서 '금고 마케팅 강화를 위한 사은품 구매 건의'라는 제목의 내부 공문을 작성해, 박 여사의 도자기를 사전에 구매 품목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핵심은 구매 시점이다. 도자기 구매 시기가 제주도 제1금고 선정 절차를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금고 선정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도자기 구매 약 4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제주도 제1금고 금융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제주도 제1금고에 선정되면 5조 원 규모의 제주 지방재정을 관리하게 된다.
농협의 부적절한 도자기 구매 의혹은 공직자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로 옮겨 붙고 있다.
30일 KBS는 추가 보로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알 수 없어 답변이 제한된다면서, "일반적인 거래 형식이라도 해당 상품을 정상적인 거래 가격보다 비싸게 구입했거나, 불필요하게 다량으로 구입했다면 청탁금지법상 허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도내 정치권도 즉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며 반발했다.
조국혁신당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해충돌의 전형이자 제주도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사안"이라며 외부 독립기구에 의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는 단순한 '우연'이나 '관행'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도 금고 선정이라는 막대한 공적 이익이 걸린 사안 직전에, 해당 권한을 가진 도지사의 가족과 금전적 거래가 발생했다는 점 자체가 중대한 이해충돌 사안이며, 공정성과 청렴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농협 측은 '배우자 공방인지 몰랐다'라고 해명하고, 제주도는 '절차는 공정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당사자들의 해명에 선을 그었다. 이어 "설령 법적 위반 여부를 떠나, 이해충돌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 기준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안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농협에는 "도자기 구매 경위, 내부 의사결정 과정, 사은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구체적인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 제주도당은 이번 사안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며,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와 제도 개선 요구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위법 여부를 떠나, 금고 심사·선정 전후에 이해관계자와의 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키울 수 있다"며 이해충돌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는 도 금고 선정 절차상 외부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도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와 관리·차단 조치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도민 신뢰는 '문제없다'는 선언이 아니라, 선제적 회피·투명한 공개·재발 방지로만 회복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제주도는 29일 설명 자료를 통해 "금고 지정은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거쳐 진행되며, 위원은 대학 및 각 협회로부터 민간 위촉위원 1명당 10배수 추천을 받아 심의위원회 개최 전날 경찰관 입회하에 참여 금융기관 관계자 추첨으로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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