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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깁스’와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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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깁스’와 ‘에어컨’

우리말에는 외래어가 참으로 많다. 포용력이 있는 한국인이라 그렇다. 외국어가 들어오면 번역이 애매한 것은 그대로 그 단어를 우리말처럼 쓰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외래어라고 한다. 특히 스포츠나 컴퓨터 관련 용어가 많다. 북한에서는 골프 용어도 그들의 언어로 바꿔서 말한다. 예를 들면 ‘티잉 그라운드’는 ‘출발대’, ‘홀’은 ‘구멍’, ‘벙커’는 ‘모래 웅덩이’, ‘볼’은 ‘공알’, 티 박스‘는 타격대’, ‘티’는 ‘공알받이’, ‘아이언’은‘ 쇠채’, ‘우드’는 ‘나무채’ 등과 같이 쓴다. 세계 시장에 나가면 조금 헷갈릴 것 같기도 하다.

우리말에는 외래어가 많은 만큼 그것에 대한 표기법도 규정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외래어 표기와 자주 틀리는 외래어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우리말에서 외래어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에서 1986년에 제정하였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외래어 심의 실무소위’를 개최하여 새롭게 심의 통과된 외래어를 공표하고 있다. 특히 이 외래어 표기법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글 표기를 일관성 있게 표기하자는 것이지, 외국어 학습을 위한 발음법은 전혀 아니다. 따라서 외래어를 표기하는 것이 외국어를 정확하게 소릿값에 맞게 표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외래어 표기법의 최초의 저서가 <동국정운>이라고 할 수 있다. 1448년 한자음을 지방마다 다르게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하여 간행한 일종의 한자어 표기법이다.

우리 세대는 언제부터인지 생일날이 되면 케이크를 자르면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cake’를 ‘케잌’이라고 쓰는 것을 본다. ‘k’을 굳이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 같으나, 우리말에서 종성은 항상 7종성만을 쓰기로 하였다. 그래서 줄이자면 ‘케익’이라고 써야 한다. 그러나 국릭국어원에서는 규정표기를 [케이크]로 정했다. 그러므로 발음 여하를 떠나 표기할 때는 ‘케이크’라고 써야 한다. 즉 외래어는 우리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다. 외래어를 표기할 때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 사용하며, 받침은 7종성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쓰며, 장음은 표기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친구가 있으면 “저 친구 어깨에 기브스하고 다니는구먼.” 하고 놀린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gips’를 ‘기브스’라고 하지만 규범 표기는 ‘깁스’가 맞다. 영어를 그대로 표기하자면 ‘깊스’가 될 것이나, 종성은 위에 열거한 7개만을 허용하고 있으니 ‘ㅍ’은 ‘ㅂ’으로 표기해야 한다. 예문을 보자.

태호는 오른손에 깁스를 해서 당분간 컴퓨터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이야.

태호는 스쿼시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서 깁스를 했어.

등과 같다. 그리고 대표적인 콩글리시 중의 하나인 에어컨을 보자. 에어콘이라고 발음하고 그렇게 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에어컨’은 ‘Air-conditioner’의 줄임말이다. 그래서 ‘에어콘’이라고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에어콘디셔너]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많아서 ‘에어콘’이라고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본토(?) 발음이 [에어컨디셔너]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래서 [에어컨]이라고 써야 한다. 참 어렵다. [f]의 발음은 모두 [ㅍ]으로 써야 한다.(이 문제는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담배(타바코 tabacco)’, ‘남포(램프 lamp)’처럼 우리말인 줄 알고 있는 것, ‘버스(bus)’, ‘빵(스페인어 pan, 프랑스어 pain, 이탈리아어 pane 등이 모두 라틴어 panis에서 유래함)’처럼 마땅한 우리말이 없는 것, ‘아나운서’, ‘컴퓨터’, ‘넥타이’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말임을 금방 알 수 있는 것, ‘가스라이팅’, ‘스모킹건’처럼 아직 자리를 굳히지 못한 것 등이 있다.

외래어는 발음에 맞게 쓰자는 의견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예전에 어느 총장이 ‘오뤤쥐’라고 써야 한다고 해서 풍자의 대상이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각 나라마다 표기법이 있는 만큼 발음은 조금은 다르더라도 기왕에 표기 규정이 있으니 따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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