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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이 떠올랐다" 광안리 불꽃축제, 화려함 뒤에 드러난 통제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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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이 떠올랐다" 광안리 불꽃축제, 화려함 뒤에 드러난 통제 부실

[기자수첩] 인파에 떠밀리고 넘어질 뻔한 위험한 현장…수영구청 통제실 작동은 했나?

부산의 대표 축제인 '광안리 불꽃축제'가 20주년을 맞아 역대급 연출을 선보였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안전 통제 부실이 확인되며 관할 지자체인 수영구청의 관리 책임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광안리 일대에는 수십만명이 몰리며 통행 동선이 사실상 마비됐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로도 해변 접근로와 상가 중심로는 관람객 흐름이 완전히 멈춘 채 서로에게 떠밀려 균형을 잃는 위험한 상황이 수차례 반복됐다. 일부 구간에서는 몸이 한 방향으로 밀리며 관람객이 넘어질 뻔해 비명이 터지는 장면도 수없이 목격됐다.

▲지난 15일 광안리 일대에서 열린 불꽃축제에서 사람들이 넘어질듯 밀려서 이동하고 있다.ⓒ프레시안(윤여욱)

이 같은 위험은 사전에 확보됐어야 할 안전라인이 인파가 이미 몰린 뒤에야 뒤늦게 설치되는 등 수영구청 통제실의 대응이 구조적으로 늦어진데서 비롯됐다. 특히 통제 인력이 배치돼 있던 구역에서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조금만 밀리면 사고가 난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즉각적인 조치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앞사람이 넘어졌으면 큰일 날 뻔했다" 등 공포에 가까운 반응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아이와 함께 구경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를 잃어버릴까 계속 안고 있었다", "숨 쉬기도 힘들 정도였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했다.

수영구청은 올해 축제를 위해 경찰·소방 인력 확대, 드론 관제, 고공감시장비 구축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관람객이 체감한 현장 운영은 철저히 무너져 있었다. 주요 동선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고 '관람구역'과 '통행구역'의 경계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동을 시도한 관람객들은 수 분이 아니라 수십 분 동안 움직이지 못한 채 밀집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안내·통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국어 안내가 준비됐다는 공식 발표와 달리 현장 통제요원 상당수는 기본적인 영어 안내조차 어려워 외국인들이 오히려 혼잡한 쪽으로 잘못 이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안전요원이 손짓만 할 뿐 사실상 통제를 포기한 모습도 포착됐다.

기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도 확인되듯이 광안리 중심부와 해변 진입로는 발 디딜 틈 없이 밀집된 채 장시간 정체된 상태였다. 불꽃이 터지는 동안의 장관과 달리 주변 시민들의 표정에는 불안과 긴장감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파 행사의 핵심은 동선 관리와 선제적 통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통제실을 직접 운영하는 수영구청이 현장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관리 실패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20주년을 맞아 규모와 연출은 성장했지만 시민이 체감한 안전수준은 그에 못 미쳤다. 다행이 행사가 큰 사고 없이 끝났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올해 드러난 취약점은 명확하게 보여져 관할 구청을 비롯한 주최 측의 실질적 개선과 책임 있는 평가가 매우 필요해 보인다.

▲20주년 광안리 불꽃축제 전경.ⓒ프레시안

화려한 불꽃은 잠시지만 안전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기본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민적 비극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부산의 대표축제가 시민의 축제로 남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위한 '준비된 안전'이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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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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