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여 앞두고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선거 이후’가 유력하게 거론되던 통합 시점이 최근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선거 이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과 충남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수도권 집중 문제 해소를 언급하며 대전·충남 통합과 관련해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통합 논의의 시간표가 한층 빨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전·충남 통합 구상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 왔지만 그간 지역 정가는 현실적인 제약을 이유로 이를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왔다. 행정 절차와 법·제도 정비, 주민 의견 수렴에 필요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민사회 역시 충분한 공론화 없는 통합 추진에 대해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통합 시점을 지방선거와 직접 연결 지으며 방향을 제시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대전과 충남은 인구 350만 명을 넘는 초광역 자치단체로 재편되며 서울·경기에 이은 전국 3위 규모의 메가시티가 된다. 이는 곧 차기 지방선거의 성격과 정치 구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허태정 전 대전시장은 통합 논의의 기준점을 ‘시민’에 두고 있다. 허 전 시장은 “대전·충남 통합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면 적극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통합의 주체는 행정이나 정치가 아니라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력을 높이는 과정 없이 속도만 앞세운 통합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허 전 시장은 통합 자체보다 통합 이후의 실질적 효과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통합 이후 대전·충남 시민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지역 발전과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과정 속에서 제 역할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지역 경쟁력 강화와 지방분권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충남도와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통합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권 내에서도 통합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통합 논의가 과거와 달리 중앙정부의 분권 의지가 뚜렷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 권한 이양이 전제된다면 통합을 통해 대전과 충남의 재정·역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권의 속도감 있는 전망과 달리,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남아 있다. 통합 청사의 위치, 교육자치 문제, 재정 구조 등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가 적지 않고 통합이 주민들의 삶과 지역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설명과 공론화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전·충남 통합론은 이제 선언의 단계를 넘어 현실 정치의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지방선거라는 시간표, 그리고 시민들의 동의라는 세 축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가 향후 논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속도와 합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전·충남 통합의 방향과 완성도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